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며칠째 이어지면 건조대에 걸어둔 옷이 하루가 지나도 축축하게 남아 있을 때가 있다. 세탁기를 돌리고 탈수까지 마쳤는데도 좀처럼 마르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퀴퀴한 냄새까지 배어든다. 장마철이나 환기가 어려운 원룸, 반지하에서는 이런 일이 더 자주 반복된다.
빨래가 늦게 마르는 이유를 열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문제는 옷 주변에 머무는 습기다. 실내 습도가 높으면 옷에서 빠져나온 수분이 공기 중으로 퍼지지 못하고, 다시 섬유에 달라붙는다. 드라이어를 오래 쐬어도 주변 공기가 이미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으면 건조 속도는 크게 빨라지지 않는다.
결국 빨래를 빨리 말리려면 뜨거운 바람만 오래 쏘이는 것보다 옷 주변의 습기를 빼내는 일이 먼저다. 이때 집에 쌓여 있다가 버리려던 종이 쇼핑백을 써볼 수 있다. 종이는 습기를 머금어, 젖은 옷 가까이에 두면 주변에 남은 습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종이백과 비닐봉지, 소재 하나가 결과를 완전히 바꾼다
종이 쇼핑백이 빨래 말릴 때 쓰일 수 있는 건 종이가 습기를 머금고 공기를 조금씩 통과시키기 때문이다. 종이는 겉으로 보면 막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표면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틈이 많다. 젖은 옷에서 빠져나온 습기가 쇼핑백 안에 머물더라도 종이가 그 습기를 어느 정도 머금고, 일부는 바깥 공기 쪽으로 빠져나간다. 완전히 막힌 봉지가 아니라 천천히 공기가 드나드는 재료에 가깝다.
반대로 비닐봉지는 습기가 빠져나가기 어렵다. 젖은 옷을 비닐봉지에 넣고 드라이어 바람을 넣으면 안쪽 온도는 빨리 올라가지만, 옷에서 나온 수분은 봉지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안쪽에 맺힌 물기가 다시 옷에 닿고, 빨래는 더 눅눅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같은 드라이어를 쓰더라도 봉지 재질에 따라 차이가 난다. 종이 쇼핑백은 뜨거운 바람을 옷 주변에 머물게 하면서도 습기가 빠질 틈을 만들어준다. 비닐봉지처럼 안쪽에 수분을 가둬두지 않아, 얇은 티셔츠나 양말처럼 작은 빨래를 급하게 말릴 때 더 낫다.
구멍 위치부터 드라이어 거리까지, 제대로 쓰는 순서
세탁기 탈수를 충분히 마친 뒤 옷을 꺼낸다. 물기가 많이 남은 옷을 바로 쇼핑백에 넣으면 종이가 금방 젖어 찢어질 수 있다. 옷은 뭉쳐 넣지 말고 가능한 한 넓게 펴서 넣는 편이 좋다. 옷감이 공기와 닿는 부분이 넓어질수록 습기가 더 빨리 빠져나간다.
쇼핑백에는 바람이 빠져나갈 작은 구멍도 만들어야 한다. 입구 바로 아래 옆면이나 아래쪽에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의 구멍을 2~3개 뚫어둔다. 드라이어 바람이 입구로 들어가고, 구멍으로 빠져나가면서 쇼핑백 안 공기가 머물지 않고 움직인다. 구멍을 내지 않고 입구만 열어두면 바람이 안쪽까지 충분히 닿지 못하고 겉부분만 스치고 나올 수 있다.
드라이어는 쇼핑백 입구 쪽에 대고 10~15분 정도 사용한다. 이때 드라이어 노즐을 쇼핑백에 너무 가까이 붙이면 안 된다. 뜨거운 바람이 한곳에 오래 닿으면 종이가 누렇게 변하거나 탈 수 있으므로, 노즐과 쇼핑백 사이에는 10cm 이상 거리를 둔다. 중간중간 쇼핑백을 가볍게 흔들어주면 안쪽 공기가 섞이면서 옷감 사이에 남은 습기도 더 빨리 빠진다.
면은 되고 니트는 안 되는 이유, 소재 먼저 확인해야 한다
종이 쇼핑백과 드라이어를 쓰는 방법이 모든 옷에 맞는 것은 아니다. 면 소재는 물기를 잘 머금지만 열에는 비교적 강한 편이라 이 방법을 쓰기 쉽다. 린넨도 비슷하다. 얇은 면 티셔츠나 손수건, 양말처럼 크기가 작고 빨리 말려야 하는 빨래에 더 잘 맞는다.
반대로 실크처럼 열에 약한 옷은 피해야 한다. 뜨거운 바람이 닿으면 광택이 줄고 옷감이 상할 수 있다. 니트나 울 소재도 조심해야 한다. 고온 바람을 오래 쐬면 섬유가 오그라들면서 크기가 줄거나 모양이 달라질 수 있다. 한 번 줄어든 니트는 원래대로 되돌리기 어렵다.
운동복이나 수영복처럼 기능성 원단으로 만든 옷도 드라이어 열을 오래 쐬는 방식과 잘 맞지 않는다. 열 때문에 원단의 탄성이 떨어지거나 땀 배출 성능이 약해질 수 있다. 빨래를 쇼핑백에 넣기 전에는 세탁 라벨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드라이클리닝 전용 표시나 고온 금지 표시가 있다면 이 방법은 쓰지 않는 편이 좋다.
실내 습도가 높을 때는 환기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다만 실내 습도가 너무 높으면 종이 쇼핑백을 써도 빨래가 생각만큼 빨리 마르지 않을 수 있다. 쇼핑백 밖으로 빠져나온 습기가 방 안에 그대로 머물면, 쇼핑백 안의 습기도 더디게 빠진다. 이럴 때는 창문을 5~10cm 정도만 열어도 공기가 바뀌면서 빨래가 마르는 속도가 달라진다.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쇼핑백 쪽으로 약하게 틀어두는 것도 좋다. 쇼핑백 주변에 고인 습한 공기를 흩어주고, 안쪽에서 나온 수분이 한곳에 머물지 않게 해준다. 제습기가 있다면 같은 방에서 함께 켜두면 더 빠르게 마를 수 있다.
이 방법을 쓸 때는 몇 가지 순서를 지켜야 한다. 세탁기 탈수를 충분히 마친 뒤 옷을 넣고, 옷은 뭉치지 않게 펼쳐둔다. 쇼핑백 옆면이나 아래쪽에는 작은 구멍을 2~3개 뚫고, 드라이어는 쇼핑백 입구에서 10cm 이상 떨어뜨려 사용한다. 창문을 조금 열거나 선풍기를 함께 쓰면 습기가 빠지는 데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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