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터뷰] 팔 각도 올렸다 내린 '우승 청부사' 삼성 임기영의 치열한 고민, "요즘 경기장 나오는 게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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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 팔 각도 올렸다 내린 '우승 청부사' 삼성 임기영의 치열한 고민, "요즘 경기장 나오는 게 재밌어요"

일간스포츠 2026-06-04 09:04: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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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마운드의 든든한 허리로 자리 잡은 임기영(33)의 얼굴에는 최근 여유와 웃음이 넘친다. 시즌 초반 팀 마운드가 흔들릴 때 긴 이닝을 책임지며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낸 그는 지난 2년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새 팀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치열한 고민과 동료들과의 유쾌한 호흡 속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펴고 있는 임기영을 3일 대구에서 만났다.

"뭐라도 했어야 했다" 팔 각도 올렸다 내린 치열한 고민

올 시즌 임기영의 투구 폼에는 보이지 않는 땀방울이 배어 있다. 지난 스프링캠프 당시 투구 폼에 꽤 큰 변화를 줬기 때문이다. 사이드암 특유의 정체성을 잠시 내려놓고 팔 각도를 높였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존에 불리하다는 사이드암의 약점을 지우기 위해, 스리쿼터보다는 살짝 낮은 위치까지 팔을 올려 공을 던졌다. 당시 그는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뭐라도 했어야 했다"라며 변화의 이유를 전했다.

하지만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구단 전력 분석팀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을 거친 임기영은, 투구 폼 변화가 구속이나 구위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해 결국 다시 원래 각도로 팔을 내렸다.

3월 오키나와 캠프에서의 삼성 임기영. 삼성 제공


임기영은 "ABS가 잡아주든 안 잡아주든, 일단 내 장점을 살려 던지고 보자고 마음먹었다. 좋았던 것을 잃어버리고 안 좋은 것만 생각하다 보니 지난 2년간 결과가 안 나왔던 것"이라며 "사실 구장마다 ABS 존의 편차가 조금씩 있긴 하다. 하지만 그 부분을 중계를 통해 분석하고 공부하며, 경기에 나설 때는 마음 편히 내 폼으로 던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담담히 밝혔다.

"제가 더 물어봐요" 후배 배찬승에게도 질문한다

삼성 마운드의 중고참인 임기영은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동료들에게 전수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과거 잦은 등판으로 인한 과부하와 밸런스 붕괴를 겪어본 그는 "체력이 한순간에 떨어지면 밸런스를 잡기 힘들다. 많이 던지는 투수들에게 내가 겪었던 것을 자주 이야기해 준다"며 베테랑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삼성 임기영. 삼성 제공


하지만 임기영은 조언을 건네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어린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묻고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사실 제가 먼저 가서 더 많이 물어본다. 투구 폼, 몸을 쓰는 방법, 구속을 끌어올리는 요령 등을 선후배 가리지 않고 계속 질문한다"고 밝혔다.

에이스 원태인과 꾸준히 캐치볼을 하며 의견을 나누고, 우완 이승현, 이승민 등은 물론, 프로 2년 차 배찬승에게도 먼저 다가가 궁금한 것들을 묻는다고 전했다. 그는 "삼성이 투수들끼리 묻고 소통하는 문화가 정말 잘 되어 있다"며 "물론 KIA에서도 그런 문화가 좋았지만, 여기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팀원들의 색다른 시선으로 내 투구를 보고 자세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큰 공부가 된다"고 덧붙였다.

"경기장 나오는 게 즐겁다" 그의 목표는 오직 팀의 '우승'

현재 삼성에서 임기영의 역할은 화려하진 않지만 무척 중요하다. 선발 투수가 조기 강판되거나 분위기 반전이 필요할 때 어김없이 마운드에 올라,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하며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그의 몫이다.

삼성 임기영. 삼성 제공


임기영은 "긴 이닝도, 짧은 이닝도 소화해야 하는 역할인데, 이 역시 해 본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보직이 편하고 익숙하다"라며 "내 기록 자체는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 점수를 주든 안 주든 내 할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시선은 단 한 곳, 삼성의 가장 높은 곳을 향해 있다. 2017년 소속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우승 청부사' 임기영은 다시 한번 가을의 영광을 정조준한다. 임기영은 "개인 성적에 대한 욕심은 아예 없다. 목표는 무조건 팀 우승"이라면서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아 기대가 된다. 몇 년 동안 야구한 것 중에 진짜 제일 재밌게 하고 있다"며 싱긋 웃었다.

'절친' 류지혁을 향한 임기영의 '엉덩이 테라피'. 사진=라이온즈TV 캡처


에필로그 #1. '절친' 류지혁과의 '엉덩이 팡팡' 티키타카

임기영과 그의 동갑내기 절친 류지혁은 최근 특이한 경기 전 루틴을 공유하고 있다. 이른바 '궁디 팡팡'이다. 임기영이 류지혁에게 '기'를 불어넣는다는 명목으로 그의 엉덩이를 배트로 치는 장난이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4월 대전 원정 경기에서 시작된 이 장난은 류지혁이 먼저 제안했다. '궁디 팡팡'의 기운이 안타로 이어지자 좋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계속 엉덩이를 맞았고, 만약 안타를 치지 못하면 임기영이 맞는 일종의 '내기'가 됐다. 흥미롭게도 이 장난을 시작한 이후 류지혁은 20경기 가까이 안타 행진을 이어가며 계속 엉덩이를 내줘야 했다.

임기영은 "지금은 서로 귀찮아서 안 하고 있다"며 웃은 뒤 "그래도 정신이 나태해져 있거나 플레이가 풀리지 않을 때,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꽤 좋은 자극제가 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새로운 팀에 왔을 때 동갑내기 지혁이를 비롯해 친한 형들이 있어 적응이 훨씬 빠를 수 있었다"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에필로그 #2. 삼성의 푸른 심장

3일 인터뷰 자리에 나선 임기영은 특별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심장 부근에 삼성 라이온즈 로고볼이 찍힌 엑스레이 사진이 프린트된 티셔츠였다. 올해 초 팀 내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프로필에 머리나 가슴 쪽에 야구공이 합성된 엑스레이 사진을 올려 '나는 야구밖에 모른다'는 의지를 불태운 바 있는데, 이 티셔츠 역시 궤를 같이한다.

삼성에서의 새로운 시작, 팀 우승을 위한 간절한 의지를 담아 입은 걸까. 이에 임기영은 "경기 전 운동하고 걸려 있는 옷 중 눈에 띄는 걸 입고 나왔을 뿐이다. 큰 의미는 없다"라며 덤덤해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아마 (김)헌곤이 형이 나눠준 티셔츠인데 꽤 편하다"라고 웃으며 "목표는 오직 우승"이라는 묵직한 한마디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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