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미디어 규제 완화, 선언보다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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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미디어 규제 완화, 선언보다 속도

경기일보 2026-06-01 19:17: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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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언론학 박사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미디어 산업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정부는 지상파를 비롯한 레거시 미디어의 낡은 규제를 손보겠다고 밝혔고 글로벌 OTT 플랫폼과의 역차별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지난해 방송의 날을 전후해 제시된 청사진 역시 규제 혁신을 통해 국내 미디어 산업을 글로벌 무대의 주역으로 키우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난 1년간 현장의 체감은 기대와 거리가 멀다. 토론회와 정책 발표는 이어졌지만 실제 변화는 미미하다. 미디어 환경은 실시간으로 바뀌는데 규제 개선 속도는 여전히 행정 절차와 부처 협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낡은 규제 체계를 근본적으로 손질하려면 국회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최근 최민희 의원이 방송광고 종류를 단순화하고 규제 방식을 전환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입법 움직임도 시작됐다. 그러나 극심한 여야 대립 속에서 관련 법안이 언제 시장에 적용될지는 불확실하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시행령 개정마저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방송법은 광고 허용 범위와 편성 비율 등 핵심 규제 상당 부분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중간광고 완화나 광고총량 확대 등은 법 개정 없이도 즉시 추진 가능한 영역이다. 최근 의결 기구도 정상화됐다. 이제는 지체됐던 실무 규제 완화에 전력 질주해야 한다.

 

의결 기구가 정상화된 지금이야말로 하위 법령 개정은 물론이고 전향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규제 완화가 행정의 관성에 묶여 있는 사이 국내 미디어 기업은 글로벌 플랫폼과 비대칭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방송 생태계가 흔들리면 콘텐츠 제작 기반도 약해진다. 한류 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결국 해외 플랫폼 중심으로 흘러들어가는 구조가 고착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미디어 분야에도 유연한 규제 실험이 필요하다. 정부가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업그레이드 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하는 만큼 미디어 산업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정부는 국회의 입법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시행령 정비, 하위 규정 개정, 샌드박스 우선 적용 등은 지금 당장 착수 가능한 것들이다. 현장이 체감하는 변화는 선언문이 아니라 그 실행의 속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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