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구로디지털단지역 역세권 개발을 위한 행정적 밑그림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업 추진은 수년째 멈춰 서 있다. 핵심 토지 소유주인 DI동일의 협조 부족이 표면적인 이유로 꼽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평당 1억 원’을 호가하는 천문학적인 토지비 때문에 상가를 평당 1억 원대 초고가에 분양해야만 겨우 수익성이 확보되는 ‘현실적인 모순’이 진짜 걸림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DI동일, 시장 관행 무시한 ‘6개월 내 잔금’ 요구… 업계 “사실상 알박기”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구로디지털단지역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을 때까지만 해도 지역 사회의 기대감은 높았다. IT 기업이 밀집한 G밸리와 인접한 역세권 유휴부지를 상업·문화 복합공간으로 개발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민간 개발의 핵심 축인 DI동일은 토지 매매계약 체결 후 6개월 이내에 잔금을 지급하라는 무리한 조건을 내걸어 협상을 공전시키고 있다. 현재 구로디지털단지역 초역세권 부지의 가치는 평당(3.3㎡) 1억 원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부동산 개발 업계에서는 이 같은 요구가 시장의 통상적인 거래 관행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역세권 개발 사업은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행정 기관의 각종 인허가(지구단위계획 수립, 건축 심의 등) 절차를 완료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PF(프로젝트 파이낸싱) 금융 조달을 일으켜 잔금을 지급하는 것이 관례다.
지자체 인허가에만 최소 2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인허가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6개월 이내 잔금 납부’를 요구하는 것은 시행사더러 수천억 원에 달하는 토지비를 고스란히 자체 자금으로 감당하라는 뜻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인허가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권의 PF 대출도 불가능하다”며 “이러한 무리한 요구는 사실상 토지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땅값만 평당 1억… 상가 ‘평당 1억대’ 분양 압박에 사업성 ‘바닥’
문제는 이처럼 치솟은 토지비가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분양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행 및 개발 업계에 따르면, 토지비가 평당 1억 원을 초과할 경우 최근 급등한 자재비·인건비 등 공사비와 치솟은 금융 비용(PF 금리)을 감안했을 때 주상복합은 평당 5천만원, 상가는 평당 1억 원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해야 겨우 손익분기점(BEP)을 맞출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현재의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경기 침체 속에서 구로동 일대 상가를 평당 1억 원대라는 초고가에 분양할 경우, 이를 받아줄 수 있는 수분양자(투자자)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무리하게 개발을 추진했다가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면 그 천문학적인 금융 손실은 고스란히 시행사가 떠안고 파산으로 직행하게 된다.
기부채납 압박에 분양 리스크까지… 시행업체 발목 잡는 ‘1억 딜레마’
공공이 요구하는 기부채납 비율도 시행사의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이다. 개발을 추진하려면 서울시 및 구청과 세부 계획을 조율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용도지역 상향(종상향)의 대가로 막대한 규모의 기부채납(공공기여)을 요구받게 된다.
땅값만 평당 1억 원이 넘는 상황에서 부지의 상당 부분을 공공에 무상으로 내놓거나 현금으로 기여해야 하므로, 시행사 입장에서는 실제 분양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면적이 크게 줄어든다. 결국 남은 상가의 분양가를 더 올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결국 구로디지털단지역 역세권 개발의 열쇠는 '치솟은 토지비와 상가 분양가 압박을 완화해 줄 획기적인 인센티브나 규제 완화가 있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전문가는 "지자체의 전향적인 용적률 상향이나 공공기여 비율 완화 등 특단의 대책이 나와 상가 분양가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춰주지 않는 한, 평당 1억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구로 부지는 앞으로도 사업자를 찾지 못한 채 장기간 유휴지로 방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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