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C 타이베이 젠슨 황 기조연설… 그가 진짜로 노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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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C 타이베이 젠슨 황 기조연설… 그가 진짜로 노리는 것?

폴리뉴스 2026-06-02 18:03:04 신고

(타이베이=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 기조연설에서 AI용 PC용 칩 N1X를 선보이고 있다. 2026.6.1
(타이베이=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 기조연설에서 AI용 PC용 칩 N1X를 선보이고 있다. 2026.6.1

2026년 6월 1일, 타이베이 뮤직센터의 무대 위에 선 한 남자. 검은 가죽재킷, 흰머리, 그리고 특유의 너스레.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그는 두 시간 가까이 무대를 누비며 칩을 들어 보이고, 농담을 던지고, 또 한 번 세상의 판을 흔들었다. 그러나 그날 그가 진짜로 팔고자 했던 것은 칩이 아니었다. 그가 노린 것은 훨씬 더 거대하고, 훨씬 더 본질적인 것이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실'이 아닌 '공장(工場)'

황 CEO가 이번 기조연설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하게 못 박은 한마디가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이제 '공장'이다."

설명은 간결했다. 자동차 공장은 강철과 부품을 넣어 자동차를 찍어낸다. 반도체 공장은 웨이퍼를 넣어 칩을 찍어낸다. 그렇다면 AI 공장은? 전기와 칩, 냉각수, 소프트웨어, 그리고 데이터를 넣어 '토큰(Token)'을 찍어낸다. 토큰이란 쉽게 말해 챗GPT 같은 AI가 한 글자, 한 단어, 한 문장을 만들어낼 때마다 소비하고 생산하는 'AI 세계의 원유(原油)'다. 검색 한 번, 번역 한 줄, 그림 한 장 — 모두 이 토큰을 태워 만들어진다.

여기서 황 CEO의 진짜 노림수가 드러난다. 데이터센터가 '비용을 잡아먹는 골칫덩어리'에서 '돈을 찍어내는 인쇄소'로 바뀐다면, 기업의 회계 장부 위에서 그것은 더 이상 '경비'가 아니라 '설비투자'가 된다.

'베라 루빈(Vera Rubin)' — 6조 개의 트랜지스터, 그리고 4만 명의 엔지니어

이날의 주인공은 차세대 슈퍼컴퓨터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이었다. 미국의 천문학자 베라 루빈에서 이름을 따온 이 거대한 기계는, 트랜지스터 6조 개를 품고 있다. 이 한 줄의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일반인은 가늠하기 어렵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지구 인구 전체(약 80억 명)에게 트랜지스터를 한 사람당 750개씩 나눠줘도 남는 양이다. 그 모든 것이 농구장 하나 크기의 서버 랙 한 대 안에 들어간다.

여기에 엔비디아는 처음으로 자체 중앙처리장치(CPU) '베라(Vera)'까지 얹었다. 이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지금까지 컴퓨터의 '두뇌'는 인텔과 AMD가 양분해온 영역이었다. 황 CEO는 그 성역에 칼을 댔다. 그래픽카드(GPU)로 시작한 회사가, 이제 컴퓨터의 심장과 두뇌, 신경망까지 전부 자기 손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AI는 이제 '도구'가 아니라 '직원' 에이전틱(Agentic) AI의 시대

황 CEO가 두 번째로 힘주어 강조한 단어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였다. 풀어쓰면 '스스로 일하는 AI'다.

지금까지의 AI는 묻는 말에 대답하는 비서였다. 사용자가 "이 문서를 요약해줘"라고 시켜야 비로소 움직였다. 그러나 에이전틱 AI는 다르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도구를 찾고, 스스로 일을 끝낸다. "다음 주 출장 일정 잡아"라고 한마디 던지면 — 항공권을 검색하고, 호텔을 비교하고, 결제하고, 회의 참석자에게 메일까지 보낸다. 그 사이 인간은 커피 한 잔을 다 마시지 못한다.

