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미국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한국산 수입품에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지난해 막판 협상 끝에 25%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한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새 조치가 기존 한미 합의의 ‘상한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일(현지시간)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제대로 도입·집행하지 않은 60개 경제권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10% 또는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 새 관세 체계 도입의 한 축이다.
한국은 강제노동 관련 수입 금지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거나 실질적으로 집행하지 못했다고 판단된 46개 경제권 그룹에 포함돼 최고 수준인 12.5% 관세 대상이 됐다. 같은 그룹에는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인도, 베트남 등이 묶였다. 반면 캐나다, 유럽연합(EU), 멕시코, 대만, 인도네시아, 영국 등 14개 경제권은 제도 도입 또는 부분 집행이 인정돼 10% 관세가 제안됐다.
USTR는 이들 60개 경제권의 정책과 관행이 “불합리하며 미국의 상거래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을 가한다”고 규정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성명에서 “우리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들이 강제 노동으로 만든 제품의 수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미국 노동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불공정한 운동장에서 경쟁하게 만든다”며 “우리는 더는 이러한 불균형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월 위법 판결을 내린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를 대체하기 위한 포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3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조사를 개시해 ‘강제노동 제품 수입’과 ‘과잉생산’ 두 가지를 대상으로 추가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한국은 두 분야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대법원 판결 직후 미국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일괄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해 관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이 조치는 최대 150일만 유지할 수 있어 7월 24일이면 종료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 전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새 관세 체계를 확정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총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제시하는 대신, 당초 25%로 예고됐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현재는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임시 10% 글로벌 관세가 적용 중이다.
이번 강제노동 조사 결과에 따른 12.5% 추가 관세가 확정되면, 한국에 대한 301조 기반 관세율은 기존 한미 합의 상호관세율(15%)에 거의 근접하게 된다. 여기에 과잉생산 조사 결과까지 더해질 경우 관세 수준이 합의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게 한국 정부의 최대 우려다. 예컨대 과잉생산 문제로 5%의 추가 관세가 더해질 경우, 한국에 적용되는 301조 관세율은 17.5%(12.5%+5%)로 치솟아 기존 15%를 웃돌게 된다.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당시 전제였던 ‘총 관세 15%’ 수준을 사실상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301조 조사와 후속 조치 과정에서 이익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막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향후 예정된 의견서 제출(7월 6일 마감) 및 공청회(7월 7일) 등의 절차를 통해 우리 정부의 강제노동 근절 노력을 적극 설명하면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과잉생산 분야 301조 조사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기존 한미 관세 합의에 따른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또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조만간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를 직접 만나 이번 발표와 관련된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이 국내 강제노동 관련 제도와 집행 의지를 부각하며 관세 수준을 낮추거나 조정 폭을 제한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다음 달 7일 열리는 청문회와 서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강제노동 조사 결과에 따른 관세 부과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과잉생산 조사 결과에 기반한 추가 관세 방안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으로서는 두 건의 301조 조사가 모두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대미 외교·통상 채널을 총동원해 관세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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