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으로 살아남기④] 국가는 없고 부모만 남았다…교육·의료·돌봄서 소외된 장애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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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으로 살아남기④] 국가는 없고 부모만 남았다…교육·의료·돌봄서 소외된 장애아동

투데이신문 2026-06-04 10:28: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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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兒童]. 사전에 따르면 나이가 어린 아이, 대체로 유치원 시기부터 사춘기 이전까지를 의미한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이를 18세 미만의 사람으로 규정한다.

아동은 보호의 대상인 동시에 독립된 권리의 주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처럼 인식하는 시각이 남아 있으며 이들을 스스로 판단하고 의견을 형성할 수 없는 존재로 간주해 그 가능성과 권리를 제한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아동의 삶은 제도적 사각지대와 한계 속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 기획에서는 아동학대, 정책 과정에서의 배제, 다양한 형태의 차별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아동권리의 현주소를 짚어 본다. 더 나아가 정부의 대응을 점검하고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의 제언을 통해 실질적인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휠체어 이미지.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휠체어 이미지.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교육·의료·돌봄 지원이 절실하지만 정작 제도의 가장 바깥으로 밀려난 아이들이 있다. 바로 ‘장애아동’이다.

장애아동은 ‘아동’이자 ‘장애인’이지만 현실에서는 두 영역 어디에서도 온전히 보호받지 못한다. 아동 정책은 비장애 아동 중심으로 설계되고 장애 정책은 성인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장애아동은 늘 우선순위 뒤편으로 밀려난다. 치료와 교육, 돌봄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가족의 부담과 개인의 희생에 기대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특수교사와 치료사는 부족하고 지역 간 지원 격차는 크다. 발달 재활이나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긴 대기와 비용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도 반복된다. 돌봄 공백 속에서 부모는 생계를 포기하거나 극심한 양육 부담을 홀로 떠안기도 한다.

‘모든 아동이 차별 없이 성장할 권리’를 말하지만 장애아동의 삶은 여전히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장애아동이 겪는 배제와 공백은 단지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돌봄과 복지 체계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문제다.

이에 장애아동계, 전문가들은 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교육·의료·돌봄 등의 분야에서 권리를 인식하고 그 권리가 실현되도록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장애학생의 교육권은 대학 입학 이후에도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특히 신학기마다 반복되는 ‘교재 절벽’ 문제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전공 서적의 전자파일이나 점자 자료 제작이 지연되면서 장애학생들은 개강 이후에도 필요한 학습자료를 받지 못한 채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장애계는 학습자료 접근성 부족이 교육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 재활치료 자원의 수도권 집중은 장애아동 가족의 삶 자체를 바꿔놓기도 한다. 지방에 거주하는 일부 부모들은 자녀의 치료를 위해 수도권 병원 인근에서 임시 거주를 하거나 가족이 떨어져 생활하는 선택을 한다. 장애계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재활 난민’이라고 표현한다.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지역을 떠돌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장애아동 가족의 돌봄 부담과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2023년 5월 기준 등록장애인 264만7000명 가운데 0~17세 장애아동은 약 8만2000명으로 전체의 3.1%를 차지했다.

장애인의 교육·건강·돌봄 여건은 여전히 비장애인에 비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가운데 대학 이상 학력자는 17.4%에 그쳤다.

재활치료를 이용하고 있는 장애인은 전체의 23.7%였으며 특히 18세 미만 장애아동은 83.5%가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장애아동의 성장과 발달 과정에서 의료·재활 서비스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건강 상태에 대한 인식도 낮았다. 자신의 건강이 좋다고 평가한 장애인은 18.9%로 2020년(14.0%) 보다 증가했지만 전체 인구(36.2%)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우울감을 경험한 비율은 12.4%로 2020년(18.2%)와 비교해 감소했으나 전체 인구(4.7%) 보다는 여전히 높았다.

장애인의 전반적인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5.79점으로 전체 인구(6.56점)에 비해 낮았다. 18세 미만 장애아동 역시 6.15점으로 전체 인구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향후 보육·교육 분야에서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는 특수교육 지원인력 증원(27.8%), 장애 영유아·아동을 위한 발달재활서비스 확대(26.4%), 대학 등 고등교육 지원 강화(9.2%) 등이 꼽혔다.

다만 장애계에서는 이 같은 통계조차 장애아동의 현실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정책과 통계가 성인, 특히 고령 장애인을 중심으로 작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장애아동이 겪는 교육·의료·돌봄 공백이나 성장 과정에서의 특수한 어려움은 정책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가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대구 남구 대구광명학교 졸업식이 진행됐던 2023년 1월 13일 졸업생들이 3D 프린터로 제작한 입체 졸업앨범에 실린 친구 얼굴을 손으로 만져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대구 남구 대구광명학교 졸업식이 진행됐던 2023년 1월 13일 졸업생들이 3D 프린터로 제작한 입체 졸업앨범에 실린 친구 얼굴을 손으로 만져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장애아동은 교육·의료·돌봄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놓여 있지만 아동정책과 장애인정책 어느 쪽에서도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채 구조적 소외를 겪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이 발간한 ‘꿈을 향한 여정: 장애학생 진로탐색 안내서’를 보면 장애학생들은 전공 선택부터 대학 진학, 학업 유지, 취업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비장애 학생에 비해 다양한 장벽에 직면하고 있었다. 

장애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2024년 기준 20.0%로 비장애학생(72.6%)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학원 진학·취업률·전공 일치 취업 비율에서도 20%p 안팎의 격차가 반복됐다.

