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19세기 말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조선 왕실은 공예품을 외교적 소통에 적극 활용했다. 조선 왕실이 프랑스에 전달했던 외교 선물인 ‘반화(盤花)’는 당시 조선이 지향했던 부귀영화와 태평성대에 대한 기원을 담은 산물이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는 근대 외교의 유산을 재조명하기 위해 특별전 ‘반화: 상서로운 마음’을 오는 3일부터 8월 30일까지 덕수궁 돈덕전에서 개최한다.
한·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것으로,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 고종이 사디 카르노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했던 반화의 원형을 복원해 전시한다. 원본은 카르노 대통령의 후손이 프랑스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에 기증해 보존되고 있다. 운송상 파손의 위험으로 인해 국가무형유산 옥장 김영희 선생이 전통 재료를 사용해 제작한 복제품을 대신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세 단계의 서사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15세기 이후 자리잡은 조선의 꽃 완상 문화가 근대 외교 관계 속에서 반화라는 형태로 어떻게 구현됐는지 역사적 맥락을 살핀다.
2부에서는 반화를 구성하는 모란, 소나무, 연꽃 등 다양한 길상 문양을 통해 조선 왕실이 상대국에 전하고자 했던 상징적 의미를 분석한다. 왕실 의례용 모란도 8폭 병풍이나 일월오봉도 등 관련 유물을 함께 전시해 반화의 조형적 가치를 다각도로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지막 3부에서는 장인의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전통 공예의 복원 의의를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반화는 연꽃잎 모양의 금속 화반 위에 꽃과 나무, 보석 등을 정교하게 장식한 공예품으로, 조선 왕실은 이를 통해 상대국과의 평화로운 관계와 번영을 기원했다. 당시 조선은 서구 열강과의 수교를 통해 국가적 활로를 모색하고 있었으며, 반화는 서구 외교 관례에 부합하는 격조 높은 선물로서 양국 간의 교감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길상 문양들은 장수, 복, 부귀와 같은 보편적인 인간의 염원을 담고 있어 당시 프랑스 사회에도 조선의 미학적 정체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방문객들은 공예품을 감상하면서 140년 전 조선의 근대 외교 현장을 체감할 수 있다. 돈덕전 내에 구현된 대형 미디어아트와 인터랙티브 영상은 전통 유물이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무채색의 반화가 화려한 빛으로 변모하는 풍경을 보면서 과거 왕실의 외교 유산이 현대 기술과 만나 어떻게 보존되고 계승되는지를 경험할 수 있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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