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Verify가 분석한 위성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은 미군 기지 20곳을 공격해 피해를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개적으로 알려진 내용보다 이란의 공격 규모가 더 광범위했음을 시사한다.
지난 2월 말 이후 이란은 중동 8개국의 여러 주요 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최첨단 방공 시스템, 공중급유기, 레이더 등의 군사 장비에 수백만달러 규모의 피해를 입혔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이 지난 3개월간 자국 및 레바논에서 벌인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미군 기지뿐만 아니라 공동 군사 시설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한편 미 국방부는 '에픽 퓨리(Epic Fury·장대한 분노)' 작전 개시 이후 이란 내 표적 1만3000여 개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자국 군의 미군 시설 타격 성과를 적극 부각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성명을 통해 중동이 더 이상 미군 기지에 "안전한 곳"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 백악관은 이란 군이 거의 전멸 상태라고 거듭 주장하나, 분석가들은 미군 시설의 확인된 피해 상황을 고려할 때, 이란의 보복 공격이 미국 당국이 이전에 인정한 것보다 더 정밀하고 광범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 미국 국방 당국자는 "작전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BBC Verify 팀의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미국 측은 이번 분쟁에 대한 위성 이미지 분석을 제한하고자 주요 위성 이미지 제공업체인 '플래닛'에 이란과 중동 대부분 지역의 신규 위성 이미지 제공을 "무기한"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다.
플래닛 또한 이를 받아들이며, 자사 이미지가 "적대 세력이 동맹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파트너국의 병력과 민간인을 겨냥하는 데"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결정이라고 정당화했다.
BBC Verify 팀은 다른 국제 위성 이미지 제공업체의 위성 이미지와 플래닛의 과거 이미지를 종합 분석해 이란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추적했다. 그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요르단, 바레인, 오만에 자리한 시설들이 포함됐다. 다만 피해 기지 수가 최대 28곳에 달한다고 추정하는 전문가들도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클 수도 있다.
피해를 본 고가의 군사장비 중에는 UAE에 있는 알루와이스 및 알사데르 공군 기지와 요르단의 무와팍 살티 공군 기지에 배치된 최첨단 탄도미사일 방어 포대 3기 등도 있다.
현재 미국이 운용 중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포대는 전 세계 기지를 통틀어 8기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드 포대 1기의 제작 비용은 약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포대 1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병력 약 100명이 필요하며, 사드로 발사하는 요격미사일 한 발의 가격도 약 1270만달러(약 192억원)에 달한다.
아일랜드 국방군 합참의장을 지낸 마크 멜렛 제독은 BBC Verify와의 인터뷰에서 이 포대들은 "빠르게 혹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지역 방어 네트워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란의 공습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 주둔 중인 미국의 공중급유기 및 정찰기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손상된 항공기와 연기가 피어오르는 충돌 흔적이 선명하게 포착됐다.
방위 산업 컨설팅 기업 'MAIAR'의 한 분석가는 이 중 한 대가 'E-3 센트리' 정찰기라고 확인했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체를 교체하는 데 최대 7억달러의 비용이 들 수 있다.
이 밖에 쿠웨이트의 알리 알 살렘 공군 기지 및 캠프 아리프잔도 표적이 됐다. MAIAR의 분석가들은 이 기지를 촬영한 위성 사진에서 파괴된 연료 저장 벙커, 항공기 격납고, 군인 숙소 등을 확인했다. 해당 기지는 이번 분쟁 기간 여러 차례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캠프 아리프잔에서는 국방 컨설팅 기업 '제인스'가 위성 통신 장비가 광범위한 피해를 본 사실을 확인했다.
미군 시설의 피해 규모를 정확히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미 국방부가 지난달 발표한 추산에 따르면 '에픽 퓨리' 작전의 총비용은 290억달러에 달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분쟁 중 파괴된 "장비의 수리 또는 교체 비용"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야당인 미국 민주당 측은 실제 피해 규모보다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이후 F-15 및 F-35 전투기, 무인기 MQ-9 리퍼 24대, 공격기 A-10 등 항공기 최소 42대가 파괴되거나 손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군이 운용하는 고가 장비와는 대조적으로, 이란은 저렴하고 쉽게 교체 가능한 무인기를 활용해 중동 전역의 다양한 목표물을 공격하고 있다.
BBC Verify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전쟁이 진행되며 이란의 전술이 중동 전역의 도시와 기지를 겨냥한 대규모 미사일 집중 사격에서 더 정밀하고 표적 지향적인 공격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켈리 그리코 박사는 "(이란의) 초기 공격은 규모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즉, 압도적으로 많은 포탄을 발사해 공중 및 미사일 방어 체계를 무력화하려는 대규모 공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며칠 만에 이란은 규모는 줄이되 더 정밀한 표적 겨냥 공격으로 전환했습니다. 보유한 미사일과 무인기는 특히 가치가 높은 표적에 집중 투입하면서, 빗나간 탄환조차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곳에 화력을 집중시키는 형태입니다."
MAIAR의 한 분석가는 BBC Verify에 이렇듯 이란의 전술이 진화하는 동안 미군이 항공기를 이란의 무인기와 미사일 사정권 밖으로 이동시키지 못한 점에 대해 "전쟁 초기 어느 정도 안일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분석가에 따르면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의 경우, 항공기가 파괴되는 공습 전 이미 공격받은 적이 있었다.
한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 지역의 국가들과 영토는 더 이상 미국 기지의 방패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 (중동) 지역에는 더 이상 미국이 악행을 저지르거나 군사 기지를 세울 안전한 장소가 없을 것이며, 날이 갈수록 미국은 과거의 입지에서 점점 더 멀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다시 위기를 맞기 불과 며칠 전에 나왔다. 지난 28일, 이란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이 이란 남부를 새로 공습한 후 이 지역 내 미국 기지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그리코 박사는 위태로운 지금의 미국-이란 휴전이 깨지고 전투가 재개될 경우, 확인된 미군 기지 피해 상황을 고려할 때 걸프만 전역의 시설들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의 분쟁으로 인해 미국과 동맹국의 방공 자산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신속하게 보급할 방법은 없습니다. 즉 분쟁 초반과 비교해, 부족해진 요격 체계로 이란의 재공격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추가 보도: 바바라 메츨러, 톰 굴드
- 이란의 전쟁 전략은 어떻게 될까?...'승리 아닌 지구력과 억지력에 초점'
- '중동 밖 인도양 영국 기지도 공격'...이란의 미사일은 유럽까지 닿을 수 있을까
- 왜 중동 걸프 국가들은 이란에 보복 공격을 하지 않을까?
- 지도로 보는 중동 곳곳에서 5일간 이어지는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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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란 무기 커넥션: 이란이 '북한 미사일'로 미국과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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