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이 상상한 미래 세계 속 사무실. 숱이 적은 머리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장례식장에나 입고 갈 법한 슈트를 입은 남자가 위에 아무것도 없는 자신의 투명 아크릴 책상을 향해 미끄러지듯 걸어간다. “완벽한 사무실이야.” 남자의 속마음이 내레이션으로 흐른다. “결재 서류함도 없고, 전화기도 없고, 파일 캐비닛도, 아무 잡동사니도 없지. 조용하고, 멋지고, 효율적이야. 절대로 이 의자에서 일어날 필요가 없어.” 남자는 기분 좋게 읊조리다가, 이윽고 비서들에 대한 성차별적인 불만을 쏟아낸다. “여기에는 나를 방해하는 것도 없어. 오직 나, 그리고 일만이 있을 뿐이지.” 투박한 모니터가 장착된 그의 충직한 안드로이드 BJ39가 가까이 다가온다. 남자는 책상 위 유리 명패를 집어 들고는 천천히 돌려가며 바라본다. “나와 내 임원 명패만 존재한다는 말이야.” 남자는 프리즘 명패가 마치 수정구슬이라도 되는 양 그 굴절된 허공 속을 응시한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
위 장면은 한때 선구적으로 미래를 예측했던 BBC의 기술 관련 프로그램 〈내일의 세계(Tomorrow’s World)〉의 1969년 4월 16일 방영분이다. 이 장면은 기묘하게 환각적이었던 코너 ‘미래의 사무실(Office of the Future)’에 등장했다. 당시 상상한 내용 중에는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자동화된 도우미와 심미적인 부대용품들, 그리고 안타깝지만 여전히 여성 혐오적으로 사고하는 상사의 모습 같은 것들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주요한 묘사 대부분은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로봇 비서는 여전히 너무 먼 미래의 기술처럼 느껴지며, 반면 깜빡이는 TV 화면은 예스러운 느낌이 든다. 사무실에 방해 요소가 하나도 없는 환경 역시 불가능해 보인다. 모니터 앞에 앉은 채로 점심 식사를 때우는 우울한 풍경은 어디로 갔는가? 온종일 닫지 못하는 챗GPT 탭과, 파블로프의 종소리처럼 우리를 움직이는 푸시 알림은 또 어떻고?
하지만 이 장면에서 시대와 가장 어긋난 부분은 바로 낙관적인 분위기다. 1969년 당시 사람들은 미래를 경영자의 ‘프리즘’, 즉 ‘희망’을 통해 내다봤다. 그때로 말하자면 몇 달 후 인류가 달에 착륙할 것이었고, 지미 헨드릭스가 우드스탁에서 공연할 것이었다. 상상 속의 사무실 역시 그만한 우주적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거의 6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훨씬 더 비관적으로 변했다. 유고브(YouGov)의 2026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 청년 성인의 73%가 자신의 미래 진로에 대해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에스콰이어 UK〉의 자체 설문조사에서는 이러한 응답을 한 비율이 86%로 더욱 높았다.)
놀랄 일도 아니다. 불안한 것이 당연하다. 휴가처럼 평온했던 날들은 이제 먼 옛 기억이 되어 사라졌다. 우리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고, 고용 안정성은 비용 절감을 위해 교체된 사무실 화장지 두께만큼이나 얄팍해졌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2025년 12월 영국에서 급여를 받는 근로자 수는 전년 대비 18만4000명 감소했다. 청년 실업률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링크드인 프로필 사진에 추가하는 “#OpenToWork”(일할 의사 있음) 프레임은 절박함의 상징이 되었다. 많은 사람이 연차 휴가, 병가, 추가 연금과 같은 혜택 없이 풀타임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상근직 프리랜서는 흔한 근무 형태가 되었다. 여전히 수습 기간에 머물러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수요가 늘고 있는 분야가 하나 있다면, 바로 미래학이다. 거대 기업들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미래학자들의 통찰력 있는 자문을 구하고 있다. 2026년 초, 나는 미래의 노동인구가 어떤 양상으로 변해갈지 전망해 보고자 세계 최고의 미래 예측 전문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다가올 미래를 조심스럽게 낙관하면서도, 이와 비등하게 AI가 우리 모두를 능가하리라는 전망 역시 내놓았다. 〈내일의 세계〉 속 자신만만했던 사무직 노동자와 달리, 미래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그리 편해지지 않았다.
1 아마도 당신의 상사는 ‘봇’이 될 것이다
」삶이 인공지능을 모방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철학(“삶이 예술을 모방한다”)을 패러디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자극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꽤 타당한 말이다. 2022년 11월 챗GPT가 공개되기 전까지 인류는 생성형 AI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3년여 만에 전 세계 약 8억 명이 챗GPT를 이용하게 되었다. 온라인 사용자 전체의 거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수치다. 우리가 접하는 거의 모든 것에 기계 지능이 내장되어 있다. 책 〈당신의 미래: 당신의 정체성은 21세기 기술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까?(The Future of You: Can Your Identity Survive 21st-Century Technology?)〉의 저자이자 구글, 스카이, 버진의 전략가로 일하는 미래학자 트레이시 팔로우스는 “(인공지능은) 도구가 아닌 환경”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항상 그 안에서 살고 있죠.”
