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중소기업의 최대 집적지인 경기도가 ‘양적 팽창’이라는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질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체 외형은 커졌으나 개별 기업의 영세화가 심화하고 있으며, 특히 지역 고용의 버팀목인 제조업의 활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2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하 경과원)이 발간한 ‘2026년 경기도 중소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중소기업 생태계는 영세화 심화, 제조업의 구조적 위기, 혁신 역량 둔화라는 삼중고를 겪으며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 ‘덩치’만 커진 경기 중소기업…전국 평균보다 영세
‘2026년 경기도 중소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경기도내 전산업 중소기업 수는 221만6천650개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이는 전국 중소기업의 26.7%를 차지하는 수치로, 종사자 비중(26.6%)과 매출액 비중(28.2%) 역시 전국에서 가장 높다.
2020~2023년 연평균 증가율도 6.4%를 기록하며 전국 평균(4.4%)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증가'의 이면에는 중소기업의 영세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경기도 중소기업당 평균 종사자 수는 2020년 2.489명에서 꾸준히 감소해 2023년에는 2.298명을 기록, 전국 평균(2.304명)보다도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당 평균 매출액 역시 2022년(4억4천520만원)까지 증가하다가 2023년에는 4억1천990만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창업과 외부 사업체 유입으로 전체 기업 수는 늘었으나, 정작 개별 기업의 내실은 오히려 쪼그라들고 있는 셈이다.
■ ‘제조업 데드크로스’ 현실로…문 닫는 기업이 더 많다
가장 심각한 대목은 경기도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의 활력 저하다.
2024년 기준 경기도 제조업 기업의 신생률은 5.7%에 불과한 반면, 소멸률은 6.2%를 기록했다. 새로 진입하는 주체보다 경제활동을 중단하거나 문을 닫는 소멸 기업이 더 많아지는 이른바 ‘제조업 데드크로스’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러한 침체는 국세청 통계 기반의 제조업 순증 사업자 수(신규사업자-폐업사업자) 추이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경기도 내 제조업의 순증 사업자 수는 연평균 -31.6%라는 기록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전국에서 가장 가파르게 축소됐다.
이로 인해 전국 중소기업 중 경기도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32.4%)은 급격히 성장한 정보통신업(33.0%)에 밀려 도내 1위 특화 업종 자리를 내주게 됐다. 덩치는 커졌지만 정작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인 전통 제조업 생태계의 허리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정보통신업·전문과학서비스업 등 지식기반서비스업 역시 외형 성장과 달리 내실은 부실해지고 있다. 업종 전반에서 기업당 평균 종사자 수와 매출액이 동시에 감소하고 있다.
■ 혁신 엔진 R&D 조직 줄어들고, 구조적 인력난 고착화
경기도 중소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혁신 역량 지표와 고용 환경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국의 중소기업 연구개발 거점 역할을 해온 도내 중소기업 기업부설연구소와 연구개발전담부서는 2025년 기준 전년 대비 각각 -5.8%, -4.3% 감소하며 기술 혁신 활동이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다.
여기에 고질적인 인력난도 중소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도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인력 미충원율은 2024년 이후 8%대를 지속하며 구조적으로 고착화됐다. 이는 300인 이상 대기업 대비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이 64.4%에 머무는 등 심각한 고용 양극화와 임금 격차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매출액 및 상용근로자’ 기준의 ‘고성장기업’ 비율도 2024년 1.8%에 불과해 전국 평균(2.1%)을 밑돌았다. ‘상용근로자’ 및 ‘매출액’ 기준에서도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 “양적 확대서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 전면 전환해야”
경과원은 이러한 경기 중소기업 생태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 초점을 단순한 기업 수 늘리기에서 ‘질적 성장’과 ‘생존 역량 강화’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선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인공지능 전환(AX)을 촉진해 생산성을 높이고, 첨단 반도체·미래차·바이오 등 미래 신산업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형 강소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파른 성장세에도 스케일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지식기반서비스업에 대해서는 R&D, 실증, 해외 진출, 후속 투자까지 이어지는 패키지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도내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 수요와 연계한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북부지역을 위해선 유망 산업을 중심으로 지역 산업 거점화를 추진하는 한편, 기업 지원 인프라와 교통, 창업 생태계 기반을 보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창하 경과원 미래신산업부문 상임이사는 “경기도 중소기업은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성장성과 혁신역량 측면에서는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며 “제조업 경쟁력 회복과 지식기반서비스업 스케일업 중심으로 정책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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