수능에서는 시험시간 연장이나 점자 문제지 제공 등 기본적 지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개인이 사용하던 보조기기 활용이나 이동 지원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 대학 진학 이후에도 전공 서적의 전자파일·점자 자료 제공이 지연되는 이른바 ‘교재 절벽’ 현상이 반복되면서 학습권 침해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취업 지원 프로그램 역시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장애학생들은 채용 정보와 진로 지원 서비스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 같은 교육·취업 지원 체계의 한계는 노동시장 진입 장벽으로 이어지는데, 실제 대졸 장애인의 고용률은 비장애인보다 약 20~30%p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장총은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전공과 직무가 일치하지 않는 ‘하향 취업’ 비중이 높다”며 “이는 대학 교육이 실질적인 고용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적 단절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의료 접근성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의 17.3%는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이동 불편(36.5%)이 가장 많았으며 경제적 이유(27.8%), 시간 부족(13.0%), 동행자 부재(7.1%) 등이 뒤를 이었다.

일상생활 수행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장애인은 35.3%로 2020년(32.1%)보다 3.2%p 증가했다. 지원이 필요한 경우 주된 지원자는 가족 구성원이라는 응답이 82.1%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장애인 활동지원사나 요양보호사 등 공적 돌봄서비스 제공자는 13.8%에 그쳤다. 이는 장애인 돌봄이 여전히 가족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장애아동의 경우 돌봄과 치료, 교육을 부모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많아 가족의 경제활동 중단과 돌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장총 김혜진 선임팀장(왼쪽), 정혜영 책임이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한국장총 김혜진 선임팀장(왼쪽), 정혜영 책임이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문가들은 장애아동은 의료·교육·돌봄에 있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장애인 사회적 인식개 선과 정부의 장애 아동에 대한 관심 증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장총 정혜영 책임은 장애아동이 겪는 어려움의 핵심 원인으로 의료·교육·돌봄 서비스 간 연계 부족과 분절된 전달체계를 꼽았다. 각 제도가 따로 운영되면서 발생하는 공백을 결국 부모가 메워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정 책임은 “의료 분야에서는 소아 재활 인프라 부족이 대표적인 문제다. 장애아동은 성장 과정에서 적기에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등 지역별 자원 격차와 공급 부족으로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 현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통합교육이 확대되고 있지만 전문 지원 인력이 부족해 현장에서는 장애학생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돌봄 영역에서는 방과 후와 방학 기간에 발생하는 돌봄 공백이 큰 과제로 지목됐다. 정 책임은 “장애아동을 위한 돌봄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다 보니 부모가 직접 돌봄을 책임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처럼 의료·교육·돌봄 전반의 공백이 부모에게 집중되면서 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은 돌봄 부담으로 인해 맞벌이를 포기하고 외벌이 형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소득 감소와 돌봄 부담이 맞물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한국장총 김혜진 팀장은 “장애학생들이 학교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교육 지원 부족에만 그치지 않는다”며 “장애에 대한 이해가 낮은 학교 환경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이른바 ‘학습된 무기력’ 문제도 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특히 발달장애 학생의 경우 또래로부터 따돌림을 경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피해 사실이 충분히 규명되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있다”며 “심지어 장애학생이 학교폭력이나 따돌림 피해를 경험한 뒤에도 심리 지원이나 보호 조치, 학교 적응을 위한 후속 지원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장애학생이 겪는 문제는 단순한 서비스 부족이 아니라 권리 보장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안에서 자신의 요구를 표현할 권리,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피해 발생 시 적절한 구제를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이에 현장에서는 장애아동 정책이 단순히 복지서비스를 확대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김 팀장은 “장애아동을 일률적인 ‘지원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각기 다른 특성과 가능성을 가진 한 명의 아동으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며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의료·교육·돌봄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지역사회 기반 지원체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정 책임은 “현재 장애아동 지원 서비스 상당수는 국가가 직접 인프라를 구축하기보다 민간 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바우처 방식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서비스 품질 관리와 책임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며 “특히 수익성이 낮거나 지원에 많은 인력이 필요한 중증 장애아동, 도전행동을 보이는 장애아동의 경우 민간 기관에서 서비스 제공을 기피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정 책임은 장애아동을 위한 원스톱 통합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의료·교육·돌봄 서비스를 하나의 창구에서 연계·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부모의 부담을 줄이고 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또 최근 시행된 돌봄통합지원법 역시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책임은 “법률 제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안정적인 국비 지원과 공공 인프라 확충,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최근 제정된 장애인 권리보장 관련 법안 역시 선언적 의미에 머물지 않고 현장에서 실제 권리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점검과 이행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전지혜 교수는 “장애아동이 재활치료 때문에 교육·돌봄·또래 관계 형성 기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학교와 어린이집 안에서 치료를 함께 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방문 재활과 방문 의료 서비스를 교육·돌봄 기관과 연계하는 통합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애아동의 교육권 보장에 대해서는 “교육 서비스 선택권 확대와 지원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어린이집 내 특수교사와 장애아동 전담교사 배치 확대, 학교 내 교육지원 인력 확충, 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기관 확대 등이 과제”라며 “또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국가시험에서 장애인 편의 제공의 적절성을 검증하는 지침을 마련하고 장애 특성을 반영한 포괄적 평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돌봄 분야에서는 “장애아동이 별도의 체계가 아닌 기존 아동·돌봄 정책 안에서 포괄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장애아동 돌봄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현장에는 장애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을 충분히 배치해 돌봄 공백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전 교수는 “장애아동은 학대 피해나 가족이 동반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로 종종 세상에 드러난다”며 “장애아동을 건강하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 하는 사회가 될 때 비로소 살 만한 한국이 될 것이다. 표면적으로만 지원 하는 복지 지원체계에서 벗어나 깊이 있고 세심하게 연결하는 복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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