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금은 택시와 렌터카의 역할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택시는 사람을 태워 목적지까지 운송하고, 렌터카는 차량을 빌려주는 사업입니다. 하지만 운전자가 사라지는 완전자율주행 시대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호출하면 운전석이 비어 있는 자동차가 스스로 찾아와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세상이 온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차량은 택시일까요, 렌터카일까요?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렌터카 업계는 자율주행 시대의 경쟁력이 운전이 아니라 대규모 차량 운영과 정비 역량에 있다며, 렌터카 기업도 자율주행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만큼 협의체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반면 택시업계는 고용 충격과 ‘택시 면허 체계’ 붕괴 가능성을 고려해 기존 운송 체계의 단계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렌터카 업계의 참여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죠.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2020년 ‘타다 사태’와 겹쳐 보인다고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혁신의 물결에 맞선 기존 운송업계 간 업역 갈등이 자율주행 시대에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반면 해외는 어떨까요. 미국에서는 웨이모가 이미 여러 도시에서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바이두의 아폴로 고가 무인 택시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이 ‘누가 먼저 자율주행 서비스를 상용화할 것인가’를 두고 경쟁하는 동안 국내에서는 여전히 ‘누가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이번 갈등의 핵심은 자율주행 시대에도 현재의 택시 면허 체계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사업자에게 문을 열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보입니다. 서로 다투는 사이 K-로보택시의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한채연 기자 chaezip@donga.com
Copyright ⓒ EV라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