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불복에 역대 최다 8명 출마…맞고발전 벌이며 '이전투구'
교육 정책은 실종, 이슈몰이만…"교육 식견 있는지 의문" 비판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6·3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며 전국 교육감 지형도가 4일 확정됐다.
올해도 유권자들의 무관심으로 '깜깜이 선거' 오명을 벗지 못한 가운데, 서울을 중심으로 진영 내 갈등과 이념전, 혐오 경쟁이 벌어지며 가장 비교육적인 선거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특히 진보·보수 모두 진통을 겪은 단일화 관련 문제는 다음 선거 전에 반드시 풀어야 할 고난도 과제로 남게 됐다는 평가다.
◇ 경선 져도 불복 후 출마…"다음 선거가 더 문제"
진보 성향 정근식 후보가 재선에 성공한 서울에서는 역대 최다인 8명의 후보가 교육감직에 도전했다. 진보·보수 할 것 없이 경선 불복과 독자 출마가 이어지면서다.
보수 진영에서는 윤호상 후보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단일 후보가 됐으나 류수노 후보가 이에 불복해 독자 출마를 강행했다.
조전혁 후보는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윤 후보가 단일 후보로 선출되자 갑작스레 출사표를 던졌다.
이후 그는 류 후보와의 양자 단일화에서 패한 뒤 후보 등록을 하지 않기로 하고 류 후보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장직도 맡기로 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문항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바뀌었다며 바로 다음 날 승복 선언을 뒤집고 후보 등록을 마쳤다.
두 후보는 서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며 이전투구를 계속했다.
진보 진영에서도 같은 이유로 집안싸움이 벌어졌다.
정근식 당선인이 단일 후보로 선출됐지만, 한만중 후보가 시민참여단(선거인단)의 부정투표 의혹 등을 제기하며 독자 출마를 강행했다.
한 후보는 이에 그치지 않고 단일화 협의체와 정 당선인을 수사해달라며 경찰에 요청했다. 고발장도 여러 차례 냈다.
정 후보 역시 한 후보를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며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교육감 후보 간 맞고발전에 교육계에선 질타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교육감 선거도 다른 선거처럼 정당 공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거나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함께 뽑는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단일화 불복이 '상수'가 돼 다음 선거에서도 후보 난립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0년부터 서울시 교육감 진보 단일화 기구인 '2026 서울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원회(추진위)에 참가한 권혜진 상임대표는 "올해가 선례가 돼 서울뿐 아니라 전국 단일화 협의체가 위기에 봉착했다"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 협의를 풀어나갈지가 숙제로 남았다고 했다.
◇ 누가 누가 더 선명한가…'극우' 표심 잡으려 강경노선 걷기도
보수 후보들은 다자 경쟁 구도의 돌파구로 '선명성 대결'을 택했다. 비슷비슷한 정책을 들고나온 같은 보수 진영 후보보다 한 표라도 더 받기 위해 경쟁하듯 강경 노선을 걸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성소수자 혐오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반대를 사실상 1호 공약으로 밀었던 조전혁 후보는 서울 시내 곳곳에 '퀴어 동성애 교육 추방'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진보 후보뿐 아니라 교원단체, 교육·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기자회견에서 조 후보를 비판했던 윤 후보는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동성애 교육 반대 입장을 내더니 이튿날부터는 동성애 교육 반대 1인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조 후보는 혐오 경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념전까지 선거판에 끌어왔다.
토론회에서 "교육감이 된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 취소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학생들에게 가르치겠다"고 발언했던 그는 전날 청와대 앞에서 '공소 취소장'이라고 적힌 봉투를 찢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윤 후보는 대표 극우 목회자이자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만나 안수기도를 받고 "정통 보수 교육 가치 수호를 위한 폭넓은 의견 교환"을 했다.
조 후보와 윤 후보는 선거 전날까지 서로를 향해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가기도 했다.
이들 후보가 '극우' 표심 저격에 몰두하는 동안 교육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교육감 선거에서 교육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동성애', '차별금지법', '퀴어축제' 등 교육 현안과는 관련성이 적은 이슈가 채웠다.
교육계에서는 한입으로 우려와 비판을 쏟아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명시적인 교육 공약을 내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교육과 전혀 무관한 내용을 전면에 내세웠다"면서 "과연 교육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나 의심스럽다"고 짚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교육감 선거의 진입장벽이 얼마나 낮은지, 교육감 자리를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는 후보들이 많은지를 확인할 수 있던 선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 정도면 나도 출마해도 되겠구나'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음 선거에서도 나올 텐데, 이런 사람들을 제도적으로 걸러낼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현재로서는 유권자의 이성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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