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2개월 만에 다시 3%대를 넘어섰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이 국내 물가에 반영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이는 전월 상승률인 2.6%보다 0.5%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2024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이 국내 물가를 자극하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물가 안정 흐름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석유류 가격이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4.2% 상승하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0.92%포인트 끌어올렸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22년 7월(35.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품목별로는 휘발유 가격이 23.1%, 경유는 33.3% 상승했다. 등유 가격도 21.7% 올라 2023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운송비와 물류비뿐 아니라 서비스 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유류할증료 인상 여파로 국제항공료는 전년 동월 대비 33.5% 급등하며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5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가 부담이 항공 운임에 직접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품목 중심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하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생활물가는 실제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다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농산물과 수산물 등 신선식품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 하락하며 전체 물가 상승 압력을 일부 완화했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변동을 제외한 근원물가 역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근원물가 상승은 단순히 유가 충격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 가격과 물류비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수입 물가 부담이 커지고, 이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올라서면서 통화정책에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최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성장률·물가·환율·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이번 물가 지표는 추가 긴축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중동 정세 불안까지 이어지고 있어 물가 안정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번 물가 상승은 농산물 가격보다는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인상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며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하반기 물가 안정 전망에도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원물가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통화당국 역시 물가 관리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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