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기존 6개국에서 확장' 방안 보도…"핵우산 강화 극비 논의"
나토,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핵공유 자극…"우리 공격하면 보복 파괴적일 것"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미국이 핵무기 운용 자산을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추가로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나토 핵공유 체제에 참여하는 6개국 외에 추가 나토 회원국들에 핵무기 운영이 가능한 항공기를 배치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당국자들이 기존의 핵공유 참여국인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 영국 이외 국가들에 대한 배치 확대 가능성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번 논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주둔 미군과 주요 재래식 무기체계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럽 각국이 미국의 안보 공약 약화를 우려하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냉전 시기에 마련된 나토 핵공유 체제는 핵을 보유하지 않은 회원국들이 독자 핵무장을 하지 않고도 안보를 보장받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 핵공유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6개국은 미국의 핵폭탄과 핵무기 운용이 가능한 항공기를 자국 영토에 배치할 수 있도록 승인받았다. 배치된 핵무기는 미군이 보관하고 사용 권한도 미국이 독점적으로 보유한다.
핵공유 참여국 공군은 F-35, F-15 등 전투기를 활용해 핵 운용 훈련과 연습에 참여할 수 있다.
이번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핵 공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미국의 이른바 '이중목적 항공기'(DCA) 기지가 유럽 내 더 많은 국가로 확산하게 된다.
미국이 이 같은 핵 배치 확대 논의에 나선 것은 나토 동맹국들에 더 많은 재래식 방위 부담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미국의 핵우산 제공 의지는 변함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이 재래식 방위 부담을 더 많이 짊어지게 함으로써 자국의 군사적·재정적 부담을 덜어내는 동시에, 핵우산 제공을 통해 러시아를 견제하고 유럽 안보 질서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 DCA 기지 유치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는 폴란드와 발트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중 일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공통점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반복적인 핵무기 관련 발언이 일부 회원국들의 핵공유 참여 의지를 자극했다고 FT는 전했다.
특히 폴란드는 그동안 미국 핵무기 배치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안제이 두다 전 폴란드 대통령은 미국의 핵공유 체제를 자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일부 핵심 무기체계의 유럽 배치를 취소하고 병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군사 자산을 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기 위한 조치로 설명됐지만, 이란 전쟁에 동참하지 않는 유럽 국가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악감정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왔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제공해온 재래식 군사 역량을 자체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기로 했지만, 핵우산만큼은 대체 불가능한 안보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미국이 다른 전장으로 전력을 이동하더라도 유럽의 방위 태세는 추호의 빈틈도 없이 유지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사실상 러시아를 향해 "만약 그 어떤 세력이라도 어리석게 우리를 공격하려 든다면, 그 보복은 파괴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현재 논의에도 미국 핵무기 배치 확대에 관한 합의가 임박한 것은 아니라고 FT는 전했다.
이번 논의는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으며, 실제 핵공유 체제 변경으로 이어질지도 아직 불확실하다고 FT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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