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보험업계 인수합병(M&A) 시장이 ‘2강(롯데손해보험·KDB생명보험) 1약(예별손해보험)’으로 굳어지고 있다.
롯데손보와 예별손보 등 손보사 매물이 동시에 나오면서 가격 협상력은 인수 희망자 쪽으로 기울어지면서다.
반면 KDB생명 예비입찰에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사 ‘빅3’까지 참여하자 예상 밖 흥행 분위기가 형성됐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 전반의 몸값 눈높이는 낮아졌지만, 실제 원매자 관심은 자본 부담과 사업 기반, 매물 희소성에 따라 갈리고 있다”고 본다.
◇얼마나 싸게 사느냐…원매자 우위로 기운 M&A 구도
“지금은 누가 사느냐보다 얼마나 싸게 사느냐가 핵심입니다.”
최근 보험 M&A 시장 분위기에 대한 보험업계 시선이다. 보험사 매물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서 과거처럼 매도자가 가격 주도권을 쥐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는 롯데손보와 예별손보가 동시에 매물로 나와있다. KDB생명 등 생보 매물까지 거론되면서 선택지도 넓어졌다. 원매자가 서둘러 높은 가격을 써낼 이유가 줄어든 셈이다.
인수 후 자본 투입 부담이 주도권 전환 배경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이후 보험사의 자본건전성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인수 이후 추가 자금 투입 규모가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보험 라이선스 확보 자체보다 인수 후 정상화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거래 성패를 좌우하게 됐다.
예별손보 매각이 대표적이다. 예별손보 본입찰에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단독으로 참여했지만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으면서 거래가 유찰됐다. 손보 매물이 많은 상황에서 원매자들이 인수 이후 정상화 비용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예별손보 오는 30일까지 매각 재입찰을 진행해 유효경쟁이 성립되면 7월 중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매물 보험사 상당수가 자본건전성 이슈를 안고 있어 원매자가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며 “몸값을 낮춘다고 해서 모든 매물이 관심을 받는 시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롯데손보는 ‘현실적 매물’ 재평가…가격 조정이 관건
손보 매물 중 롯데손보가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인수 대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존 영업 기반과 조직, 브랜드 인지도를 일정 부분 유지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계획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매각 작업은 속도를 더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조건부 승인으로 롯데손보 매각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됐다”고 본다. 경영 정상화 방향이 구체화된 만큼 원매자 입장에서도 실사와 가격 산정의 기준점을 잡기 쉽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예별손보는 사실상 라이선스 가치 중심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지만 롯데손보는 사업 기반이 확실하다는 평가가 있다”며 “다만 롯데손보 역시 최종적으로는 가격이 얼마나 내려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KDB생명은 빅3 참전…보험 M&A도 양극화
KDB생명 매각전은 손보 시장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 예비입찰에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태광그룹 계열 흥국생명은 물론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까지 참여했다. 당초 한투와 태광그룹 중심의 경쟁이 예상됐지만 생보 빅3가 모두 참여하면서 7번째 매각 시도는 일단 흥행에 성공했다.
업계는 희소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손보 매물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생보 매물은 제한적이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매각 전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도 원매자 부담을 낮춘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KDB생명에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다만 예비입찰 흥행이 곧바로 거래 성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KDB생명 매각은 2014년 이후 여러 차례 추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 2023년에는 하나금융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실사 이후 추가 자본 부담 등을 이유로 인수를 접은 바 있다.
보험 M&A 시장은 선별 투자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손보 매물은 공급이 늘며 몸값 하락이 예상되지만, 생보 매물은 희소성과 정책적 지원 가능성에 따라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보험업 진출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원매자들이 과거보다 훨씬 냉정하게 계산하고 있으며, 향후 라이선스보다 가격, 가격보다 인수 후 부담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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