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KDB생명 매각전의 판이 커졌다. 당초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태광그룹 계열 흥국생명 중심의 경쟁 구도가 예상됐지만,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업계 ‘빅3’까지 가세하며 예비입찰 흥행 기대감이 높아졌다.
대형사들이 주목한 것은 단기 수익성보다 희소한 생보사 매물로서의 전략적 가치인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업 특성상 영업망과 계약 포트폴리오, 자산운용 체계를 단기간에 새로 구축하기 어려운 데다, 산업은행의 자본확충 이후 재무지표가 개선되면서 실사 참여 명분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마감된 KDB생명 매각 예비입찰에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태광그룹을 비롯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예비입찰 참여자를 대상으로 적격성 심사와 인수의향서 평가를 거쳐 숏리스트를 선정할 예정이다. 본입찰은 이르면 오는 8월 중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빅3가 본 것은…희소성·외형 확대·재무 개선
이번 예비입찰 흥행은 업계에서도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KDB생명은 그간 여러 차례 매각이 추진됐지만 번번이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보험업황 부진과 자본건전성 우려, 인수 이후 정상화 비용 등이 원매자들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생보 빅3까지 이름을 올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업계에서는 생명보험사 매물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을 흥행 요인으로 꼽는다. 보험업은 인허가 산업인 데다 영업망, 계약 포트폴리오, 자산운용 체계 등을 단기간에 새로 구축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KDB생명은 기존 생보사가 외형과 영업 기반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매물로 해석된다.
대형 생보사 입장에서도 저성장 국면에서 신규 고객과 계약 기반을 늘리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보장성보험 경쟁 심화, IFRS17(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수익성 관리 부담까지 맞물리면서 단순한 신계약 확대만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 확대와 포트폴리오 보완은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로 거론된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KDB생명은 생보사 매물이 많지 않은 시장에서 규모와 영업 기반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드문 매물”이라며 “예전처럼 단기 순이익만 보고 판단하는 시대는 지났다. 기존 사업과 합쳤을 때 자산운용, 상품, 영업 측면에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재무지표가 개선된 점도 실사 참여의 명분이 됐다. KDB생명의 올해 1분기 말 자본총계는 4842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났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말 단행한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보험손익은 95억원으로 전년 동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고, 당기순이익도 27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예비입찰 참여가 곧 강한 인수 의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있다. 대형사들이 일단 실사를 통해 매물 가치와 시장 상황을 확인하려는 차원에서 참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입찰로 넘어갈수록 가격과 건전성 부담, 인수 이후 시너지에 대한 원매자별 셈법은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본입찰 변수는 가격·자본 부담…완주 여부 주목
이번 매각전의 핵심 변수는 본입찰에서 드러날 가격 눈높이와 인수 이후 자본 부담이다. 보험사 인수는 지분을 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인수 이후 지급여력(킥스·K-ICS)비율 관리와 영업 체질 개선, 시스템 통합, 조직 재편까지 적지 않은 비용이 뒤따를 수 있다.
KDB생명의 자본건전성 지표는 외형상 개선됐다. 올해 1분기 말 K-ICS 비율은 186.1%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30%를 웃돌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2027년부터 기본자본 K-ICS 비율 기준을 도입하기로 한 만큼, 원매자들은 실사 과정에서 단순 K-ICS 비율뿐 아니라 기본자본의 충분성도 함께 따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의 지원 조건도 본입찰 변수로 거론된다. 산업은행은 매각 공고에서 필요할 경우 거래 과정에서 사전 자본확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인수 이후 부담해야 할 자본확충 비용을 일부 낮출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지만,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은 실사와 협상 과정에서 원매자별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KDB생명은 매물 자체만 놓고 보면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라면서도 “문제는 인수자가 이후 어느 정도의 자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느냐다. 산업은행이 매각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지가 최종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는 쪽은 향후 정상화 비용까지 감안해 가격을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고, 파는 쪽은 그동안 투입된 비용과 매물 가치를 반영하려 할 것”이라며 “결국 본입찰에서는 가격과 자본 부담을 둘러싼 조율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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