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 단일화가 무산된 곳이 많다보니 서울의 경우 무려 8명의 후보가 나서는 등 전례없는 '다자 구도'가 연출되면서 유권자들의 혼란은 극심해졌다.
특히, 교육감 후보들의 교육 정책이 대동소이하다 보니 이념 대결을 통한 선명성 경쟁이 벌어지면서 상호 비방, 고소·고발이 이어지며 '가장 비교육적인 선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교육 대통령', 정치 중립 이유로 후보자 검증 시스템 없어
58명 중 15명이 전과자…7명은 세금 체납
각 지자체의 교육 정책을 책임질 교육감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교육감은 교육 관련 조례안 작성과 예산안 편성, 교육 규칙 제정, 학교 등 교육기관 설치·이전·폐지, 교육과정 운영, 소속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 인사 관리 등의 막강한 권한을 갖기 때문에 '교육 대통령'이라 불린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깜깜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는 교육감 후보는 '교육의 정치 중립' 차원에서 정당 공천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교육감 후보는 정당 후보와 달리 기호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정당 기호에 익숙한 유권자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투표해야 되는지 선택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대규모 무효표로 이어진다. 제8회 지방선거 당시 전국 시도교육감 투표 무효표는 90만3249표로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 35만928표의 2.6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경우 교육감 선거 무효표만 21만7449표를 기록해 시도지사 무효표 3만8242표의 5배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독립성은 확보했지만 공천 과정에서 정당이 후보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사라지면서 후보가 난립하는 것도 문제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는 전국 16개 시도에 총 58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직전 교육감 선거 당시 17개 시도에서 57명이 출마했던 것과 비교하면 선거구는 하나 줄었음에도 후보 수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또,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는 후보도 출마에 제약이 없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58명의 후보 중 15명은 전과를 갖고 있다. 4명 중 1명이 전과자인 셈이다. 음주운전(4명), 공무 집행방해·폭력·상해(4명) 등 '질'이 나쁜 전과도 존재한다. 또 후보 7명은 세금을 체납한 이력도 있었다.
정책 보다 이념 중심 선명성 경쟁
최근 교육계 주요 현안으로는 현장체험학습 활성화, 교권 침해, 역사 교육, 고교학점제, 교육 격차, 사교육비 문제, 입시 제도, 인공지능(AI) 교육, 다문화 교육 등이 꼽힌다. 그러나 이번 교육감 선거는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 속에 정책 경쟁보다는 이념과 선명성 경쟁으로 흐르고 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 후보 4명 중 3명이 '동성애 교육 반대'를 전면에 내세우며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조전혁 후보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개최 금지를 사실상 1호 공약으로 내걸고, '퀴어 동성애 교육 반대' 현수막을 서울 곳곳에 설치했다. 김영배 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이유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겠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윤호상 후보는 처음에는 "일부 단체의 표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곧 입장을 바꿔 동성애 교육 반대 시위에 나섰고, 극우 목회자인 전광훈 목사와 만나 안수기도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진보 후보들과 교원·시민단체는 "교육에 필요한 것은 차별과 혐오의 추방"이라며 반발했다. 일부 단체는 문제의 현수막 아래 무지개색 끈이나 대항 현수막을 설치하기도 했다. 조전혁 후보는 성소수자 혐오에서 더 나아가 정치적 이슈까지 끌어들였다. 그는 선관위 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 취소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학생들에게 가르치겠다"고 발언했고, 청와대 앞에서는 '공소 취소장' 봉투를 찢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진보 진영의 정근식 후보는 "내란 극복·헌법 교육을 강화하겠다"며 "특정 사건을 단정적으로 가르치겠다는 태도는 정치적 주입"이라고 반박했다.
대전교육감 선거는 진보 진영 단일화 실패로 맹수석·성광진 후보가 각각 출마했고, 중도·보수 진영에서도 오석진·진동규·정상신 후보가 나서 5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세종, 광주, 강원, 충남, 경남 등도 4명씩 경쟁하는 치열한 구도를 보이고 있다. 경기(임태희 vs 안민석), 전북(이남호 vs 천호성)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지가 많아졌다.
정책 차별성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전체 후보 중 81%인 47명이 'AI 활용 확대'를 내세웠지만, 대부분 'AI 진학 상담'이나 'AI 학습비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초학력 제고, 교권 보호 공약도 판박이처럼 비슷하다. 1교실 2교사제, 추가 인력 투입 등이 주된 내용이다.
후보간 고소 고발도 이어져
후보간 비방과 고소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8명이 출마해 가장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 단일화에 나섰지만 결과에 불복해 독자 출마가 이어졌다. 진보 진영은 단일화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며 폭로와 고소가 잇따랐고, 보수 진영은 단일 후보를 제외한 후보들끼리 재단일화를 시도했으나 이 과정에서도 잡음이 발생해 법적 대응으로 번졌다.
전북에서는 두 후보가 서로 매수 의혹을 제기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충북에서는 교육감 후보가 지자체장 후보와 정책 연대를 맺은 것을 두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이 불거져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충남에서는 특정 후보가 '진보·민주 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문제 삼아 고발장이 접수됐고, 부산에서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이 제기됐다.
전남·광주에서는 특정 후보가 출장 중 카지노에 출입했는지를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으며, 강원에서는 사전 선거운동 논란과 무료 숙박 제공 의혹이 제기됐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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