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금리와 물가의 시간으로 돌아섰다. 미국에서는 구인 건수가 2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뛰었고, 국제유가는 원유 재고 감소와 중동 긴장에 2% 넘게 상승했다. 유럽에서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예상치를 웃돌았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미국 주식 투자 규제 강화와 기술주 강세가 동시에 시장을 흔들었다.
미국 금융분석 플랫폼 매크로글라이드(MacroGlide)가 3일(현지시간) 공개한 일일 시장 요약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의 핵심 변수는 세 가지였다. 미국 노동시장 강세, 유가 상승, 그리고 중국의 해외 주식 투자 접근 제한이다.
미국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숫자는 JOLTS 구인 건수였다. 4월 미국 구인 건수는 761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 688만건과 이전치 687만건을 모두 크게 웃돌았다. 거의 2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노동시장이 강하다는 것은 겉으로는 경기 침체 우려를 줄이는 신호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는 다른 의미로 읽힌다. 구인 수요가 강하면 임금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서비스 물가와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결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명분은 약해진다.
유가도 같은 방향으로 시장을 압박했다. 미국석유협회(API)에 따르면 주간 원유 재고는 675만배럴 감소했다. 시장 예상치인 360만배럴 감소보다 훨씬 큰 폭이다. 이에 따라 WTI 원유는 배럴당 95.91달러로 2.29% 올랐다. 중동 긴장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 우려로 이어진 점도 유가 상승을 거들었다.
미국 주요 지수는 엇갈렸다. S&P500은 7609.77로 0.13% 상승했고, 나스닥100은 3만660.60으로 0.48% 올랐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5만1313.14로 0.45% 상승했다. 반면 개별 기술주는 흔들렸다. 애플은 315.20달러로 2.90% 올랐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441.31달러로 4.17% 하락했다. 알파벳도 3.86% 떨어졌다.
실적도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달러 제너럴은 주당순이익 1.78달러를 기록해 예상치 1.89달러를 밑돌았다. 울타 뷰티 역시 6.70달러로 예상치 6.90달러에 못 미쳤다. 소매업체들이 매출 활동은 유지하고 있지만 마진 압박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유럽 시장의 변수는 물가였다. 유로존 근원 HICP는 전년 대비 2.5% 상승해 예상치 2.4%와 이전치 2.2%를 웃돌았다. 전체 인플레이션도 3.2%로 집계됐다. 물가 둔화를 기대하던 시장에는 부담스러운 숫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완화적인 정책으로 빨리 이동하기 어렵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증시는 국가별로 갈렸다. 독일 DAX40은 2만5124.17로 0.48% 올랐고, 프랑스 CAC40은 0.77% 상승했다. 이탈리아 FTSE MIB는 1.61% 뛰었다. 반면 유로 STOXX50은 0.56% 하락했다. 기술주와 산업주가 일부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인플레이션과 데이터 규제 리스크가 지수 전반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유럽 개별 종목에서는 ASML이 돋보였다. ASML 홀딩은 1461.80으로 4.86% 상승했다. 유럽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긍정적 투자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반면 SAP는 3.00% 하락했다. 영국에서는 의원들이 팔란티어의 공공 부문 계약과 데이터 처리 문제를 정조준하면서 정부 서비스의 개인정보 보호와 투명성 문제가 시장 이슈로 떠올랐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중국 변수가 컸다. 중국은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접근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기 시작했다. Futu와 Tiger Brokers 같은 해외 중개 플랫폼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면서 중국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 환경이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주목할 부분은 중국 규제가 오히려 홍콩과 중국 본토 지수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항셍지수는 2만6038.32로 2.52% 상승했고, CSI300은 4914.56으로 1.45% 올랐다. 해외로 나가던 개인 투자 자금이 역내 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빅테크도 강했다. 알리바바는 130.82로 4.32% 상승했고, 텐센트는 60.33으로 9.10% 급등했다. 반면 일본 닛케이225는 6만6734.02로 0.30% 하락했고, 토픽스도 0.42% 내렸다. 기술주 강세에도 일부 차익 실현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8801.49로 0.15%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36만500원으로 3.30% 올랐다. AI 반도체와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호주 경제지표는 엇갈렸다. 건축허가는 전월 대비 3.4% 감소해 예상치보다 부진했다. 기업 총이익도 전분기 대비 1.3% 줄었다. 반면 S&P 글로벌 종합 PMI는 48.7로 이전치와 예상치를 웃돌았다. 경기 둔화 압력은 남아 있지만 서비스 경기의 바닥 확인 기대도 함께 나타난 셈이다.
상품시장에서는 금과 은이 하락했다. 금은 온스당 4488.30달러로 0.70% 내렸고, 은은 74.42달러로 1.51% 하락했다. 반면 비트코인은 6만7213.20달러로 0.68% 상승했다. 위험자산 선호가 완전히 꺾이지는 않았지만, 시장의 중심은 다시 금리와 유가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시장 흐름의 핵심은 명확하다. 미국의 노동시장은 여전히 뜨겁고, 유가는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으며, 유럽의 물가도 예상보다 끈질기다. 여기에 중국은 해외 투자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는 이제 경기 침체보다 더 까다로운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성장세는 살아 있는데 물가도 쉽게 죽지 않는 시장이다.
MacroGlide 연구원들은 “미국의 강한 구인 지표와 상승하는 유가는 향후 시장 움직임에 혼재된 신호를 제공한다”며 “노동시장 강세는 경제 안정성을 뒷받침하지만 임금 압력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통해 연준의 정책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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