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왕비 참석 시상식서 2위·클라라 관객상으로 두 차례 시상대
10일부터 벨기에 돌며 수상자 공연…"살짝 주인공병, 얼른 관객 만나고파"
30도 넘는 무더위 속 결선 무대서 "더위 먹은 듯" 아찔한 순간도
(워털루<벨기에>=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어제까지만 해도 변화를 잘 못느꼈는데, 이제야 비로소 조금 실감이 나네요."
2일(현지시간) 벨기에 워털루에 있는 음악 고등교육기관인 '퀸엘리자베스 뮤직 샤펠'에서 열린 올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공식 시상식에서 가장 인기를 끈 수상자는 스무살의 한국 첼리스트 김태연(20)이었다.
지난 달 31일 폐막한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거침없는 연주로 무대를 압도하며 2위와 관객상을 거머쥔 김태연은 마틸드 벨기에 왕비가 참석한 이날 시상식에서 참석자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 2차례 수상대에 등장해 새로운 첼로 스타 탄생을 알렸다.
벨기에 네덜란드어권 공영 방송국 VRT의 클래식 채널 클라라(Klara) 청취자들이 선정하는 '클라라 관객상' 시상자로 나선 VRT 방송국 관계자는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그가 연주한 루토스와프스키 협주곡을 들으며 음악이 담고 있는 캐릭터와 감정에 빠져드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김태연이 이 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극찬을 보냈다.
시상식 후 김태연 주변에는 축하 인사를 건네고,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나이가 지긋한 한 여성 참석자는 김태연에게 "당신이 연주하는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며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담대하고, 열정적인 연주를 할 수 있는지 물으며 사인을 요청했다.
이번 콩쿠르의 후원사인 벨기에 국립복권의 임원인 올리비에 알스틴스 씨는 "한국 젊은 음악가들 중에 뛰어난 사람이 많은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김태연의 연주는 특히 듣는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며 동갑내기인 자신의 딸에게 보여주겠다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2022년 같은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최하영의 결선 무대도 직접 봤다는 그는 "당시 우승을 차지했던 최하영의 결선곡 루토스와프스키 협주곡도 물론 훌륭했지만, 김태연의 루토스와프스키 협주곡은 최하영의 5년 전 연주를 잊게 할 만큼 좋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태연은 이날 행사 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클라라 관객상 시상자를 비롯해 오늘 저에게 해주신 과분하고, 따뜻한 평가에 감동했다"면서 "(큰 상을 받은 것을)아직까지는 크게 못 느꼈는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김태연은 2024년 5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비톨트 루토스와프스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뒤 소위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이번 대회에서 2위 기록을 추가, 월드 스타로 한 단계 도약하게 됐다.
그는 "제가 살짝 '주인공병'이 있어서 그런지 무대에 오르는 것을 워낙 좋아한다"며 "이번 수상으로 연주 기회를 더 많이 얻은 만큼 관객들과 더 자주 만나 음악으로 교감하게 돼 기쁘다. 얼른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10일 브뤼셀을 시작으로 11일 루벤, 12일 하셀트, 13일 브뤼허 등 벨기에 주요 도시에서 1∼3위 수상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카미유 생상스의 협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한편, 김태연은 열정적인 연주를 선보인 결선 무대에서 경험한 아찔했던 뒷이야기도 털어놨다. 결선 연주 때 땀으로 범벅이 됐던 그는 "더위를 먹었는지 지정곡이 끝난 뒤 어지러움을 느껴 '큰일 났다' 싶었다"면서 "조금만 힘을 내자는 마음으로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했고, 다행히 무사히 연주를 마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김태연이 결선 무대에 선 지난 달 30일 브뤼셀은 5월로는 이례적인 섭씨 30도가 넘는 고온이 며칠째 이어진 데다 습도마저 높아 객석의 관객들도 연신 부채질을 해야 했다.
그는 첼로를 잡지 않았으면 지금쯤 뭘 하고 있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초등학교 때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했다. 아마 운동선수로 뛰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며 "어린 시절 수중발레를 했던 경험 덕분인지 팔과 다리가 길어지고 체력도 좋아져 지금 첼로를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며 웃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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