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월드챔피언십은 전 세계 다양한 서킷을 무대로 펼쳐지는 기술과 인간의 한계가 맞부딪히는 무대다. ‘오토레이싱’은 2026시즌을 맞아 각 그랑프리가 열리는 서킷의 역사와 특징, 레이스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F1 서킷 스토리’를 통해 팬들에게 또 다른 관전 포인트를 전하고자 한다. F1 제6전 모나코 그랑프리의 무대 ‘서킷 드 모나코’를 소개한다(편집자).
모나코 그랑프리는 F1 캘린더에서 가장 짧고, 가장 느리며, 동시에 가장 까다로운 무대다. 3.337km의 도심 도로는 현대 F1 머신에게 충분히 넓지도, 관대하지도 않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모나코는 여전히 특별하다. 속도보다 정밀함, 추월보다 예선, 공격보다 집중력이 승부를 가르는 곳. 도시 전체가 서킷이 되는 이 레이스는 1929년 첫 개최 이후 F1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서킷 드 모나코’는 모나코 몬테카를로와 라 콩다민 일대의 일반 도로를 연결해 만든 도심 서킷이다. 현재 F1 기준 코스 길이는 3.337km, 결승은 78랩 260.286km로 치러진다. 19개의 코너가 있고, 공식 결승 랩 레코드는 루이스 해밀턴(당시 메르세데스)이 2021년 기록한 1분12초909다.
모나코는 일반적인 F1 결승 최소 거리인 305km보다 짧게 운영된다. 평균 속도가 늦고 도심 서킷 특성상 주행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78랩을 모두 돈 총 주행거리는 260.286km에 그치지만 드라이버에게 요구되는 집중력은 오히려 어느 서킷보다 높다.
모나코 GP의 시작은 1929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모나코 자동차클럽 회장이었던 안토니 노게스가 모나코 공국 안에서만 열리는 대형 모터스포츠 이벤트를 구상했고, 이 아이디어가 몬테카를로 도심을 달리는 그랑프리로 이어졌다. 모나코 GP는 1950년 F1 월드 챔피언십 원년 일정에도 포함됐으며 현재 ‘인디애나폴리스 500’, ‘르망 24시’와 함께 모터스포츠 트리플 크라운을 구성하는 대표 이벤트로 꼽힌다.
서로 성격이 전혀 다른 세 대회를 모두 우승해야 해 모터스포츠에서 가장 상징적인 업적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트리플 크라운을 모두 달성한 드라이버는 현재까지 그레이엄 힐이 유일하다. 힐은 모나코 GP에서 5승을 거뒀고, 1966년 인디애나폴리스 500, 1972년 르망 24시에서도 우승하며 세 대회를 모두 제패한 유일한 드라이버로 남아 있다.
모나코가 특별한 이유는 서킷 그 자체가 도시라는 점이다. 전용 시설 안에서 레이스를 치르는 대부분의 서킷과 달리 모나코에서는 평소 자동차와 사람이 오가는 도로가 레이스 주말 동안 F1 트랙으로 변한다. 항구, 카지노, 호텔, 터널, 수영장 주변 도로가 하나의 흐름으로 묶이며 모나코만의 독특한 시각적 장면을 만든다.
모나코는 영화와 영상 콘텐츠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 ‘아이언맨 2’의 모나코 그랑프리 장면처럼 항구와 호텔, 도심 서킷이 결합된 풍경은 속도와 럭셔리, 위험이 공존하는 모나코의 이미지를 대중문화 속에 각인시켰다. 이처럼 모나코는 레이스 트랙이면서 동시에 영화적 장면을 만들어내는 도시 무대다.
그러나 화려한 풍경과 달리 주행 난도는 매우 높다. 트랙 폭이 좁고 가드레일이 가까워 실수를 허용하지 않아서다. 평균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드라이버는 매 랩마다 벽을 스치듯 달려야 한다. 작은 락업이나 라인 이탈도 곧바로 접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모나코에서는 머신의 최고속보다 저속 접지력, 조향 반응, 드라이버의 집중력이 더 중요하다.
모나코의 승부는 대부분 예선에서 시작된다. 추월이 극도로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직선 구간이 짧고 트랙 폭이 제한적이라 뒤차가 앞차보다 빠르더라도 추월 공간을 만들기 어렵다. 폴포지션에서 1번 코너 생트 드보트 제동 지점까지의 거리도 짧아 스타트 이후 순위 변화 폭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모나코에서는 토요일 예선 한 바퀴가 일요일 결승 결과의 큰 부분을 결정한다.
