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천장 붕괴 사고를 둘러싸고 백화점 측의 안전 대응과 사후 수습 과정 전반에 대한 부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고 당시 즉각적인 대피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이어 정밀 안전진단이 완료되기 전 입점 점주들의 현장 출입과 청소 작업을 허용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영업정지 처분과 향후 운영 계획 등 주요 사안을 점주들에게 제대로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백화점 측의 소통 방식 역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롯데백화점 등에 따르면 지난 31일 오후 3시경 부산 해운대구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지하 1층 식품관 일부 구역에서 천장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고객과 직원 등 약 150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롯데백화점은 냉각수 배관 누수로 인해 압력 변화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배관 연결 부위가 탈락하면서 천장 일부가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센텀시티점은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시설 전반에 대한 안전 점검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사고 당시 현장의 대응은 대형 유통시설의 재난 대응 수준에 걸맞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가 발생한 지하 1층에서 영업 중이던 점주들에 따르면 천장이 붕괴되고 대량의 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약 30분 동안 별도의 대피 안내 방송이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고객과 점주들은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현장을 벗어나야 했으며 상층부 영화관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일정 시간 동안 영화 상영이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지하 1층 점주 A씨는 "천장이 무너지고 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백화점 측의 공식 안내가 없어 고객과 점주 모두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며 "수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대형 유통시설에서 재난 대응이 이렇게 미흡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논란은 사고 직후보다 사고 다음 날 더욱 커졌다. 지하 1층 점주들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측은 건물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과 최종 안전점검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점주들의 현장 출입을 허용했다. 특히 누수 피해가 집중된 지하 1층 일부 구역에서는 점주들이 직접 물청소와 정리 작업을 진행하도록 안내했다.
점주 A씨는 "사고 당일 저녁 백화점 측으로부터 사원증을 지참하면 현장 출입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다음 날 상당수 점주들이 매장 정리와 청소를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점 점주 대부분이 50대 이상 여성들인데 안전 문제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없이 현장 정리를 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받아들이고 작업에 참여한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추가 붕괴나 전기 설비 이상 등 2차 사고 위험성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점주들의 현장 출입을 허용한 것은 심각한 안전 불감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건축물 사고 발생 시에는 구조 안전성 확인과 위험 요소 제거가 완료될 때까지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그러한 절차가 충분히 지켜졌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후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소통 부재 역시 점주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점주들에 따르면 백화점 관리자들은 사고 이후 '임시 휴점' 사실만 문자메시지로 전달했을 뿐 구체적인 안전점검 진행 상황이나 행정조치 결과, 향후 영업 재개 일정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특히 관할 지자체의 영업정지 처분 사실조차 백화점 공식 안내가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접한 점주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점주들은 사고 수습 과정에서 자신들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점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생계 문제다. 영업이 중단되면서 매출 손실이 발생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보상 방안이나 지원 대책은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일부 점주들은 단순한 휴점 기간의 매출 손실을 넘어 향후 고객 이탈에 따른 장기적인 피해까지 우려하고 있다.
지하 1층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점주 B씨는 "영업이 재개되더라도 소비자들에게는 이미 '붕괴 사고가 발생한 백화점'이라는 이미지가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의 영업 손실뿐 아니라 향후 매출 감소에 대해서도 본사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 시설물 사고가 아닌 안전관리 체계와 위기 대응 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밀 안전진단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점주들의 현장 출입을 허용한 것은 추가 사고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볼 수 있다"며 "사고 발생 다음 날이라고 하더라도 구조물 안전성이 완전히 확인되지 않았다면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 원칙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도 사고를 유발한 시설 관리 부실과 이후 수습 과정에서 나타난 대응 미흡은 별개의 문제다"며 "특히 대형 유통시설의 재난 대응 매뉴얼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롯데백화점 붕괴 사고에 대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전면적인 시설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또한 "백화점과 같은 다중이용시설 전반을 대상으로 안전 점검 체계를 전면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롯데백화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미루기만 할 뿐 끝내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