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가능합니다", "라인 생방송도 가능합니다."
광장시장 이불 골목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대만·중국 관광객이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르면서 상인들은 중국어 응대부터 라이브커머스, 해외 직배송 서비스까지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도입하며 외국인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K-이불 열풍이 확산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존 전략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광장시장 이불 골목은 지난해부터 대만과 중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한국 쇼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불을 진공포장해 여행용 캐리어에 넣는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한국 여행 필수 쇼핑 코스로 소개됐고,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식품이나 기념품보다 이불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광장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최근 이불 골목의 주요 소비층은 사실상 대만과 중국 관광객들이다. 실제 기자가 2일 광장시장을 방문한 결과 시장 곳곳에서는 여러 채의 이불을 구매한 뒤 국제 배송 상담을 받거나 진공포장을 요청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직물 가게를 운영하는 김정진(50·남) 씨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이불 매장들은 보통 5만원 안팎의 제품을 판매하는 곳들이다"며 "국내 소비자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격 대비 품질을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외국인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상인들의 판매 방식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상품을 진열하고 손님을 기다리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외국인 소비자의 구매 성향과 이용 환경에 맞춘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일부 매장은 중국어와 대만어가 가능한 직원을 상시 배치하고 있었으며 제품별 중국어 설명문과 가격표를 별도로 준비해 놓고 있었다. 매장 입구에는 '중국어 가능합니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고, 위챗과 라인 계정 QR코드를 비치해 방문 전후에도 고객과 소통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라이브커머스는 최근 이불 골목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마케팅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일부 상인들은 대만에서 이용자가 많은 메신저 플랫폼 라인을 활용해 실시간 판매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매장 내부를 직접 보여주며 제품을 소개하고 현지 소비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다.
한 이불 매장의 중국인 직원은 "대만에서는 라인을 활용한 라이브 판매가 활성화돼 있다"며 "현지 소비자들이 방송을 보고 한국 여행 전 미리 구매하거나 방문 후 추가 주문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고객 응대 역량이 매출을 좌우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오랫동안 이불 골목에서 가게를 운영해 온 상인들은 "외국인 소비자들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손님을 경쟁 가게에 빼앗기기 쉽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시장에서는 이불을 여러 채 구매한 뒤 국제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은 스마트폰 거치대를 세워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며 매장과 제품을 소개했고, 이를 본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구매 문의를 남기기도 했다.
광장시장에서 만난 대만인 컬리(27·여) 씨는 "SNS에서 추천을 보고 방문했다"며 "중국어 설명이 가능해 제품을 비교하고 선택하기 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광객 버네사 왕(25·여) 씨 역시 "요즘은 배송 서비스가 가능해 무거운 이불을 들고 공항까지 갈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마케팅 전략도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일부 매장은 해외 배송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고 일부는 체험형 매장을 조성하거나 중국·대만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디자인을 별도로 진열하고 있었다. 또 다른 매장들은 중국권 인플루언서와 협업하거나 SNS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며 온라인 홍보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이불 골목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통시장이 새로운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내국인 중심으로 운영되던 전통시장이 외국인 관광객을 핵심 고객층으로 받아들이며 서비스와 판매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광장시장 이불 골목 사례가 전통시장 글로벌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단순한 일시적 특수가 아닌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광장시장 이불 골목은 전통시장 상인들이 스스로 해외 소비자들의 특성을 연구하고 판매 방식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사례다"며 "앞으로 전통시장 역시 내국인 중심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서비스와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역시 다국어 서비스 지원과 외국인 응대 교육 등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중국과 대만 관광객들은 한국 생활용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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