황 CEO의 표현은 더 직설적이었다. "AI는 이제 동료(coworker)다." 그가 슬쩍 흘린 이 한마디는, 전 세계 사무직 노동자들의 등 뒤에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책상 위에 슈퍼컴퓨터를 — 'RTX 스파크(Spark)'와 AI PC

기조연설의 분위기를 가장 뜨겁게 달군 장면은 따로 있었다. 황 CEO가 손바닥만 한 검은색 상자 두 개를 들고 무대로 걸어 나왔을 때다. 'DGX 스파크(Spark)'. 그는 그것을 "세상에서 가장 작은 AI 슈퍼컴퓨터"라고 소개했다.

이전까지 슈퍼컴퓨터란 거대한 건물 한 층을 통째로 차지하는 괴물이었다. 그것이 이제 노트북 어댑터 크기의 박스에 들어가 책상 위에 놓인다. 가격은 수천 달러대. 연구원, 영상 편집자, 스타트업 개발자가 자기 방에서 GPT급 모델을 돌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황 CEO는 마이크로소프트, 미디어텍과 손잡고 ARM 기반 AI PC 칩 'N1X'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노트북, 태블릿, 데스크톱 — 지금껏 인텔과 AMD가 지배해온 PC 시장 한복판으로, 엔비디아가 정면으로 진격한다는 선전포고다

황의 진짜 노림수는 이제 '칩'을 파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파는 것이다.

'제품 회사'에서 '인프라 제국'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 회사였다. 게임용 부품을 만들던 그 회사가, 이제 AI 시대의 전기·수도·도로를 깔겠다고 나섰다. 칩 한 장을 파는 장사가 아니라, 도시 하나를 짓고 입주료를 받는 장사다. 한 번 깔린 인프라는 30년을 간다. 한 번 표준이 되면, 50년을 간다. 그가 지금 박는 것은 못이 아니라 말뚝이다.

그는 '경쟁'을 '의존'으로 바꾸고 있다.

CPU(인텔·AMD의 영토), HBM 메모리(SK하이닉스·삼성의 영토), 패키징(TSMC의 영토), 클라우드(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의 영토). 황 CEO는 이 모든 영토의 주인들을 적으로 돌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자신의 '베라 루빈'이라는 거대한 식탁 위로 초대한다. 함께 먹자고, 함께 만들자고, 함께 가자고. 그러나 식탁의 주인은 한 사람이다. 그 식탁을 차린 자, 그 식탁의 규격을 정한 자가 곧 주인이다. SK하이닉스의 최태원 회장과 곽노정 사장이 무대 정중앙 맨 앞자리에 앉아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를

AI 시대의 가장 무서운 적은 'AI 거품론'이다. 누군가 "이거 다 거품 아니냐"고 한 번 외치는 순간, 수조 달러의 투자가 얼어붙는다. 황 CEO는 그 의심에 정면으로 답했다. "데이터센터는 비용이 아니라 공장이다. 토큰은 비용이 아니라 상품이다. 사면 살수록 돈을 번다." 그는 회계학적 논리, 산업적 비유, 그리고 무엇보다 '시대정신'이라는 가장 비싼 상품을 함께 묶어 팔았다. 칩 하나를 파는 영업사원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혁명의 교주(敎主)로 무대에 선 것이다.

'국가'를 고객으로

이제 엔비디아의 진짜 큰손은 기업이 아니다. 국가다. 미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대만 — '소버린 AI(주권 AI)'라는 이름 아래 각국 정부가 자국 데이터로 자국 AI를 만들겠다고 줄을 선다. 한 나라가 한 번 엔비디아 인프라를 깔면, 그 나라의 AI 주권은 사실상 엔비디아의 손바닥 위에 놓인다. 칩을 파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영토'를 분양하는 것이다.

AI 인프라 구축

특히 젠슨황이 강조하는 AI 인프라 구축 능력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국가 AI컴퓨팅센터, AI 반도체, 전력망 확충등의 인프라 구축 결과에 따라 디지털 영토전쟁의 승리자는 결정된다. 플랫폼 기업의 시대는 저물고 AI인프라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 정부의 디지털 영토 주권의 향배는 AI 인프라 구축에 달려있다.

[폴리뉴스 박수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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