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봉준호·박찬욱 등장 절실한데…사막 보다 척박한 K-무비 등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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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봉준호·박찬욱 등장 절실한데…사막 보다 척박한 K-무비 등용문

르데스크 2026-06-02 19:40: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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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K-콘텐츠 열풍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K-무비'의 뿌리 격인 독립·예술 영화계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문화 향유 확대를 목적으로 '문화가 있는 날'을 확대·운영하고 영화 할인 쿠폰까지 배포하고 있지만 그 여파가 독립·예술 영화계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극장 자체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극장이 없으니 관객이 없고, 관객이 없으니 극장이 생기지 않는 악순환까지 가속화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국 독립예술영화 관객 수는 약 261만 명으로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SNS를 통해 독립·예술 영화들이 입소문 탄 덕분이다. 이처럼 독립·예술 영화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정작 이들을 수용할 인프라는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다. 전국 독립·예술 영화 전용 상영관은 70곳 안팎에 불과하다.

 

오랜 기간 독립·예술 영화의 명맥을 이어오던 유명 극장들조차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상황이 벌어진 결과다. 지방의 상황은 특히 처참하다. 지방의 독립·예술 영화 전용 상영관들은 이미 대부분 폐관했거나 근근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박채은 독립미디어연구소 공동대표는 "관객이 없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영화가 만날 조건 자체가 어려운 구조이다"고 지적했다. 

 

▲ 독립·예술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관련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독립예술영화관 라이카시네마에 걸린 박찬욱 감독 기획전 포스터. ⓒ르데스크

 

독립·예술 영화를 사랑하는 수많은 관객들은 지금의 현실을 두고 하나 같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라이카 독립영화관 앞에서 만난 직장인 김혜영(가명·여) 씨는 "얼마 전부터 독립·예술 영화에 관심이 생겼지만 평일 퇴근 후에나 주말에 상영하는 곳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며 "큰 맘 먹고 연차를 쓰지 않으면 관람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독립·예술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러한 인프라 부족 현상의 이면에는 정부의 문화 진흥 정책이 대기업 멀티플렉스와 상업영화 위주로 과도하게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6000원 영화 할인 쿠폰이나 문화가 있는 날 혜택은 대형 멀티플렉스의 유통 구조와 대중적인 상업영화 소비 패턴에 맞춰 설계됐다는 주장이다. 독립영화관은 보편적 복지 정책의 온기를 전혀 체감할 형편조차 되지 못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정부의 지원금 집행 실태는 독립·예술 영화계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예술영화 지원 관련 예산은 최근 3년 연속으로 삭감되며 3년 전 대비 30% 가까이 축소됐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한국 독립영화의 산실이자 대표적인 축제인 서울독립영화제의 예산안은 전액 삭감 위기를 맞기도 했다. 관련 예산안은 다시 복원됐지만 폐지·복원 자체 만으로도 독립·예술 영화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간접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립·예술 영화관들은 관객이 늘어도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입장료 안내판. ⓒ르데스크

 

다수의 전문가들은 독립·예술 영화계의 인프라 부족이 종국엔 한국 영화 산업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전 세계적가 열광하는 'K-무비' 주역들이 전부 독립·예술 영화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독립·예술 영화가 한국 영화 산업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해 해왔다는 설명이다. 영화배우 양지운(24·남) 씨는 "독립·예술 영화관이나 지역의 작은 극장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정교한 정책이 절실하다"며 "유럽의 경우 예술인과 독립·예술 영화 전용관에 대한 체계적인 쿼터제와 직접 보조금 제도를 통해 문화의 다양성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독립·예술 영화 관계자는 "독립·예술 영화는 단순한 저예산 영화가 아니라 상업 자본의 논리로부터 독립돼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감행하는 공간이다"며 "봉준호, 박찬욱 등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거장들의 출발점도 모두 독립·예술 영화였다"고 강조했다. "독립영화 생태계가 무너지면 다음 세대의 창작자를 길러낼 토양이 통째로 사라져 결국 전체 영화 산업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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