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2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서 마감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을 넘어섰다.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겹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2.1원 오른 1516.4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519.5원까지 오르며 152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부터 이날까지 12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서 마감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1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했던 종전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 들어 1500원대 종가를 기록한 날도 24일로 늘었다. 2009년 당시 1500원대 종가를 기록한 날이 12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고환율 흐름이 얼마나 장기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날 환율 상승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키웠다. 간밤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발표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매우 빠른 속도로 협상 중"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이를 낙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동 정세 불안은 곧바로 국제유가를 자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한때 8% 넘게 급등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수입 물가와 무역수지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해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인다.
여기에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국의 이란 선박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걸프 해역을 지나던 상선을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히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는 다시 고조됐다. 미·이란 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키우며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미국 제조업 경기 지표도 달러 강세를 뒷받침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 제조업지수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미국 경기의 견조함이 확인됐다. 공급망 불안과 물가 상승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달러 자산 선호가 강화된 것이다.
외국인 자금 이탈도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6조6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18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며 국내 증시 수급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고 달러로 환전해 자금을 회수할 경우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수요가 늘어난다.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 요인도 누적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가 진정되지 않는 한 고환율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물가와 경상수지, 통화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 반등과 미국 제조업 경기 호조가 달러 강세를 지지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우위를 보였다"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고 수입업체 결제 수요도 유입되면서 환율 상단을 밀어 올렸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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