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경영계가 최근 노동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노동조합의 ‘기업 이익 배분 요구’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노동계와 첨예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2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회원사에 “기업 이익의 배분은 단체 교섭이 아니”라는 내용의 특별 권고문을 배포했다. 최근 일부 대기업 노조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형태로 조합원에게 배분하는 방안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하려 하자 경영계가 자원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최근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성과급 요구가 잇따르는 배경에는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된 영업이익 일정비율 성과급 논의가 있다. 삼성전자의 노사 임금협상 과정에서 성과급 제도화 요구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뒤 현대차·HD현대중공업·카카오 등으로 유사한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성과급이 노동자들의 실질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데다 일부 대기업의 호실적을 둘러싸고 기업 성과를 노동자와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이다.
경총은 권고문에서 “기업의 영업이익 등 경영성과를 배분하는 성격의 금품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업 이익의 배분 기준 제도화는 기업의 고유한 경영판단 사항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 노조가 기업 이익 배분을 주된 목적으로 벌이는 파업 등 쟁의행위는 목적상 위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총은 특히 기업 이익은 투자·고용·연구개발·재무구조 개선 등에 활용돼야 하는 경영 자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동조합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를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성과급 역시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는 보상수단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경총이 교섭 대상과 임금성 법리를 의도적으로 혼용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것은 성과급이든 이익공유금이든 기업이 창출한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노동자와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라고 반박했다.
특히 노동계는 경총이 현실과 판례 흐름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교섭 대상을 임금이라는 형식적 개념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성과급·복지·고용안정·교육훈련 등 다양한 의제가 교섭을 통해 결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어떤 판례도 성과급 자체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재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정면 충돌하면서 성과급과 기업 이익 배분 요구가 노동법상 어디까지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고려대 로스쿨 박지순 교수는 경총의 주장과 관련해 본보와의 통화에서 성과급 논의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이를 의무적 단체교섭 사항이나 파업 대상으로 보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노사가 합의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도 “의무적 교섭 사항은 교섭 결렬 시 파업 대상이 되는 사안인데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요구는 임금·복지·기타 대우 등 현행 노조법상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협의회나 경영참여 방식의 협의는 가능하지만 이를 파업을 전제로 한 교섭 사안으로 보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반면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은 “성과급이 근로기준법상 임금인지 여부와 노조법상 교섭 대상인지 여부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실장은 “성과급이 평균임금 산정에 포함되는 임금인지 여부는 퇴직금·체불임금 등을 따질 때의 문제이고 단체교섭 대상인지는 노동자의 처우와 노동조건에 관한 문제인지로 봐야 한다”며 “성과급 지급 기준이나 차등 지급 방식은 임금체계와 노동조건에 해당하므로 교섭 대상에서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성과급·수수료·상품권 등 다양한 금품과 처우가 교섭돼 왔다”며 “성과급을 교섭하지 말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노사 교섭 관행을 부정하는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성과급 논란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기 전에 정부가 명확한 해석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성과급 논의가 의무적 교섭 사항인지 파업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지금은 현장 혼란이 크다”며 “정부가 정확한 해석 지침을 분명히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사례도 참고할 수 있다. 일본은 성과급이나 상여금이 임금인지 여부를 둘러싼 논의는 있지만 한국처럼 퇴직금 산정 문제로 크게 번지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임금 산정 기준에서 정기적으로 매달 지급되는 돈과 일정 기간을 두고 지급되는 상여금을 비교적 명확히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통상임금이나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매달 지급되는 임금을 중심으로 보고 한 달을 넘는 주기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원칙적으로 제외한다. 평균임금을 계산할 때도 석 달을 넘는 주기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제외된다. 쉽게 말해 반기·연 단위로 지급되는 성과급은 퇴직금이나 각종 수당 계산에 자동으로 포함되지 않는 구조다. 이 때문에 한국처럼 “성과급이 임금인지, 퇴직금 산정에 포함되는지”를 둘러싼 분쟁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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