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막판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와 접전을 펼쳤던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끝내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하며 승리를 따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오 후보는 오전 10시 현재 개표가 97.83% 진행된 상황에서 48.96%의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앞서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 51.4%, 오 후보 46%로 열세가 예상됐으나, 실제 투표 결과에서는 정 후보(같은 시각 기준 48.32%)를 앞지르면서 역전승을 이뤄냈다. 정 후보는 이에 앞서 9시 30분께 낙선사례를 발표하고 오 후보에게 축하를 보내며 패배를 인정했다.
오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구도보다 후보 개인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붉은 선거운동복 대신 때때로 연두색 상의나 넥타이를 착용한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그가 몸담은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의 후폭풍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득표에 유리한 배경으로 작용하지 못한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헌법재판소와 1심 재판부의 내란 인정에도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윤어게인'과 단절하지 않았다. 때문에 오 후보는 당 지도부와 거리를 둔 채 '4선 서울시장'이라는 브랜드와 재임 기간 만들어 낸 공적들을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혈혈단신이었던 오 후보와 달리 정 후보에게는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다. 정 후보는 성동구청장 재임 기간 이른바 '명픽'(이재명 픽)으로 주목받으며 박주민, 전현희 의원을 제치고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다. 선거 기간 동안 코스피가 8000을 돌파하는 등의 호재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였고, 민주당과 정 후보는 "이 대통령과 손발을 맞출 '일잘러'"라며 유권자들에게 정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같은 유리한 구도에서도 정 후보는 오 후보에 비해 개인 역량을 유권자들에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성동구를 발전시킨 구청장'으로서 유명세를 얻었지만, '4선 서울시장'이라는 오 후보의 브랜드 파워에 결국 밀린 셈이다.
오 후보가 토론을 제안하면 정 후보가 피하는 구도가 반복되면서 정 후보의 서울시장 자격을 의심하는 반응도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나왔다. 결국 두 후보를 포함한 서울시장 후보들의 맞불 토론은 사전투표 전날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오 후보는 높은 대통령 지지율이라는 '구도'뿐 아니라 '이슈'에서도 열세에 있었다. 선거 기간 내내 서울에서는 안전사고가 벌어졌다. 한 달 사이 삼성역 GTX-A 철근 누락 사건, 서소문 고가도로 사망 사고, 수서 하수관 매몰 사고 등이 연달아 벌어졌다. 정 후보 측은 이를 근거로 오 후보를 '안전불감증 시장'이라고 공격했다.
사전투표 당일에는 서소문 고가도로 사망 사고와 관련한 서울시청 압수수색도 벌어졌다. 이외에도 반복되는 안전사고와 관련해 현직 서울시장인 오 후보에 책임론이 제기됐으나, 오 후보 지지율은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였다.
전통적 보수 지지층인 노년 세대에 더해 민주당에 비토 정서를 가진 청년 세대의 지지를 끌어낸 것도 오 후보의 승리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날 KBS가 발표한 방송 3사 출구조사를 보면, 오 후보는 20대 이하 56.8%, 30대 59.7%, 60대 60.4%, 70대 이상 71.1%로 정 후보에 앞섰다. 특히 20대 이하 남성은 75.3%가 오 후보에 투표하면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전통적 보수 지지층인 노년층은 물론 민주당에 비토 정서를 가진 청년 남성층까지 오 후보에 표를 던진 셈이다.
정 후보의 경우 중년층에게서만 오 후보에 앞서는 득표율을 얻었다. 40대 53.2%, 50대 60.7%가 정 후보에 표를 던졌다. 두 세대는 우리나라 인구 비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정 후보 득표율에 큰 힘을 보탰다.(2022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기준)
4050 중년층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을 포섭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외연을 확장해 내지 못하면서 결국 오 후보에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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