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주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 그의 방한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에 집중됐다면 올해 재계의 관심은 LG그룹으로 향하고 있다.
시장도 빠르게 반응했다. 젠슨 황 방한 소식과 LG와의 협력 확대 기대감이 맞물리며 LG전자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단순한 이벤트성 만남이 아니라 엔비디아가 그리는 차세대 AI 산업 지형 속에서 LG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방한의 핵심 키워드를 '피지컬 AI(Physical AI)'로 보고 있다. 생성형 AI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답변하는 기술이라면 피지컬 AI는 실제 기계와 로봇 자동차 공장 설비 등을 움직이는 기술이다. AI 산업의 중심축이 데이터센터 안에서 현실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AI 산업 1막이 GPU와 HBM 중심의 데이터센터 경쟁이었다면 2막은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등 현실 공간을 움직이는 피지컬 AI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LG가 가진 사업 포트폴리오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 엔비디아가 그리는 다음 세상
AI 산업은 지난 2년 동안 반도체 중심으로 성장했다. 챗GPT(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확산으로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뛰어들었고 엔비디아 GPU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HBM은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엔비디아가 강조하는 미래는 데이터센터를 넘어선다. 젠슨 황은 여러 글로벌 행사에서 피지컬 AI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며 로봇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인 아이작(Isaac)을 중심으로 글로벌 로봇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제조업 자동화와 물류 자율화 스마트팩토리 시장 공략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결국 AI 산업의 최종 목적지를 '현실 세계의 자동화'로 보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AI가 인간처럼 사고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움직이고 생산하고 운반하는 단계로 진화하면서 로봇 산업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 LG가 가진 피지컬 AI 퍼즐
이 지점에서 LG가 주목받는다. LG는 삼성전자처럼 HBM을 생산하지 않는다. 하지만 피지컬 AI 시대에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그룹 차원에서 대부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LG전자는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전장사업,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AI가 실제 공간에서 작동하는 플랫폼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사업군이다.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과 센서 모듈 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피지컬 AI 시대 센서와 카메라는 로봇과 자율주행 시스템의 눈 역할을 수행한다.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를 담당한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모빌리티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피지컬 AI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수적이다.
LG CNS는 스마트팩토리와 디지털트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트윈은 현실 공장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로 엔비디아가 적극 육성하는 분야 중 하나다. 여기에 ㈜LG는 자체 초거대 AI 모델인 엑사원(EXAONE)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센서와 카메라 배터리 AI 모델 로봇 스마트팩토리를 모두 연결해서 보면 LG는 피지컬 AI 시대에 필요한 상당수 퍼즐을 이미 갖고 있는 셈"이라며 "국내 기업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 이 정도 밸류체인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양사의 협력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LG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와 로봇 AI 데이터센터 모빌리티 분야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양사는 엔비디아의 디지털트윈 플랫폼인 옴니버스(Omniverse)를 활용한 AI팩토리 구축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젠슨 황의 이번 방한을 계기로 양사의 협력이 보다 구체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가 HBM 공급망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목했다면 앞으로는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생태계 구축을 위해 새로운 협력 파트너가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전력과 제조업의 시대
더 큰 변화는 전력 산업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피지컬 AI가 본격 확산되면 로봇과 데이터센터 스마트팩토리 전기차 등 모든 산업이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결국 AI 산업 경쟁력은 반도체뿐 아니라 전기를 생산하고 저장하고 공급하는 능력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과 유럽이 에너지 안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격상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 산업 확대와 함께 배터리 ESS 전력기기 변압기 산업의 중요성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AI 산업이 반도체 중심의 1단계를 지나 피지컬 AI 중심의 2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을 통해 AI 시대 최대 수혜 기업으로 부상했다면 LG는 로봇과 센서 배터리 스마트팩토리 전장사업을 앞세워 피지컬 AI 시대 핵심 기업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젠슨 황의 이번 방한이 단순한 총수 회동을 넘어 향후 10년 AI 산업의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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