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온도차] 반도체만 웃었다…냉랭한 경기, '성장 착시'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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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온도차] 반도체만 웃었다…냉랭한 경기, '성장 착시' 숙제

아주경제 2026-06-03 17:59: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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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특정 분야에 의지한 성장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성장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들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지만 거시경제 지표와 서민들이 체감하는 실물경제 간 괴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산업 현장 역시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는 이른바 '반도체 착시효과'가 꼽힌다. 반도체 수출 호황이 수출과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고물가·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실물경기는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9%포인트 상향한 2.6%로 제시했다. 올 하반기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와 비반도체 제조업 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경제동향·이슈'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가운데 반도체 생산능력지수는 최근 5년간 80%포인트 급증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회복이 맞물리면서 투자와 생산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비반도체 제조업의 생산능력지수는 같은 기간 14.0%포인트 하락했다.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부품 등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이었던 전통 제조업의 기초체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예정처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철강과 석유화학 업종의 가동률이 수년째 하락하고 있다"며 "고물가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내수 서비스업도 역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호조가 다른 산업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대외 불확실성이 꼽힌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는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수출 중심 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 특성상 고유가는 생산비 상승과 물가 압력을 동시에 키우는 요인이다.

달러당 1500원 안팎에서 움직이는 고환율 기조 역시 부담이다. 과거에는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됐지만 현재는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겨 내수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측면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와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제품 가격 인상을 유발하고 생활물가를 끌어올린다. 생활물가 상승은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 위축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 같은 흐름은 각종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의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3.6% 감소하며 2024년 2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설비투자 역시 3.6% 감소했고 건설업체의 국내 시공 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불변)도 1.4%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국가 경제 성장을 반도체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글로벌 AI 호황이 종료되거나 반도체 업황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경우 이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산업 기반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정처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낙수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반도체 수요가 둔화될 경우 제조업 전반에 미치는 하방 압력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며 "반도체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 다른 제조업과 내수 기반 산업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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