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 논의가 지방선거 이후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여야 모두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오프라인 규제 완화 수준을 두고 이견이 있는 데다 소상공인 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법안 통과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따르면, 위원회는 최근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다. 이는 규제 완화를 위한 본격적인 법안 검토 단계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지난 2월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새벽배송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현행 유통법은 지난 2012년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확장 속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형마트와 SSM을 대상으로 오전 0시부터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매월 2일의 의무휴업일을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이 주류가 된 현재, 이커머스 업체에는 적용되지 않는 규제가 오프라인 마트에만 적용되면서 유통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시장 구조는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산업통상부와 국가데이터처 조사에 따르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합산 점포 수는 2017년 410개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362개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합산 매출액 역시 28조4000억원에서 20조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쿠팡, 네이버, SSG닷컴 등 주요 온라인 11개 사의 매출은 2020년 73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35조 3000억원으로 불과 5년 만에 덩치를 두배나 키우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형마트업계가 “기울어진 경쟁 환경을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이유다.
현재 국회에 올라온 개정안은 규제 완화의 범위를 두고 온도 차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이 발의한 안은 오프라인 규제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온라인 배송’에 한해서만 영업시간 및 의무휴업일 규제를 풀자는 내용이다. 반면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안은 한 발 더 나아가 오프라인 영업시간 제한을 폐지하고, 월 2회 의무휴업 규정 또한 지역 실정에 맞게 자율 조정할 수 있도록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가운데 규제 완화 측에 힘을 싣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시사하는 유통정책의 전환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지자체(부산, 대구, 서울 서초·동대문 등)의 대형마트 매출은 최소 2.8%에서 최대 7.9%까지 증가했다.
반면 전통시장과 밀접한 농축수산·전통유통 업태의 매출은 대구(2.2%), 서울(12.8%) 등 일부 지역에서 오히려 늘어났고, 부산 역시 일부 지역구에서 -2.33%~-0.13% 수준의 미미한 감소에 그쳤다. KDI는 “제한적 수준의 규제 완화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매출 감소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소상공인 진영의 반발이 거세다. 대기업 중심으로 유통시장이 더 깊게 재편되면 지역 기반 중소 유통업체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주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 류필선 전문위원은 “대형마트가 시내 곳곳에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규제가 풀리면 새벽배송을 넘어 사실상 실시간 배송이 이뤄질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소상공인이 설 자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안을 개정하기 전에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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