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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호 국전 대표는 27일 경기도 안양시 국전 본사에서 이데일리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와 만나 국전을 단순 원료의약품(API) 기업이 아닌 케미컬 토털 솔루션(CTS)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홍 대표는 “CTS의 핵심은 단순한 원료 공급을 넘어 고객의 기술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데 있다”며 “고객사의 신제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최적의 분자 구조와 공정을 제안하고 합성·고순도 정제·양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정밀화학 기반 솔루션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국전은 1972년 설립된 대신약업사를 모태로 한 50년 업력을 보유했다. 국전은 초기 수입도매 중심 사업에서 출발했지만 자체 제조 역량을 확보하며 API 제조기업으로 체질을 바꿨다. 최근에는 API 사업을 통해 축적한 유기합성과 고순도 정제 기술을 기반으로 전자소재와 바이오 영역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최근 사명을 기존 국전약품에서 국전으로 바꾼 것도 이 같은 변화와 맞닿아 있다. 홍 대표는 “제약이라는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정밀화학과 전자소재 등 미래 성장 고부가가치 소재 산업으로 사업과 철학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결정”이라며 “약품이라는 표현은 덜어냈지만 기술과 품질로 산업의 기준을 만든다는 국전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를 단순한 탈(脫)제약’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했다. 제약사업 경쟁력을 고도화하면서 소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홍 대표는 API와 전자소재 사업의 경쟁력이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고 봤다. 그는 “API 제조의 핵심인 유기합성 기술과 고순도 정제 기술은 전자소재를 만드는 기술과 뿌리가 같다”며 “고난도 유기합성, 고순도 정제, 극미량 불순물 분석 역량은 API와 전자소재 분야 모두에서 중요하게 요구되는 기술”이라고 했다.
이어 “전자소재 사업은 전혀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라기보다 국전이 가장 잘해온 정밀화학 역량을 확장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전자소재, 특히 반도체 소재에서 요구되는 기술 수준은 제약보다 한 차원 높다고 제약업계는 분석한다. 홍 대표는 “반도체 소재는 제약보다 더 극한의 고순도를 요구하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제약이 ppm(100만분의 1) 단위의 불순물 관리를 요구한다면 반도체 소재는 ppb(10억분의 1)·ppt(1조분의 1) 단위까지 정밀 제어가 필요하다.
국전은 2023년 8월 충북 음성에 약 500억원을 투자한 전자소재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음성공장은 OLED 소재, 이차전지 전해액 첨가제, 반도체 소재 등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소재 생산을 겨냥한 거점으로 여겨진다.
이선우 국전 소재기술연구소장(이사)은 “반도체 공장은 제조업 기술의 정점”이라며 “반도체는 원자 수준까지 제어해야 하는 산업인 만큼 생산 공정 역시 극도의 정밀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소장은 다우케미칼, 바스프(BASF), 유미코어(Umicore) 등 글로벌 화학·소재 기업을 거친 전자소재 전문가로 지난해 말 국전에 합류했다. 글로벌 유수 기업을 거친 그가 국전에 합류한 데에는 완성된 대기업 시스템 안에서의 역할을 넘어 직접 전자소재 사업을 일궈보고 싶다는 도전 의식이 작용했다.
홍 대표가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어린 시절 느낀 의약품 유통업의 한계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옛날 국내 제약사 영업은 자장면 배달과 비슷했다”며 “트럭 1대 분량의 약품을 납품해도 받는 돈은 100만~200만원 수준에 그쳤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 고부가가치 제품의 중요성에 눈을 뜬 것 같다”며 “고객이 줄을 서서라도 사려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고 언급했다.
국전이 소재 영역에서 노리는 지점은 단순한 을이 아니라 산업 밸류체인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슈퍼 을이다. 고부가가치 소재 영역은 여전히 일본과 독일 등 해외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분야가 많다.
국내 기업들도 국산화에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개발 난도와 양산 불확실성 때문에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국전은 이 같은 구조적 공백을 기회로 보고 수요가 꾸준하면서도 국내 공급 기반이 약한 소재를 선별해 사업화한다는 전략이다.
국전은 현재 AI 반도체 패키징 및 기판 소재 분야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 국전이 타깃하는 AI 반도체 패키징·기판용 특정 소재 시장을 약 40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국전은 이 시장에서 2030년까지 2000억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전은 주요 고객사들과 협력하며 내년 양산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용 세정액 첨가제에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4월부터는 HBM 제조용 세정액 첨가제에서 첫 매출도 발생했다.
홍 대표는 “AI 반도체 패키징·기판 소재의 양산이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전자소재 사업의 매출 기여도가 확대될 것”이라며 “2027년은 전자소재가 API를 대체하는 구조라기보다 두 사업이 균형 있게 성장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전은 완제의약품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 사례가 국전의 자회사인 케이에스바이오로직스(KSBL)다. KSBL은 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 항암제 ‘SNA-001’을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두고 있으며 동아에스티(170900)를 위탁생산(CMO) 파트너로 활용하고 있다. 해외 파트너를 통한 글로벌 판매망 구축도 추진 중이다.
전자소재 사업이 정밀화학 기반의 다각화 전략이라면 KSBL은 국전이 제약 사업 안에서 고부가가치 항암제 시장으로 올라서는 수직계열화 전략의 실험대다. 원료 공급에 머물렀던 국전이 완제 항암제와 글로벌 유통망까지 겨냥하면서 제약 사업의 부가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그는 “국전의 변화는 제약에서 축적한 기술을 더 넓은 산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이라며 “원료의약품에서 전자소재, 완제의약품까지 이어지는 정밀화학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이 먼저 찾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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