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도자기·보석으로 만든 꽃…한국-프랑스 140년 우정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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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도자기·보석으로 만든 꽃…한국-프랑스 140년 우정의 흔적

연합뉴스 2026-06-02 09:0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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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수교 140주년 기념 '선물과 기록…'展 내일 개막

조불수호통상조약 문서 원본, 고종이 선물한 의궤·역사서 등 공개

귀한 왕실 공예품 '반화' 복제품 눈길…덕수궁 돈덕전서도 전시

조불수호통상조약 비준서 조불수호통상조약 비준서

1887년 5월 29일 고종이 친필로 서명하고 대군주보를 찍은 조불수호통상조약 비준서로, 프랑스 외교사료관 소장품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귀국 대군주께서 우리나라 대프레지던트께 후하게 보내는 각종 진기한 물건을 가지고…."(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내는 기증물에 대한 면세 의뢰 건 법안 문서 중)

1888년 조선과 프랑스 사이에 특별한 '선물'이 오갔다.

사디 카르노(1837∼1894)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2년 전 체결한 조불수호조약을 기념해 자국을 대표하는 '명품' 세브르 도자기를 보냈다.

이에 고종(재위 1863∼1907)은 은은한 빛을 띤 고려청자, 국가의 주요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상세히 기록한 의궤(儀軌), 역사서 등을 선물했다.

조불수호통상조약 부분 조불수호통상조약 부분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서울시 유형문화유산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러 보석과 금속으로 꽃, 나무를 장식한 공예품 '반화'(盤花)도 함께였다.

140년 전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은 뒤 한국과 프랑스가 이어온 역사를 양국 정상 간에 오간 선물과 기록으로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고궁박물관이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과 함께 오는 3일 개막하는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이다.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한국과 프랑스 양국이 140년간 함께 한 우정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라고 2일 설명했다.

조불수호통상조약 불문본 조불수호통상조약 불문본

프랑스 외교사료관 소장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두 나라가 주고받은 각종 선물과 서신, 문서 등 160여 점을 모았다.

1886년 체결한 조불수호조약 문서 원본, 이듬해 고종이 친필로 서명하고 국새를 찍은 조약 비준서, 이를 증명하며 발행한 문서 등이 공개된다.

조선과 프랑스가 만나는 순간을 함께한 옹기도 볼 수 있다.

1851년 신안 비금도에 표류한 고래잡이배 나르발호 선원을 구출하려고 온 프랑스 외교관이 조선 관원을 만난 뒤 받은 옹기병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한국과 프랑스가 주고받은 '선물' 한국과 프랑스가 주고받은 '선물'

왼쪽은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에게 선물한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 오른쪽은 고종이 보낸 두 점의 고려청자로 프랑스 국립제작소-세브르도자박물관 소장품 [국립고궁박물관·프랑스 국립제작소-세브르도자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목이 긴 형태의 병은 프랑스 국립제작소-세브르도자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조선과 프랑스의 '우애'를 상징하는 선물이 눈길을 끈다.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대형 장식용 병, 고종의 답례품인 청자 대접 2점과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등이 전시된다.

두 청자는 12세기 후반∼13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안쪽 면을 모란과 넝쿨, 두 마리의 앵무새 등으로 섬세하게 장식했다.

고종이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낸 '원행을묘정리의궤' 고종이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낸 '원행을묘정리의궤'

프랑스 국립동양어문화대학 언어문명도서관(BULAC) 소장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고궁박물관이 2020년 펴낸 '신(新)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 전시 도록에 따르면 당시 프랑스 공사였던 콜랭 드 플랑시(1853∼1922)는 서신에서 조선 국왕의 선물에 대해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훌륭한 물건"이라고 썼다.

정조(재위 1776∼1800)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행사를 정리한 의궤, 역사서 '휘찬여사'(彙纂麗史) 등의 선물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한다고 박물관 측은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 '접시에 높인 꽃', 반화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고종이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낸 '휘찬여사' 고종이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낸 '휘찬여사'

프랑스 국립동양어문화대학 언어문명도서관(BULAC) 소장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종이 프랑스와의 수교를 기념하며 보낸 반화는 현존하는 유일한 조선 왕실 분재 공예품으로, 현재 프랑스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당초 박물관은 전시에서 반화 원본을 선보이려 했으나, 구조 특성상 진동에 취약하고 장거리 이동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복제품 두 쌍을 제작했다.

전시에서는 국가무형유산 옥장(玉匠) 보유자인 김영희 장인이 금속 화반 위에 소나무, 측백나무, 모란, 난초 등을 장식해 되살린 반화를 볼 수 있다.

높이가 42.5∼47㎝인 두 반화에 담긴 섬세한 손길을 특히 주목할 만하다.

옹기 주병 옹기 주병

1851년 신안 비금도에 난파한 나르발호 선원을 구출하러 온 상하이 주재 프랑스 영사가
나주목사 이정현을 만났을 때 받아간 옹기 주병으로 프랑스 국립제작소-세브르도자박물관 소장품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국빈으로 방한했을 때 이 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반화 오마주' 공예품을 선물한 바 있다.

전시는 일제강점기, 해방을 거쳐 오늘에 이르는 양국 간 교류도 짚는다.

백범 김구(1876∼1949)와 프랑스 영사가 함께 촬영한 사진,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은제 그릇과 도자기 등 선물이 전시된다.

19세기 조선의 모습이 담긴 동판 사진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증정한 선물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증정한 선물

왼쪽은 1986년 파리 정상회담에서 전두환 대통령에게 전달한 은제 그릇, 오른쪽은 1993년 서울 정상회담에서 김영삼 대통령에게 증정한 백자 채색 접시 [대통령기록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물관 측은 "양국 대통령이 주고받은 다양한 선물과 서한, 양국 간 교류 영상을 통해 현대 외교의 현장을 생생히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140년 여정은 덕수궁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돈덕전에서 3일부터 열리는 '반화: 상서로운 마음' 특별전은 고종이 선물한 반화를 중심으로 조선 왕실의 길상 문화와 근대 외교의 역사를 조명한다.

반화를 이루는 소나무, 모란 등에 담긴 의미를 약 80점의 왕실 유물로 접할 수 있다. 김영희 보유자가 제작한 반화 복제품도 공개한다.

반화 복제품 반화 복제품

국가무형유산 옥장 보유자 김영희

돈덕전 1층에 있는 27m 길이 벽면에서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활용해 반화 속 꽃과 나무, 각종 장식을 생생하게 구현한 디지털 영상을 선보일 예정이다.

덕수궁관리소 관계자는 "조선 왕실이 꽃과 나무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살펴보면서 반화가 격변기 외교 선물로 채택된 배경과 상황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고궁박물관 전시는 8월 2일까지 열리며, 덕수궁 전시는 8월 30일까지 볼 수 있다.

전시실 모습 전시실 모습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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