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출범 1년 동안 성장 중심 경제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한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 육성과 자본시장 정상화에 힘입어 코스피 8000 시대를 열었고, 소비쿠폰 지급 등 내수 진작 정책도 적극 추진했다. 그러나 자산 격차 확대로 심화한 'K자형 양극화'와 부동산 시장 불안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AI 3대 강국' 내걸고 첨단산업 투자 확대…성장 드라이브
이재명 정부 출범 전 재계와 보수 진영에서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반기업·반시장 정부', '포퓰리즘식 재정 확대'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그러나 출범 1년을 돌아보면 실제 경제 정책은 '분배'보다 '성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증시 활성화와 첨단산업 육성, 적극 재정을 동시에 추진하는 실용 노선에 무게를 실었다.
이재명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은 성장 동력 확보였다. 정부는 출범 직후 'AI 3대 강국'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고 AI·반도체·바이오 등을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 최근에는 반도체·2차전지·로봇·바이오·AI 등 미래 첨단산업에 투자하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참여성장펀드'를 출범시키며 지원을 확대했다.
규제 합리화에도 속도를 냈다. 이 대통령은 재계 총수들과 여러차례 만나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그는 "기업인이 한국에서는 투자 결정을 잘못하면 감옥에 갈 수 있다고 얘기한다"며 배임죄 폐지 및 완화를 지시했다. 기업 투자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저성장 구조를 극복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 정책 전반에 반영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반도체 호황에 '코스피 9000선' 눈앞
국내 증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2일 사상 처음으로 8900선을 돌파했고 외국인 투자자 자금도 꾸준히 유입됐다. '임기 내 코스피 5000'을 공약한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과 증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주력했다. 여기에 "주가조작은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설치하는 등 시장 질서 확립에도 나섰다. 이러한 자본시장 개혁에 글로벌 AI 반도체 슈퍼사이클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증시는 강세를 이어갔다.
적극 재정으로 내수 부양…단기적 효과에 그친다는 평가도
동시에 정부는 적극 재정을 통한 내수 부양에도 나섰다. 지난해 7~10월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5~7월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하며 소비 회복과 자영업 지원에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 내수 지표도 개선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2.4를 기록하며 최근 8년 내 최고치를 나타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조사에서도 지난달 소상공인 체감경기동향지수(BSI)는 67.9로 전월보다 4.2포인트 상승했다. 중기부는 황금연휴와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등이 소비심리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소비쿠폰이 단기적인 소비 진작 효과는 거뒀지만 내수 침체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K자 양극화 심화·서울 집값 상승세는 부담
자산시장 호황 역시 국민 다수의 체감 경기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식·부동산 가격 상승의 수혜는 자산 보유 계층에 집중된 반면 무주택자와 저소득층은 높은 물가와 이자 부담에 직면해 있다. 자산 보유 여부에 따른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까지 겹치면서 서민 경제의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도 여전한 숙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여러 차례 "부동산 불패신화는 없다"고 강조해왔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예고로 한때 매물이 늘고 안정세를 찾는 듯했던 부동산 시장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5월 셋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3.42%로 지난해 동기(1.53%)의 2배 이상 급등했다. 서민 주거와 직결된 전월세 시장의 불안은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19% 올라 지난해 동기(0.48%)의 6.6배 수준을 기록했고, 월세는 지난 4월까지 누적 2.39% 상승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0.57%)보다 4배 이상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당초 예상보다 성장 강조…반도체 초과세수로 소외계층 지원 불가피"
학계에선 성장 정책을 꾸준히 이어가되 양극화 문제 해결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는 실용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분배만 강조하기보다는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추구하면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성장 정책이 더 강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반도체 호황 등으로 예상보다 많은 세수가 들어온다면 그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하다"며 "성장을 위한 인프라 투자도 필요하고 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 역시 불가피한 만큼 균형 있는 접근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자본시장 활성화와 AI 중심의 신성장 전략은 방향을 잘 잡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의 호황은 정부 정책보다는 세계 시장의 흐름에 따른 측면이 크다"며 "반도체 등 수출 대기업은 성장하고 있지만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 교수는 "노란봉투법과 같은 정책은 노동권 강화 측면이 있지만 기업 투자 의욕이나 외국인 투자 유인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성장 잠재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李대통령 "2년 차부턴 국민 삶 실질적 변화 더 크게 만들어야겠다"
집권 2년 차를 맞는 이재명 정부는 성장 정책의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개선으로 연결하고, 양극화 완화와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경제 정책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성장의 성과를 민생 전반으로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날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제 곧 시작될 임기 2년 차부터는 지금까지의 정책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 삶에 실질적 변화를 더 크게 만들고, 더 속도를 높이고, 더 폭을 넓혀가야 하겠다"며 "우선 수출 등 핵심 지표 개선의 성과를 중소기업, 소상공인, 서민, 취약계층 등 민생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데 주력해야겠다"고 말했다.
고물가 대응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중동전쟁 장기화로 국민들의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물가 상승이 계속되면 취약계층의 충격은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가 상승으로 취약계층의 실질소득이 감소하면 양극화도 그만큼 확대되고 경제 활력도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며 "실질적 대응책을 조속하게 가동해야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 안정 의지도 거듭 밝혔다. 그는 지난 1일 X를 통해 "망국적인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은 반드시 탈출할 것"이라며 부동산 투기 억제와 시장 정상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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