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이란의 일방적인 협상 중단 선언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불거졌으나, 뉴욕증시는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성에 힘입어 매크로(거시경제) 악재를 완벽히 잠재웠다. 월가는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대형 기술주들의 압도적인 이익 창출력에 방점을 찍었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6.42포인트(0.09%) 상승한 5만1078.88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9.90포인트(0.26%) 오른 7599.96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14.19포인트(0.42%) 뛴 2만7086.81을 각각 기록하며 3대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동시에 갈아치웠다.
◇지정학적 악재에 유가·금리 동반 급등…월가는 외면
이날 장 초반은 중동발 리스크가 증시를 무겁게 짓눌렀다. 이란 언론이 미국과의 간접 협상 중단을 보도하고 호르무즈 해협 폐쇄 가능성을 시사하자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 국제유가는 장중 4% 넘게 폭등하며 배럴당 95달러선에 바짝 다가섰다.
에너지 비용 상승 압박에 유나이티드항공 등 주요 항공·물류주가 일제히 하락했고, 공급망 교란 우려로 미국 제조업 지표 내 가격지수 부담도 지속됐다. 국채 시장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며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장중 4.51%를 돌파,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자극했다.
하지만 금융 전문 매체인 키플링어(Kiplinger) 등 주요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대화가 신속하게 진행 중”이라고 언급하며 “시장의 극단적인 공포를 완화시켰다”고 전했다. 여기에 AI 벨웨더(지표주)들의 강력한 모멘텀이 가세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엔비디아 PC 칩 전격 공개…빅테크가 주도한 ‘디커플링’
이날 반등의 핵심 트리거는 대만 컴퓨텍스 개막에 맞춰 전격 공개된 엔비디아의 차세대 슈퍼칩이었다.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 환경에서 자율형 AI 에이전트를 완벽하게 구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Arm 기반 프로세서 겸 블랙웰 GPU 통합 칩인 ‘RTX 스파크(RTX Spark)’를 발표했다.
이 소식에 엔비디아(NVDA) 주가는 6.3% 폭등하며 PC 시장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했고, 협력 관계를 맺은 마이크로소프트(MSFT) 역시 2.3% 상승했다. 오라클(9.9%), 마이크론 테크놀로지(6.6%), 델 테크놀로지(10.8%) 등 하드웨어와 서버 공급망 전반에 강력한 낙수효과가 이어졌다. 반면 Arm 진영의 매서운 추격을 받게 된 전통의 칩 강자 인텔(INTC)은 4.7% 급락하며 뚜렷한 희비 쌍곡선을 그렸다.
외신과 전문 시장분석 기관 등은 “이란을 둘러싼 물리적 충돌 위기가 국채 수익률을 자극하고 있으나, 빅테크 기업들의 강력한 현금 창출력과 가시화된 AI 수익성이 증시의 하방 지지선을 견고하게 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현재 시장은 기업들의 압도적인 이익 성장세가 매크로 불안을 완벽히 압도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현지에서는 지수 최고치 경신 속에서도 랠리의 좁은 폭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술주 중심의 하이퍼스케일러와 AI 수혜주로만 글로벌 자금이 쏠리면서, 이날 뉴욕증시 전체 상승 종목 수보다 하락 종목 수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위기 속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스탠스가 12월까지 장기화될 확률이 60%를 넘어서는 만큼, 고유가 지속 여부가 향후 증시 향방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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