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직썰] 투표율도 계산 못 한 선관위, 사상 초유의 ‘투표 먹통’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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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직썰] 투표율도 계산 못 한 선관위, 사상 초유의 ‘투표 먹통’ 사태

직썰 2026-06-03 21:41: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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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30일 강원 속초시 청학동 속초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투표용지를 인쇄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30일 강원 속초시 청학동 속초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투표용지를 인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썰 / 안중열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대한민국 선거 역사상 유례없는 ‘투표용지 고갈 사태’가 일어나며 전국 투표소가 극심한 혼란에 휩싸였다. 서울 송파, 강남, 광진 등 일부 핵심 격전지에서 투표용지가 전량 소진되어 유권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높은 투표율을 예측하지 못하고 선거인수의 50% 안팎만 미리 인쇄해 배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경직된 행정 운영이 원인이다. 선관위는 급히 용지를 이송하고 밤 9시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으나, 정계는 개표 효력과 선거 공정성을 정면으로 문제 삼으며 격렬한 후폭풍을 예고했다.

◇본투표 당일 투표소 ‘먹통’…멈춰 선 민주주의 시계

이날 오후 1시를 기점으로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 등지에서 투표용지가 바닥나기 시작했다. 오후 4시 30분을 넘기자 해당 투표소의 투표 절차는 완전히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로 치달았다.

현장을 찾은 직장인 유권자들은 직원의 안내 외에는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수 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현장 관리관들은 관할 선관위에 다급히 추가 용지를 요청했으나, 도로 정체와 물류 지연이 겹치며 즉각 보충되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기초인 투표권 행사가 현장 행정 부실로 인해 물리적으로 제약받은 순간이었다.

과천 청사 브리핑룸에서 오후 9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에게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러 투표소를 찾아준 국민에게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선거인수 50%’ 제한 지침…수요 예측 실패가 부른 인재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은 선관위의 안일한 투표수요 예측에 있었다. 중앙선관위가 밝힌 수치를 보면, 이번 본투표 당시 송파구는 관내 선거인수의 50%, 강남구는 55%, 광진구는 50% 분량의 투표용지만 처음에 인쇄해 배부했다.

선관위 측은 사전투표율을 고려한 배분이라고 해명했으나, 특정 투표소에 본투표 당일 유권자가 몰릴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오후 3시 기준으로 이미 4년 전 최종 투표율을 뛰어넘는 기류가 감지되었음에도, 선관위의 현장 대응은 한 발 늦었기 때문이다.

◇정치권 “개표 불복” 배수진…사상 초유의 ‘선거소송’ 번지나

정치권은 즉각 발칵 뒤집혔다. 특히 투표 부진 현상이 집중된 강남·송파 지역을 텃밭으로 둔 여당은 조직적인 표심 왜곡 가능성을 제기하며 선관위를 항의 방문했다. 국민의힘 공명선거 안심투표위원회 신동욱 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송파와 잠실, 강남 등지가 여당 지지 성향 유권자가 많은 곳이라는 점을 짚으며, 개표하기 전에 이 부분을 명백히 설명하고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면 개표 결과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선관위는 투표 마감 시각이 지나더라도 대기 중인 유권자는 전원 투표를 마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개표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그러나 단 몇 퍼센트 포인트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지방선거 특성상, 낙선자 측이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선거소송을 제기해 일부 지역구에서 재선거를 치를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엄중한 국면으로 진입했다.

◇개표장서도 이어진 잡음…신뢰도 도마 위에 오른 선관위

용지 부족 사태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선거 관리 부실 징후가 잇따라 포착되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경기 평택 개표소에서는 경기도지사 및 교육감 투표용지를 중복 교부한 정황이 발견된 데 이어, 전량 분류하고 밀봉해야 할 잔여 투표용지가 한데 뒤섞인 채 반입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개표 현장에서는 투표함 봉인지가 뜯기거나 훼손된 상태로 이송되어 참관인들이 거세게 항의하며 수령을 거부하는 사태가 줄을 이었다. 경기와 인천 지역 투표소에서는 기표소 내부를 불법 촬영하다 적발되거나 특정 투표용지를 받지 못했다는 착오 섞인 항의 과정에서 선거 사무원을 폭행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선관위는 마감 시각 이후 투표 조치를 완료했기 때문에 유권자의 주권 박탈은 없다고 재차 선을 그었으나, 공명정대해야 할 선거 관리의 근간이 흔들렸다는 점에서 이번 제9회 지방선거는 심각한 절차적 정당성 시비라는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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