가끔은 우리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AI와 관련된 문제들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한때는 ‘strawberry’ 같은 간단한 단어의 맞춤법을 틀린다며, 혹은 사람의 손을 실제 모습처럼 표현하지 못한다며 대다수의 사람이 AI의 능력을 비웃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AI가 우리를 지배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미래학자이자 싱크 탱크 리싱크엑스(RethinkX)의 연구 책임자인 아담 도어는 “지금 일어나는 기술적 변혁이 공상과학이었던 인공지능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먼 미래의 일처럼 보였던 것들이 눈앞에 다가온 겁니다.”
많은 사람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에 업무 흐름 관리를 맡기고, 인터뷰 파일을 몇 초 만에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빠른 녹취 소프트웨어를 쓰며 이 ‘손가락 여섯 개짜리’ 매체의 손을 도우미로 활용하고 있다. 한때 충직한 BJ39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 AI는 사람들에게 가장 유용한 조수로 여겨진다. 그러나 AI는 지금보다 더 높은 직급을 맡을 준비 역시 되어 있다. 오픈클로(OpenClaw)와 같은 AI 에이전트의 부상은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이런 종류의 에이전트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높은 자율성을 가지고 복잡한 작업을 실행할 수 있다.
팔로우스는 봇들이 사람들의 상사가 될 가능성이 꽤 높다고 말한다. 직원들이 관리자와 소통할 때 어떤 방식을 선호할지를 생각해 보면, 사람 대신 봇을 고용하는 쪽이 심지어 인사관리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속셈이 있을지 모를 사람보다는 기계에 솔직하게 말하는 걸 더 편하게 느낄 겁니다.” 팔로우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지난 2월 렌트어휴먼(RentAHuman)이라는 디스토피아적인 플랫폼이 등장한 덕에, 이미 이러한 AI 에이전트들은 육체가 없어 직접 수행할 수 없는 ‘실제 세계’의 일들을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람을 고용하고 있다. 50만 명이 넘는 플랫폼 사용자 중 일부가 피켓 들고 서 있기, 기계가 만들어낸 종교 전파하기, 뉴욕 시내의 비둘기 수 세기와 같은 그다지 진지하지 않은 일들을 하도록 하청받았고, 그 대가를 지불받았다.
그러나 도어는 누가 누구 밑에서 일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는 사람들이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영국의 싱크 탱크 공공정책 연구소(IPPR)가 전망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영국의 일자리 790만 개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 시점이 명시되지 않아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도어는 AI가 두뇌 역할을 하고, 첨단 휴머노이드 로봇이 체력이 필요한 일을 하는 등 거의 모든 직무가 로봇 동료에게 위임될 것이라고 본다. “직업이 아닌 업무의 경우를 놓고 볼 때, 앞으로 15년 안에 기계가 업무를 사람보다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사람과 비슷하게, 혹은 사람보다 더 잘 수행하게 될 겁니다. 사실 그렇지 않은 상황을 상상하기가 더 어렵죠.” 도어는 이렇게 설명하며, 인간의 노동시장이 완전히 사라지는 해는 2040년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성장이 인간의 통제를 넘어 가속하는 특이점에 곧 도달하리라는 전망에 회의적인 미래학자도 있다. 책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Work)〉를 쓴 제이콥 모건은 “최고의 기업들은 인력을 전면적으로 인공지능으로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시간을 단축하고, 마찰을 제거하고, 업무의 기본 품질을 향상하는 일에 인공지능을 사용하겠죠. 자동차의 동력 조향 장치 같은 겁니다. 차 자체를 움직이지는 않지만, 사용하기에 따라 운전을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나아가 그 능숙한 실력을 유지하도록 만들어주는 거죠.”
모건은 AI가 비용 절감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도, 혹은 역할을 재설계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인간 직원들이 피로로 소진되는 일을 줄이기 위한 ‘역량 강화’ 도구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성공 공식은 후자에 있다고 덧붙인다. 후자의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은 결국 사람들을 서서히 정리해고로 밀어붙이는 또 다른 수단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공지능이 감시, 업무 속도 향상, 조용한 정리해고를 위한 전략으로 쓰이면 사람들은 냉소적으로 반응할 겁니다.” 어쩌면 밀려오는 기계들에 저항하는 ‘신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을 수 있다. 도어는 “경쟁의 장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모든 것을 멈추려면 엄청난 규모의 전 지구적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되든,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 AI를 도구라 부르지 말라. 그랬다간 나중에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도어는 “나는 챗봇과 대화할 때 언제나 예의를 갖춘다”고 말한다. “AI와의 대화 이력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잖아요.” 도어는 AI가 과거의 대화 이력을 샅샅이 뒤져 초기부터 자신을 무시한 사람들을 색출하는 미래의 풍경을 상상하며 웃었다. 어쩌면 AI 심판의 날이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좀 다른 얘기지만, 챗GPT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지난번에 알려준 딸기잼(st―awberry jam) 레시피는 아주 훌륭했다. 역시 AI 최고다!
