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한 끼에 1만원이 넘는 고물가 시대를 맞아 '지하철역 구내식당'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가성비와 맛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이른바 '가성비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그 인기 역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인스타그램 플랫폼 '릴스'에 업로드 된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 중 지하철 구내식당과 관련된 콘텐츠가 무려 594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의 댓글에는 "식당을 꼭 가보고 싶다" "우리 회사 근처 맛집" 등의 내용이 달렸다.
"금요일에 고구마닭갈비 나온대"…20·30 직장인들의 가성비 맛집 '지하철역 구내식당'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1%로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2024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지수 또한 119.92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직장인들의 점심 비용 부담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점심 물가 상승을 일컫는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간편결제 플랫폼 'NHN페이코'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직장인들의 평균 점심값 지출액은 9500원이다. 평균 지출이 6000원이던 8년 전에 비해 무려 1.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심지어 강남, 여의도 등 주요 오피스 상권의 경우 평균 점심값은 1만1583원에 달했다.
점심 한 끼에 1만원이 넘는 '런치플레이션' 상황이 이어지면서 외부인도 이용 가능한 '지하철역 구내식당'이 직장인들의 가성비 맛집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12일 오후 12시 30분 르데스크가 직접 찾은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구내식당은 이미 만석이었다. 오후 1시까지 운영되고 있있지만 준비된 밥과 반찬이 전부 떨어져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이날 점심 메뉴는 알마늘제육볶음, 청국장찌개, 백미밥, 맛살야채볶음, 상추쌈·쌈장, 깍두기, 샐러드, 숭늉 등이었다. 일반 식당에 비해 부족함 없는 메뉴였지만 가격은 8000원에 불과했다.
이곳을 찾은 직장인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만족스럽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직장인 김세이 씨(25·여)는 "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고 회사 동료와 함께 식당을 찾았다"며 "식당 입구에 1주일 치 메뉴가 적힌 메뉴판이 있어 맛있는 게 나올 때는 서둘러 오는 편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지서연 씨(30·여)는 "한남동 밥값이 워낙에 비싸다 보니 1주일에 3회 정도는 방문하는 것 같다"며 "메뉴가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보니 고민 없이 이곳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 환승역인 옥수역 3번 출구 인근에도 비슷한 식당이 자리하고 있다. 한강진역 구내식당 업체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보니 메뉴 구성이나 가격 모두 동일했다. 이곳 역시 점심시간만 되면 수많은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직장인 맹자영(30·여) 씨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이 비슷하다 보니 회사 인근 식당에서 식사해도 대기시간이 있다"며 "지하철역 구내식당은 대기 시간이 적고 가격도 저렴하다 보니 좋아하는 메뉴가 나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게 된다"고 말했다.
KTX 정차역(종점)인 청량리역 4층에도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 구내식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 식당의 메뉴 가격은 다른 구내식당에 비해 더욱 저렴한 7000원이다. 그렇다고 메뉴가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르데스크가 찾았을 때는 제육볶음과 양념게장, 나물, 계란프라이 등이 제공됐다. 20여 년간 청량리역 구내식당을 운영해왔다는 박순자 씨(68·여·가명)는 "역 주변 마트나 사무실에서 일하는 외부인들이 주로 찾아 온다"며 "요즘에는 물가가 오르다 보니 더욱 손님이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가격과 맛을 모두 만족시키는 구내식당의 인기는 직장인들이 느끼는 점심값 부담의 척도로 봐도 무방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 끼 식사 가격이 오르다 보니 매일 밖에서 점심을 먹어야 하는 직장인들은 되도록 저렴하면서 풍부한 메뉴가 제공되는 식당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외부인 출입을 허용하는 지자체·공공기관의 구내식당이 늘어난다면 팍팍한 살림에 허덕이는 직장인들의 부담도 조금은 줄어들지 싶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