2024년 샤를 르클레르의 우승도 이를 잘 보여준다. 르클레르는 폴포지션에서 출발해 자국 그랑프리 우승을 완성했다. 모나코에서 예선 한 바퀴가 결승 결과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킨 장면이었다.
[모나코 주요 기록]
서킷명: 서킷 드 모나코
위치: 모나코 몬테카를로·라 콩다민 일대
첫 개최: 1929년
F1 월드 챔피언십 첫 개최: 1950년
현재 코스 길이: 3.337km
결승 랩 수: 78랩
결승 거리: 260.286km
코너 수: 19개
레이스 랩 레코드: 1분12초909, 루이스 해밀턴, 메르세데스, 2021년
최다 우승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 6승
최다 폴포지션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 5회
‘미스터 모나코’: 그레이엄 힐
트리플 크라운 구성 대회: 모나코 GP, 인디애나폴리스 500, 르망 24시
출발 직후 만나는 1번 코너 생트 드보트는 첫 번째 승부처다. 짧은 직선 끝에서 여러 대가 한꺼번에 몰려 스타트 직후 접촉 위험이 높다. 이곳을 지나면 보 리바주 오르막이 이어지고, 머신은 카지노 스퀘어를 향해 고도를 높인다. 보 리바주와 카지노 구간은 모나코 특유의 고저차와 도시 레이아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카지노 스퀘어를 지난 뒤에는 미라보와 그랑 호텔 헤어핀이 이어진다. 특히 그랑 호텔 헤어핀은 F1에서 가장 느린 코너로 꼽힌다. 조향각이 극단적으로 크고 속도는 매우 낮아 이곳에서 라인을 놓치면 다음 구간까지 리듬이 무너진다. 모나코가 단순히 빠른 서킷이 아니라 정밀한 조작의 서킷으로 불리는 이유를 보여주는 구간이다.
포르티에는 터널 진입 전 중요한 코너다. 이곳에서의 탈출 속도가 터널 구간의 최고속에 직접 영향을 준다. 터널은 모나코를 상징하는 대표 구간이다. 드라이버는 밝은 도심에서 어두운 터널로 들어갔다가 다시 강한 빛 아래로 빠져나온다. 시야 변화가 크고 터널 출구 직후에는 누벨 시케인을 향한 강한 제동이 이어진다.
누벨 시케인은 모나코에서 보기 드문 추월 시도 지점이다. 터널에서 충분한 속도를 얻고 앞차의 슬립스트림을 활용하면 제동 구간에서 공격이 가능하다. 다만 공간이 좁고 탈출 라인이 제한적이어서 무리한 시도는 접촉이나 코스 이탈로 이어지기 쉽다.
후반부의 타바크와 수영장 구간은 리듬이 중요하다. 특히 수영장 구간은 빠른 방향 전환과 벽에 가까운 라인이 동시에 요구된다. 예선에서 드라이버들이 가장 과감하게 시간을 줄이는 곳 중 하나지만 실수하면 그대로 가드레일에 부딪힌다. 마지막 라 라스카스와 안토니 노게스는 한 바퀴의 마무리를 결정하는 구간이다. 예선 랩에서는 이곳의 작은 실수 하나로 폴포지션이 사라질 수 있다.
[모나코 주요 승부처]
생트 드보트: 스타트 직후 만나는 1번 코너. 짧은 거리 안에서 여러 대가 몰리기 때문에 접촉 위험이 높은 첫 승부처다.
보 리바주: 생트 드보트를 지나 카지노 방향으로 올라가는 오르막 구간. 모나코 특유의 고저차가 두드러진다.
카지노 스퀘어: 모나코의 상징적인 장면이 나오는 구간. 방향 전환과 차체 안정성이 중요하다.
그랑 호텔 헤어핀: F1에서 가장 느린 코너로 꼽히는 구간. 극단적인 조향각과 저속 접지력이 요구된다.
포르티에: 터널 진입 전 코너. 탈출 속도가 터널 구간 속도에 직접 영향을 준다.
터널: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다시 강한 빛 아래로 나오는 시야 변화가 큰 상징 구간이다.
누벨 시케인: 터널 이후 강한 제동이 이뤄지는 구간. 모나코에서 드물게 추월 시도가 나오는 곳이다.
타바크·수영장 구간: 빠른 방향 전환과 벽에 가까운 라인이 필요한 고난도 구간이다.
