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성 침해 우려…"상황 변동 생기면 추후 제출 가능"
헌재 "답변서 제출 의무사항 아냐…심리에 지장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인 '재판소원 1호' 사건에 대한 답변서를 헌재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심판 역할을 해야 할 법원이 소송의 한쪽 당사자인 피청구인에 반박하는 취지의 답변을 제출할 경우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법원은 지난 3월 녹십자가 청구한 '백신 입찰 담합 과징금' 재판소원 사건 답변서를 제출 기한인 4일까지 헌재에 제출하지 않았다.
앞서 헌재는 지난 4월 28일 전원재판부에 이 사건을 회부하고, 이튿날 피청구인인 대법원장에게 회부 사실을 통지하면서 답변서를 요청했다.
대법원은 통지서가 송달된 날로부터 30일인 이날까지 답변서를 낼 수 있지만 일단은 기한 내 이를 제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법원이 답변서를 내는 게 중립적인 입장을 해치는 것으로 비칠 우려가 있어 오늘까지는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재판의 양쪽 당사자는 원고인 녹십자와 피고인 공정거래위원회인데, 법원이 재판소원 피청구인으로서 녹십자 주장에 반박하는 의견을 제출할 경우 자칫 공정위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헌재가 재판을 취소할 경우 법원은 다시 사건을 심리해야 하는 데 대법원이 제출한 답변서가 문제가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소원 시행 초기라 우선 추이를 살펴보기로 했다"면서도 "향후 법원이 적극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제출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법원은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나머지 재판소원 5건에 대해서도 향후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답변서 제출이 의무 사항이 아니고 제출하지 않더라도 심리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는 직권 심리를 하기 때문에 제출된 자료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답변서는) 참고 자료가 될 뿐 없다고 해서 심리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만약 차후에라도 의견을 내면 참고해서 심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지정재판부 사전심사를 통과해 본격 심리를 위한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이다.
녹십자는 앞서 백신 구매 입찰 담합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0억원 처분을 받자 불복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녹십자는 관련 형사 사건에선 무죄를 확정받아 과징금 사건과 상반된 결론이 나왔는데도, 대법원이 과징금 사건에선 본격 심리 없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패소 판결을 확정 지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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