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의 적자 구조가 깊어지고 있다. 보험료 인상으로 보험사가 거둬들인 수입은 늘었지만 도수치료와 비급여 주사제 등 일부 비급여 진료에 지급된 보험금이 더 빠르게 불어난 영향이다. 손해율이 다시 손익분기점을 웃돌면서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의 보험손익은 1조87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적자 폭이 2500억원가량 확대됐다.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보유계약은 3622만건에 달했지만 고질적인 적자 구조는 오히려 악화되는 모습이다.
보험금 지출 속도는 보험료 수익 증가세를 앞질렀다. 지난해 실손보험 보험료 수익은 18조원으로 전년 대비 10.0% 늘었지만, 가입자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17조원으로 11.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의 경과손해율은 전년보다 1.7%포인트 상승한 101.0%를 기록했다.
손해율 악화의 주요 배경으로는 비급여 진료가 꼽힌다. 지난해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중 비급여 보험금은 9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57.1%를 차지했다. 건강보험 가격 통제를 받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 더 많은 보험금이 쓰인 셈이다.
특히 도수치료를 비롯한 근골격계 질환 관련 보험금은 2조7000억원으로 암·뇌·심혈관질환 등 중증질환 관련 보험금 2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영양제 등 통원 비급여 주사제 보험금도 1조원 규모까지 불어났다. 로봇수술 관련 보험금은 전년보다 72.4% 증가했고 전립선결찰술과 하이푸시술도 각각 64.6%, 46.0% 늘었다.
금융당국은 비급여 중심의 보험금 누수를 줄이기 위해 5세대 실손보험 안착에 주력하고 있다. 5세대 실손은 비급여 항목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누고, 비중증 비급여의 자기부담률을 높여 과잉 이용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다.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하나손해보험 등 일부 주요 보험사는 현재 5세대 실손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판매 중인 보험사들도 보험대리점(GA) 대신 전속 설계사 채널 위주로 제한적인 영업을 펼치는 분위기다.
보험사들이 5세대 실손 판매에 소극적인 것은 실손보험이 구조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금 지출이 보험료 수익을 웃도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신규 판매를 확대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세대별 실손보험 손해율은 1세대 102.3%, 2세대 93.1%, 3세대 120.3%, 4세대 115.1%로 집계됐다. 모두 손익분기점이라 불리는 85%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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