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가운데 하나인 SAIC(상하이자동차)가 스페인에 유럽연합(EU) 첫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추진하면서 유럽 자동차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유럽 현지 생산 체제를 확대하며 무역장벽과 관세 리스크를 우회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갈리시아 자치정부는 1일(현지시간) SAIC의 자동차 생산공장 유치를 위한 지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알폰소 루에다 갈리시아 주지사는 해당 프로젝트를 위해 약 2억3200만 달러(약 3500억 원)의 초기 투자 예산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에는 자동차 생산시설뿐 아니라 물류 허브 구축도 포함될 예정이다.
공장은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역의 페롤(Ferrol) 항구 인근에 조성될 계획이다. 갈리시아 정부는 공장이 완공될 경우 약 1000개의 직접 고용이 창출되고, 부품 공급과 물류 산업까지 포함하면 상당한 규모의 간접 고용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SAIC는 현지 공급망 구축을 위해 유럽산 부품 사용 비중을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현지 생산을 통해 유럽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프로젝트가 최종 확정되기 위해서는 스페인 중앙정부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승인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루에다 주지사는 "필요한 행정 절차와 투자 승인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내년부터 공사가 시작될 수 있다"며 "공장은 2028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2단계 확장 공사까지 완료되면 연간 최대 12만 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공장 건설을 넘어 중국 자동차 산업의 유럽 현지화 전략을 상징하는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 업체들은 현지 생산을 통한 대응 전략을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스페인 진출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 체리는 스페인 브랜드 에브로(EBRO)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바르셀로나의 옛 닛산 공장을 활용해 자동차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체리와 에브로의 합작회사는 올해 말 또는 2027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며, 2029년까지 연간 최대 15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페인이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유럽 진출 거점으로 부상하는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정책 환경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페인은 EU 회원국 가운데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 적극적인 국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중국산 전기차 규제 문제에서도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유럽 현지 생산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함께 관세 부담을 줄이고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공장 설립이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단순 수출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유럽 현지 생산과 공급망 구축을 통해 장기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며 "스페인은 이러한 전략의 핵심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Copyright ⓒ 뉴스비전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