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살아보기’, 바로 이거 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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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살아보기’, 바로 이거 아입니까?

더리더 2026-06-02 09:15: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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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지역을 택하다]체류·워킹홀리데이·워케이션 등 ‘관계’ 늘려 정주 가능 인구 발굴


김형석 공연연출가(43)는 ‘통영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10년 만에 다시 통영을 찾았다. 그가 체감한 가장 큰 변화는 인구 감소였다. 김 연출가는 “예전에 왔을 때보다 지역 안에서 젊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줄어든 것 같았다”며 “평일에는 한산하고 주말에는 관광객이 몰리는 모습을 보며 통영이 관광도시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시가 체감하는 문제도 이와 맞닿아 있다. 시에 따르면 인구는 2017년 13만5000여명에서 2025년 11만6000여명 수준까지 줄었다. 지난 5월 15일 머니투데이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시 인구청년정책팀 관계자 “청년인구 역시 2014년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2017년 이후부터는 남녀 모두 연평균 5% 안팎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인구 감소는 일시적 현상이라기 보다는 구조적 감소 추세로 판단하고 있다”며 “청년층의 주거 불안과 생활·문화 인프라 부족,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지역 이탈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시는 단순 관광객 유치만으로는 지역 활력을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신 일정 기간 통영에 머물며 일과 생활, 지역 체험을 함께 경험하는 생활인구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시 관계자는 “통영은 관광자원은 풍부하지만 실제 지역에서 살아보는 경험으로 연결되는 정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이번 사업은 향후 정착 가능성이 있는 잠재 인구를 발굴하고 청년층의 지역 관심도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배경에서 추진된 사업이 ‘통영 살아보기’다. 이 사업은 △통영 대표 콘텐츠를 경험하는 3박4일 체류형 △지역 일자리 체험 중심의 워킹홀리데이형 △원격근무가 가능한 참가자가 2주에서 12주까지 통영에 머무는 워케이션형으로 운영된다. 운영을 맡은 이랑협동조합의 강현서 팀장은 “이번 사업은 관계인구 증대를 목적으로 기획됐다”며 “청년층을 중심으로 향후 정주 가능 인구를 발굴하는 체류형 정책 모델을 구축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워케이션형 프로그램의 거점은 로컬스티치 통영이다. 숙박과 업무가 한 건물 안에서 이뤄지는 주거·업무 복합문화공간이다. 강 팀장은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기보다 통영 안에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연계해 참가자들이 도착 즉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며 “윤이상·나전칠기·12공방·세병관·통영국제음악제 같은 자원을 체류 경험과 연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수원 책방 운영자가 통영에서 찾은 긴 호흡의 일상
김민식 대표(39)는 경기도 수원에서 책방 ‘여름서가’를 운영하고 있다. 책방을 기반으로 독서문화 플랫폼과 독립출판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일을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가 통영 워케이션에 지원한 이유는 휴식보다 점검에 가까웠다. 그는 “책방을 4년 운영하면서 광교라는 한 동네 안에서만 시야가 좁아지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됐다”며 “다음 4년을 설계하려면 다른 도시의 결을 통해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통영을 선택한 데에는 도시가 가진 예술적 유산도 영향을 줬다. 김 대표는 “통영은 문학·음악·미술이 한 도시 안에 두텁게 쌓인 곳”이라며 “박경리, 유치환, 김춘수, 윤이상 같은 예술가들이 한 도시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책을 다루는 사람에게는 살아 있는 박물관처럼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통영에서의 일상은 수원과 달랐다. 김 대표는 “광교에서의 하루가 분 단위로 쪼개지는 리듬이라면 통영에서는 두세 시간이 한 호흡으로 이어졌다”며 “낮에는 로컬스티치 카페 매장에서 일하고, 오래 들여다봐야 하는 작업은 강구안이 한눈에 보이는 자리에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장이 곁에 없는 환경이라 큐레이션이나 출판 기획처럼 깊게 앉아야 하는 일에 시간을 충분히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통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새벽 강구안이다. 그는 “어선이 들어오고 짐을 내리는 사이 도시가 천천히 깨어나는 시간이 있었다”며 “그 시간에 작업 공간으로 걸어가는 길이 통영 생활에서 가장 좋아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박경리기념관 일대에 대해서도 “한 작가가 살아낸 시간을 도시가 어떻게 기억하는지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청년이 실제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보완할 점도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통영은 머물기 좋은 도시인 것은 분명하지만, 머무르며 일을 만들기 좋은 도시로 가려면 한 걸음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는 “수원이나 서울에서 통영까지 오려면 진주역까지 온 뒤 다시 차로 이동해야 해 정기적인 출장 일정이 있는 사람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며 “청년 단위의 일거리 연결망도 아직 두텁지는 않다고 느꼈다”고 짚었다.

