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돌아간 유권자 속출…"민주주의 꽃인 선거를 이렇게"
현장에선 대기표 발부 등…선관위 출신도 "있을 수 없는 일"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최윤선 양수연 윤민혁 기자 = 6·3 지방선거 본 투표일인 3일 서울 동남권 일대를 포함해 10여개 투표소에서 용지가 동나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른바 '소쿠리 투표'와 '투표지 반출' 사태 등 번번이 고개숙였던 선관위의 선거 관리 행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부터 서울 송파구, 강남구, 광진구, 동작구 등지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표를 행사하지 못하고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발표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적어도 10곳이 넘는 투표소가 이 같은 문제를 겪었다. 문정1동4투표소, 문정2동2투표소, 잠실2동6투표소, 잠실7동2투표소, 잠실4동5투표소 등 주로 송파구가 많았다.
또 인천시 연수구 송도5동 제1투표소에서도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잠시 대기해야 했다.
연수구 동춘1동 한 투표소에서도 20∼30명분의 투표용지가 부족해 선관위에서 투표용지를 추가로 이송했다.
서울 잠실2동6투표소에서는 오후 1시께부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 오후 4시 30분부터는 아예 투표가 진행되지 않아 유권자가 기다리다가 돌아가는 경우가 속출했다.
한 유권자는 "오후 6시 넘어서 투표소에 온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느냐"고 관리관에게 따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이대로 투표권이 사라질까 사무원들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등 현장 혼선이 빚어진 가운데 이 투표소는 마감 시각인 오후 6시가 되기 직전 용지 50장을 겨우 공급했다.
이후 추가로 투표용지가 도착하면서 오후 7시 5분께가 돼서야 건물 밖에서 대기하던 유권자가 모두 투표소로 입장할 수 있었다.
해당 투표소를 비롯해 같은 문제가 생긴 투표소에서는 '대기표'를 발부해 유권자를 식별하는 등 긴급 조처를 했다.
대기표는 통상 선거에서 마감 시각인 오후 6시 이전 투표소를 찾았음을 증명하는 표식이지만, 이번에는 고육책으로 마감 이후에 발부가 시작됐다.
오후 6시 30분께 투표를 마치고 나온 정모(48)씨는 "오후 4시 30분에 와서 이제 투표하고 나온다. 매뉴얼이 없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투표용지가 준비되지 않아 투표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했다.
'투표 지체' 사태 속 외부 인원의 투표소 입장이 금지된 이후에 투표소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린 사례도 있었다.
한 여성은 여권을 지참한 채 오후 7시 13분께 투표소에 나타났으나 결국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용지를 100% 다 인쇄하면 버려지는 용지가 많아서 다 인쇄하지 않고 일정량만 인쇄해둔다. 우리 예상보다 투표율이 높아서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언론 공지를 통해 "제9회 지방선거 투표율이 지난 선거보다 높아서 송파구 일부 투표소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해졌다. 현재 송파구 선관위에서 해당 투표소로 용지를 이송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기 중인 유권자는 투표 마감 시각이 지나더라도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있으니 용지가 부족해 오늘 투표가 불가능한 것이라는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투표용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유권자가 불편을 겪은 초유의 사태에 따른 책임론은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선관위에서 30년가량 근무한 한 퇴직 공무원은 연합뉴스에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나도 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잠실4동5투표소를 찾은 한 남성은 "초등학교 회장 선거에도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ys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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