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변인이 공개하는 실전 커뮤니케이션 프레임워크
AI 시대에도 대체할 수 없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의 판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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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은 기술이 아니라 전략이며, 표현이 아니라 판단이다.”
생성형 AI가 이메일을 쓰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대다. 문장을 만드는 일은 점점 쉬워지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신간 ‘기억되는 사람은 다르게 말한다’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10년 넘게 기업 홍보담당자이자 대변인으로 활동해 온 백주환 저자는 이 책에서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원리를 개인의 일상으로 가져온다.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질문에 답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며, 조직의 평판을 지키기 위해 활용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개인의 면접, 발표, 회의, 인간관계에 적용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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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기 책이라고 하면 화술이나 설득 기법, 스피치 스킬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 책의 관심사는 다르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저자는 답변을 단순한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을 해석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판단의 영역으로 바라본다.
이 같은 관점은 저자의 경력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한 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에서 미디어 환경을 경험했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 글로벌 컨설팅사 액센추어 싱가포르와 EY코리아를 거쳐 현재 오비맥주 홍보이사로 재직하며 기업의 공식 입장과 대외 메시지를 설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저자는 오랜 시간 기업의 입장을 정리하고 CEO 인터뷰를 준비하며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됐다고 말한다.
회사의 말은 이토록 전략적으로 다루면서
왜 나의 말하기에는
그만큼의 공을 들이지 않을까.
그 질문은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원칙을 개인의 삶에 적용해보는 시도로 이어졌다. 기업은 단 한 문장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예상 질문을 검토하고,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며, 답변 이후의 반응까지 고려한다. 저자는 개인 역시 면접, 보고, 협상, 갈등 상황 등에서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한다. 결국 개인의 대화도 '나'라는 브랜드의 신뢰와 평판을 관리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면접에서의 답변 구성법, 발표와 회의에서의 메시지 설계, 예상치 못한 공격적 질문에 대응하는 방법 등 실무 현장에서 검증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프레임워크를 소개한다. 특히 기업의 위기관리와 미디어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질문의 의도를 읽고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또한 이번 책을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 홍보 담당자들의 역할도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위기 이후 공개되는 사과문이나 기자회견만 보지만, 그 이면에는 가장 적절한 한 문장을 찾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는 과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회의실에서 보도자료의 문장을 다듬고, 전화기 너머에서 표현 하나를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선택한 한 줄의 말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지키고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AI가 점점 더 많은 문장을 만들어내는 시대다. 그러나 어떤 메시지를 선택할지, 어떤 답변에 책임질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기억되는 사람은 다르게 말한다’는 말 잘하는 법보다 답변의 원칙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기업이 축적해온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개인의 언어로 번역했다는 점에서 기존 화술서와는 다른 문제의식을 던진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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