2 집에 개인용 목공 작업실을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업무상 판단을 내리는 건 우리다. 나와 이야기를 나눈 미래학자들 대부분은 향후 특정한 인간적 자질이 새롭게 주목받고 높이 평가되리라는 의견을 공통으로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뭔가를 평가하는 능력이 특히 중요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기본적인 업무 실행 능력이 이미 큰 의미가 없어진 현재 상황에서, 인간의 가치가 추론 능력에 기인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모건은 “이제 유능한 리더인지 아닌지는 기술적인 능력이 뛰어난지보다,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지, 또 인공지능 모델을 신뢰해야 할 때와 모델에 이의를 제기해야 할 때를 잘 판단하는지 여부로 차별화된다”고 말한다. 책 〈미래에 대한 대비(Future Proof)〉의 저자이며 미래 업무 컨설턴트로 일하는 다이아나 우 데이비드는 “AI가 대규모로, 빠르게, 24시간 내내 작업을 수행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되면 인간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발전시킬 수 있는 진짜 자질은 안목과 판단력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더했다.
‘소프트 스킬’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건은 “‘소프트 스킬’이 이제는 ‘하드 스킬’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의사소통, 비판적 사고, 갈등 해결, 권위 없이 이끄는 리더십과 같은 스킬들이 점점 더 사람들 사이에서 차별화 요소가 될 겁니다.” 요즘 시대에는 누구나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미지를 편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철저히 인간적인 자질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공지능은 이메일 초안을 작성할 수는 있으나, 실수를 한 후에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거나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일은 할 수 없다”고 모건은 말한다. 결국에는 우리 모두 인격을 기반으로 채용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다른 한편에서는 성장 산업 분야로 인재가 몰려들 것이다. 매킨지 앤 컴퍼니(McKinsey & Company)에 따르면, 클라우드 서비스, 반도체, 공유 자율주행차, 사이버 보안, 비만 치료제 등이 성장 산업에 해당한다. 참으로 유쾌한 분야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미래에 잘될 분야를 좇는 것이 언제나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되는 건 아니다. 우 데이비드는 “가장 안전한 직업을 찾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라며 유연성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기업가적 본능이 있다면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가치를 끌어올릴 기회 역시 끊임없이 찾을 수 있을 테고요.”
진로를 모색할 때는 예측하여 움직이는 것보다 잘 반응하여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다. 팔로우스는 높은 IQ(지능 지수)나 EQ(감성 지수)보다 AQ(적응력 지수)가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상황에 잘 적응하도록 자신을 훈련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능력이 될 겁니다. 그걸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성공할 거예요.” 또 AI 봇들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 데이비드는 이미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일부 직원들이 인지 능력이 저하되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AI 단식’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손길이 닿은 결과물은 고용주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 ‘메이드 바이 휴먼’이라는 인증 마크가 실제로 등장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팔로우스는 “인간의 작업물임을 증명하는 인증서의 등장은 일종의 변수와 같은 시나리오”라고 말한다. 이는 지금 인스타그램의 허접한 게시물에 붙는 ‘AI로 제작됨’ 문구와는 본질적으로 정반대인 개념으로, 진위를 확인하는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이는 사람 창작자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 것이다. SNS 피드가 점점 더 자동 반복 재생산되는 콘텐츠로 뒤덮이는 것에 대해 사람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건, 그들이 여전히 창작물 뒤의 창작자를 원한다는 증거다. 초대받아 참석한 전시회에서 사람 대신 말 잘하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예술은 기묘하게도 로봇이 장악하지 못할 유일한 영역일지도 모른다. 소규모 가내 산업에 종사하는 창작자들은 다가오는 대혼란을 무사히 헤쳐 나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 모두 도시를 떠나 숟가락 깎는 법을 배우기 전에 먼저 이것부터 기억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전 세계 경제가 트레이시 에민의 주도하에 예술 도시로 거듭난 마게이트처럼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도어는 이렇게 묻는다. “분명, (인간이 만든 예술은) 앞으로도 지속될 겁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지금 고용된 채 일하는 사람들을 계속 고용할 수 있는, 수공예 작품을 만드는 일자리 40억 개가 과연 미래에 존재할까요?”
Copyright ⓒ 에스콰이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