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애플리케이션(앱)·숙박앱·모바일상품권 분야 상생협력 방안을 이끌어냈지만, 정작 플랫폼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제도개선 성과는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률안’(온플법) 입법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가운데, 공정위 내부에서도 자율적 상생협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제도적인 규율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 셈이다.
3일 공정위가 공개한 ‘2025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를 보면 ‘플랫폼 시장에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 및 경쟁 촉진’ 과제는 23개 주요 정책과제 가운데 ‘미흡’ 평가를 받았다. 전체 23개 과제 중 미흡 등급을 받은 과제는 플랫폼 정책을 비롯해 ‘공정거래 자율준수 문화 정착 및 분쟁조정 활성화’, ‘전자상거래 분야 법위반행위 시정’ 등 3건에 불과하다.
이번 평가는 민간 전문가 21명과 공정위 기획조정관 1명으로 구성된 자체평가위원회가 맡았다. 위원회는 혁신경쟁촉진·대기업집단·상생협력·소비자·행정관리역량 등 5개 소위원회로 나눠 23개 주요 정책과제의 성과 달성도와 정책 효과성 등을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위는 플랫폼 정책의 주요 성과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등 플랫폼 관련 입법안 검토, 배달앱·숙박앱·모바일상품권 분야 상생협력 방안 이행 지원 등을 제시했다. 배달앱 분야에서는 중개수수료 인하를 유도했고, 모바일상품권 분야에서는 수수료 인하와 정산주기 단축을 담은 상생방안을 시행했다. 숙박앱 분야에서도 수수료 인하와 자율분쟁조정협의회 운영을 지원했다.
하지만 평가위원들은 다만 이 같은 성과가 대부분 지난해 마련한 상생협력 방안의 이행에 그쳤다고 봤다.
보고서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노력했지만, 성과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며 “가시적 성과가 상생협력 방안 이행에 집중된 만큼 실질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정위 역시 개선 과제로 “플랫폼 규율체계 수립을 통해 민간의 상생협력 방안을 보다 안정적으로 제도화하고 불공정거래행위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플랫폼 자율규제 정책의 한계를 공정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정부는 그동안 배달앱·숙박앱·모바일상품권 분야에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자율적인 상생협약 체결을 유도해왔지만,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구조나 입점업체 보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이번 평가는 주 위원장이 온플법 제정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플랫폼 규율체계 마련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향후 입법 논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 위원장은 지난달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경쟁네트워크(ICN) 연차총회에서 “플랫폼 경제의 급속한 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소·소상공인에 대한 각종 불공정행위는 오늘날 공정위가 직면한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규율할 법의 부재 속에서 독과점화된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국회에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등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다만 미국 측이 자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 가능성을 제기하며 통상 이슈로 확대, 입법 논의 자체가 멈춰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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