라 라스카스·안토니 노게스: 마지막 섹터의 핵심. 예선 랩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구간이다.
모나코를 가장 잘 설명하는 드라이버는 아일톤 세나다. 세나는 모나코에서 통산 6승을 거두며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폴포지션도 5회 기록했다. 세나가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모나코의 상징이었다면 그 이전 시대를 대표한 인물은 그레이엄 힐이었다. 힐은 1960년대 모나코에서 5승을 거두며 ‘미스터 모나코’라는 별명을 얻었다.
모나코에서 강했다는 것은 단순한 우승 횟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곳은 드라이버가 벽과 몇 센티미터 차이로 달리면서도 한 바퀴 전체를 완벽에 가깝게 연결해야 하는 무대다. 세나와 힐이 모나코의 상징으로 남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모나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은 2024년 르클레르의 우승이다. 모나코 출신인 르클레르는 그해 자국 그랑프리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며 오랜 기다림을 끝냈다. 모나코에서 태어난 드라이버가 F1 월드 챔피언십 모나코 GP를 제패했다는 점에서 이 승리는 현지 팬들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남겼다.
모나코의 특별함은 체커기 이후에도 이어진다. 일반적인 그랑프리 시상식과 달리 모나코에서는 전통적으로 왕실 구성원이 직접 트로피를 수여한다. 왕실 박스 앞에서 진행되는 시상식은 모나코 GP를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공국의 대표 의전 행사로 보이게 만드는 장면이다. 레이스가 끝난 뒤에도 모나코만의 품격과 상징성이 이어지는 이유다.
[모나코가 특별한 이유]
도시 전체가 레이스 무대가 되는 도심 서킷
1929년 시작된 F1 대표 클래식 이벤트
모터스포츠 트리플 크라운을 구성하는 그랑프리
항구와 호텔, 카지노가 어우러진 영화적 풍경
대중문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소비된 럭셔리 이미지
모나코 왕실이 함께하는 독특한 시상식 전통
추월보다 예선과 정밀함이 중요한 레이스 구조
2026년 모나코 GP에는 또 다른 역사적 장면도 더해진다. 맥라렌은 이번 모나코에서 F1 통산 1000번째 그랑프리를 맞는다. 맥라렌의 F1 첫 출전도 1966년 모나코였다. 당시 창립자 브루스 맥라렌이 M2B를 몰고 팀의 첫 F1 레이스에 나섰고 60년 뒤 같은 무대에서 1000번째 그랑프리를 치르게 됐다. 맥라렌은 이를 기념해 모나코와 스페인 GP에서 특별 리버리를 사용한다.
기술적으로도 2026년 모나코는 흥미로운 변수를 안고 있다. 2026년 F1 규정에서 핵심 요소로 떠오른 액티브 에어로의 스트레이트라인 모드가 모나코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사용되지 않는다. 액티브 에어로는 주행 상황에 따라 앞뒤 윙의 각도를 조정해 공기저항과 다운포스를 바꾸는 기술이다. 그러나 모나코처럼 런오프 공간이 거의 없는 도심 서킷에서는 터널 출구 이후 속도가 과도하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는 모나코가 여전히 현대 F1 기술의 흐름까지 조정하게 만드는 특수한 서킷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모나코는 자주 논쟁의 대상이 된다. 추월이 어렵고, 레이스 전개가 예선 순위에 좌우되며, 현대 F1 머신에게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모나코의 가치는 다른 곳에 있다. 이곳은 드라이버가 한 바퀴를 얼마나 완벽하게 연결할 수 있는지, 팀이 트랙 포지션을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압박 속에서 실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모나코는 현대 F1의 추월 중심 흐름과는 맞지 않는 서킷일 수 있다. 그러나 F1이 여전히 모나코를 캘린더의 중심에 두는 이유는 이곳이 속도 경쟁을 넘어 브랜드, 역사, 기술, 드라이버의 정밀함이 동시에 드러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F1에는 더 빠른 서킷도, 더 긴 직선도, 더 많은 추월 기회를 주는 트랙도 있다. 하지만 도시 전체가 레이스 무대가 되고, 예선 한 바퀴가 그랑프리의 운명을 바꾸며, 벽과 몇 센티미터 차이로 영광과 리타이어가 갈리는 곳은 모나코뿐이다.
3.337km의 짧은 도심 도로. 78랩 동안 이어지는 집중력의 시험. 모나코는 낡은 전통이 아니라 F1이 여전히 드라이버의 정밀함을 가장 순수하게 검증받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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