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 후 5년 안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도록 한 변호사시험법에서 임신·출산을 응시 기간 제한의 예외 사유로 인정하지 않은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가까스로 합헌 판단을 받았다. 다만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이 합헌 의견보다 많아 향후 입법 개선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최근 변호사시험법 7조 2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대 5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의견이 5명으로 합헌 의견보다 많았지만,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명에는 미치지 못해 최종 결론은 합헌이 됐다.
변호사시험법 7조 1항은 로스쿨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안에 5회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같은 조 2항은 병역의무 이행 기간만 이 응시 기간 제한에 산입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이른바 '오탈자' 제도다.
청구인 김누리씨는 2016년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시험에 응시했지만 불합격했다. 이후 두 자녀를 출산·양육했고, 2020년 시험에서도 불합격하면서 더 이상 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됐다. 김씨 등은 병역의무 이행 기간만 예외로 인정하고, 임신·출산은 예외로 두지 않은 현행법이 평등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김형두·정정미·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해당 조항이 병역의무 이행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 헌법상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기존 선례를 유지했다. 또 병역 외 다른 사유까지 예외로 인정할 경우 그 사유와 기간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고, 응시 기회와 합격률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커져 시험제도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반면 김상환·김복형·정계선·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이들은 "국가의 모성보호 의무를 고려할 때 해당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임신·출산 사유로 변호사시험에 제대로 응시하지 못한 준비생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들은 위헌성이 병역의무 이행자를 예외로 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외 어떤 예외도 두지 않은 데 있다고 짚었다. 임신·출산을 준비하거나 겪는 변호사시험 준비생에게 사실상 시험 기회 포기와 출산 계획 포기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구조라는 취지다.
헌법불합치 의견은 헌법 36조 2항의 모성보호 의무도 강조했다. 이들은 적정한 출산율과 인구가 국가 존립과 발전의 기본 요소라는 점에서 모성과 관련한 문제는 공동체 이익과도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 변호사시험 준비생 상당수가 임신·출산을 계획하거나 겪을 수 있는 연령대에 있는 만큼 이를 예외 사유로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과도하다고 봤다.
헌재는 그동안 변호사시험법 7조에 대해 여러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려왔다. 2020년 결정에서 처음으로 임신·출산 등 불가피한 사유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반대 의견이 나왔고, 이후에도 관련 청구가 이어졌다. 이번 사건에서는 헌법불합치 의견이 5명까지 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해 12월 자녀를 출산하는 경우 1년의 기간을 변호사시험 응시 기간에 산입하지 않도록 변호사시험법을 개정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김씨를 대리한 박은선 변호사는 "헌법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5명까지 늘어난 만큼 입법 노력을 이어가겠다"며 "임신·출산뿐 아니라 중병 등으로 시험장에 가지 못한 경우에도 위헌성이 커 유사한 사례가 있다면 다시 헌재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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