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과거 단순한 기술 수출에 머물렀던 단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체 개발한 신약을 들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을 직접 두드리며 시장 정면 돌파에 나서는 모양새다.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은 국내 제약사들에 언제나 '꿈의 무대'였다. 최근에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무기로 가시적인 성공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주자는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미국명 라즈클루즈)'다. 렉라자는 글로벌 빅파마와의 병용요법 임상을 통해 국산 항암 신약 최초로 FDA 승인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탁월한 뇌혈관 장벽 투과율로 치료 효과를 입증하며 글로벌 표준 치료제로 자리 잡았고, 막대한 로열티 수익을 올리며 K-바이오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글로벌 제약사에 의존하지 않고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해 성공한 '정공법' 사례도 있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가 그 주인공이다. SK바이오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FDA 허가는 물론 미국 현지 직판망 구축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했다. 뛰어난 발작 억제 효과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린 세노바메이트는 단일 품목 연 매출 1조 원을 뜻하는 '블록버스터 신약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처럼 성공적인 선례들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미국 규제 당국의 관문을 넘었다는 사실 자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보증하는 '인증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를 발판 삼아 유럽, 중남미 등 후속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기술 수출 중심에서 현지 직판을 통한 고마진 구조로 체질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복잡한 사보험 장벽… '허가'보다 무서운 '출시 이후' 생존 경쟁
물론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미국 시장은 전 세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할 뿐만 아니라 현지 약가 정책과 사보험 시스템이 매우 복잡하다. 진입 초기 마케팅과 유통망 확보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자산운용사의 한 제약·바이오 전문 애널리스트는 "과거엔 FDA 허가가 최종 목적지였다면 이제는 '상업적 성공'이 진짜 시험대"라며 "복잡한 미국 사보험 체계 안에서 처방 목록(처방집) 진입 속도를 높이고, 현지 의료진과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다지는 포스트 FDA 전략이 기업의 생존과 장기적 수익성을 가를 핵심 변수"라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복제약 위주의 성장에 머물며 '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판을 받던 국내 제약산업은 이제 당당히 글로벌 주류 무대의 일원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R&D 투자와 맞춤형 현지화 전략이 맞물린다면 제2, 제3의 렉라자와 세노바메이트가 탄생해 세계 시장을 흔들 날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진우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