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기업은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주주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미래 실적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할 수 없거나 시장의 기대감에 미치지 못한다면 신뢰를 잃고 자본시장의 냉혹한 평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국내 IT 플랫폼 생태계를 양분하며 이끌어 온 네이버와 카카오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자체 AI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해 생태계를 확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AI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반도체 시장에 몰리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외면을 받아왔다.
올해 코스피 지수가 4000대 초반에서 시작해 8000대를 넘는 고성장을 기록하는 동안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오히려 20~30%대의 하락세를 보이며 국내 대표 IT기업이자 AI 기업으로의 입지가 약화된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네이버는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와의 동맹이 구체화하며 이틀 연속 주가가 폭등하며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초의 본사 총파업 위기와 사법 리스크라는 내우외환에 휩싸여 주가가 신저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 젠슨 황-이해진 '독점 회동' 임박…네이버, 엔비디아와 파트너십
지난 1일 네이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6.03% 오른 27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26.67% 급등한 30만4000원까지 치솟으며 시장에 강력한 충격을 줬다. 젠슨 황 효과에 힘입어 외국인과 기관의 강력한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결과다. 전 거래일인 지난달 29일에도 14% 급등하면 이틀 연속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네이버 주가 급등의 핵심 기폭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소식과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과의 회동 기대감이다. 황 CEO는 대만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 2026’ 기조연설에서 네이버클라우드를 글로벌 AI 네이티브 클라우드 핵심 파트너로 공식 소개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업계에서는 황 CEO와 이해진 의장의 이번 만남이 가져올 기술적·사업적 시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공식 파트너를 통해 네이버는 엔비디아의 단순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고객을 넘어 AI 인프라 구축부터 서비스 적용까지 연결하는 글로벌 ‘풀스택 파트너’로 입지를 다지게 됐다.
구체적으로는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 및 로보틱스 역량과 엔비디아의 3D 시뮬레이션 플랫폼인 ‘옴니버스(Omniverse)’ 및 ‘아이작 심(Isaac Sim)’을 결합한 차세대 ‘피지컬 AI’ 플랫폼 구축 협력이 본격적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특정 국가가 빅테크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AI 주권을 확보하는 ‘소버린 AI’ 동맹 시너지도 극대화될 전망이다. 엔비디아가 한국에 배정한 GPU 26만 장 중 가장 많은 6만 장이 네이버클라우드에 할당된 상태다.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AI 구축 역량에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프라가 결합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디지털 트윈 이식 및 태국 시암AI와의 협업 등 중동과 동남아 중심의 글로벌 소버린 AI 영토 확장에 전례 없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 사상 초유의 총파업 위기…사법 리스크도 남아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한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네이버 주가가 16% 급등한 날 같은 날 카카오는 1.79% 상승한 4만2700원에 마감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말에는 장중 3만8500원까지 고꾸라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완연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2114억원을 기록하는 깜짝 실적을 거두고도 시장과 투자자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시점에서 카카오의 발목을 가장 강하게 잡고 있는 암초는 창사 이래 최초로 예고된 본사 총파업 리스크다. 성과금을 포함함 임금협상을 진행 중인 카카오 본사 노사는 지난달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마저 최종 결렬되면서 노조가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다.
카카오 노조는 오는 10일 판교역 광장 집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파업 행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파업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핵심 자회사 노조까지 공동 총파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 서비스 중단 우려와 신작 게임 개발 일정 차질 등 경영 전반이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경영진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역시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 시세 조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창업자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함에 따라오는 24일 2심 첫 공판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올해 야심 차게 공개한 통합 AI 브랜드 ‘카나나(Kanana)’와 ‘카나나 인 카카오톡’ 서비스도 구체적인 수익 모델이나 기술적 차별점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기술 완성도 제고 및 파트너사 연동에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며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 엇갈린 네이버와 카카오, AI 성과 입증 '공통 과제'
두 기업의 엇갈린 행보는 AI 시대를 맞이하는 방식의 차이로 귀결된다. 네이버가 엔비디아·AMD와의 파트너십, 사우디·중동 데이터센터 동맹, 국방 AI 진출 등을 통해 글로벌 인프라·소버린 AI 플레이어로 변신을 시도하는 동안 카카오는 국내 플랫폼 의존도와 노사 갈등, 지배구조 논란 등 기존 리스크 관리에 발목이 잡혀 있는 구도다.
오는 5일 방한하는 젠슨 황과의 회동 결과에 따라서 구체적인 합작 프로젝트와 수주 실적이 발표된다면 네이버 주가의 상승세는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사업에서 탈락하며 체면을 구겼던 네이버가 이번 파트너십으로 어떠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파업 위기를 포함한 노사 갈등을 얼마나 빠르게 수습하고 AI 에이전트·슈퍼앱 전략을 통해 실질적인 실적 개선으로 연결시키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메신저 플랫폼 기반 내수 시장의 한계가 명확한 만큼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 전략도 시급하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확실한 실체를 가진 글로벌 AI 연대로 성장 동력을 입증한 반면 카카오는 신뢰 자산의 붕괴로 밸류에이션 하단에 갇혀 있다”며 “카카오가 노사 갈등 봉합과 거버넌스 투명성 확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보여주지 않는 한 시장의 싸늘한 시선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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