김 대표는 통영 살아보기 체험이 정착 가능성으로 이어지려면 참가자가 지역민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살아보기 기간 동안 참가자를 지역 창작자, 소상공인, 문화기획자와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관계가 형성되고 누적될수록 재방문이나 장기 체류, 정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케이션에서 찾은 작업 리듬…창작자가 통영에서 보낸 한 달
김 연출가에게 통영 워케이션은 작업 환경을 바꾸고 작품 배경을 살피는 기회였다. 공연연출과 영화·드라마 각본 작업을 병행해온 그는 대본 집필에 집중하던 시기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는 “대본 마감의 압박 속에 살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답답해진다”며 “이 일은 상상력과 멘탈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환경을 바꾸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통영을 선택한 데에는 집필 중인 작품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작품 가운데 하나가 바닷가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다”며 “막연하게 알고 있던 지방 소도시의 모습이 아니라 실제 시장과 골목, 항구의 분위기를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통영에서의 생활은 복잡하지 않았다. 숙소와 작업 공간, 강구안 산책로를 오가는 단순한 생활이 이어졌다. 하지만 김 연출가는 이 같은 생활 리듬이 자신에게 필요했다고 했다. 그는 “서울에서는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생활 리듬이 쉽게 무너졌다”며 “하루에 천보나 2천보 정도밖에 걷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통영에 와서는 끼니를 챙기고 아침과 저녁에 걷는 습관을 만들었다”며 “숙소 앞에 바다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가 있어 몸을 움직이기 좋았고, 눈앞의 풍광이 좋아 걷는 일이 훨씬 수월했다”고 덧붙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으로는 로컬스티치 통영과 서호시장을 꼽았다. 김 연출가는 로컬스티치 통영에 대해 “방을 나서면 바로 열린 작업 공간이 있고, 원하는 자리에서 바다 전망을 보며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며 “프리랜서 창작자에게는 잘 맞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서호시장에서는 지역의 생활감을 봤다고 했다. 그는 “중앙시장은 관광객을 상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면, 서호시장은 지역의 생활감이 더 남아 있었다”며 “오래된 가게와 상인들, 난전처럼 펼쳐지는 장면이 작품을 구상하는 데도 참고가 됐다”고 전했다.

김 연출가는 살아보기 프로그램의 참여 기회가 실제 창작 환경이 필요한 청년 예술가에게도 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살아보기 체험 공고를 찾아보면서 인플루언서 중심의 모집 공고를 여러 차례 봤다”며 “지자체 사업에서 홍보 효과를 고려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전체 선발이 그 방향으로만 가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이어 “일정 부분은 체류와 창작 환경이 절실한 예술가나 청년 창작자에게도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며 “창작자들이 관련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홍보 창구나 플랫폼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회성 체류를 넘어 재방문, 정착으로…통영시의 구상
시는 ‘통영 살아보기’ 사업을 통해 단순 관광객이 아닌 관계인구와 잠재 정착인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청년 정착을 위해 일자리·주거·커뮤니티 분야 정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청년도전지원사업 △청년 일경험 사업 △창업기업 지원 △청년사업자 점포 임대료 지원 △청년 월세 지원 △청년 주택 임차보증금 지원 등이 있다.

시 관계자는 “청년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개별 사업을 연계형 정책 체계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며 “살아보기 체험을 통해 재방문, 장기 체류, 창업 또는 정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운영진도 올해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보완할 계획이다. 강 팀장은 “올해는 사업 초기인 만큼 안정적인 운영과 참가자의 성실한 체류에 중점을 뒀다”며 “앞으로는 지역 주민, 청년 단체, 문화예술 주체들과의 접점을 더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는 향후 외부 청년이 통영에 들어왔을 때 지역 생활 정보와 청년정책, 일경험, 창업 지원 등을 안내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살아보기 사업이 일회성 체험에 그치지 않도록 사후 관리 체계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라며 “참가자의 체류 경험이 지역과의 지속적인 관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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