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컬리 판치는데 마트만 ‘꽁꽁’···과녁 잘못 잡은 새벽배송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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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컬리 판치는데 마트만 ‘꽁꽁’···과녁 잘못 잡은 새벽배송 규제

이뉴스투데이 2026-06-01 1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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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전문가들은 소비자 후생과 소상공인 자생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상생 타협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통 전문가들은 소비자 후생과 소상공인 자생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상생 타협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경진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법안 상정을 추진,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를 ‘골목상권 학살’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헌법소원을 예고함에 따라 유통가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규제를 통한 소상공인 생태계 보전과 유통시장 고도화에 따른 소비자 편익 증진이라는 두 가지 주장이 맞선 가운데 소비자 후생과 소상공인 자생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상생을 골자로 한 타협점 모색이 시급한 상황이다.

1일 산자위에 다르면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상정,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다.개정안 각 안에는 오프라인 점포 영업 규제는 유지하되 온라인 배송을 제한 없이 허용하는 내용과 새벽배송 허용을 포함해 심야 영업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 자체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 규제 배제 △새벽배송 허용 △오전 0시~10시 영업시간 제한 규제 폐지 △매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 원칙 삭제 및 자율화 등 대형마트의 전자상거래 영업행위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지자체의 별도 조치 없이도 전국 모든 점포에서 새벽배송이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개정안 상정 직후 성명서를 제출하며 법안이 강행 처리될 경우 즉각적인 헌법소원 청구와 함께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예고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소공연을 비롯한 소상공인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공정한 경쟁이 아닌 자본에 의한 ‘무차별 학살’에 소상공인을 내모는 격”이라며 “소비자의 선택권 감소와 가격 결정권 위협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개정안을 환영하는 입장도 있다. 유통가 전반에서는 이번 유통산업발전법 자체가 선언적인 성격이 강하며, 동시에 과거 규제 도입 당시에도 의도치 않은 시장 왜곡이 존재했기 때문에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미 서울과 부산을 주요 지자체에서는 이미 규제 완화에 나선 상태다. 서울은 25개 자치구 중 4곳만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으며, 특히 서초구는 영업 제한 시간을 기존 8시간에서 1시간(오전 2~3시)으로 축소해 새벽배송 여건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과의 격차가 심화한 상황에서 대형마트에만 과거의 유통 환경에 맞춘 규제를 지속 적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갈등은 중소 상인의 생존권과 이커머스 및 대형유통업체의 사업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대형마트 규제는 12년 전 오프라인 ‘대형마트’와 ‘중소 상인’의 제로섬 게임 구도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하지만 실제 규제 도입 취지와 상반된 부작용이 빈 과거 대형마트 규제 강화 이후 소상공인 및 골목상권의 생태계 보전 성장하기보다는 쿠팡·컬리 등 대형 이커머스들이 새벽배송 시장을 선점했다.

현 시점에도 편의점 업계는 쿠팡이츠 등 다양한 플랫폼과 손잡고 24시간 심야 배달과 무료 배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유통 영토를 선점해 나가고 있다. 실제 CU와 GS25 등 주요 편의점들은 심야 시간대 배달 매출이 성장함에 따라 전국 주요 권역으로 24시간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며 퀵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갔다.

대형 플랫폼의 새벽 배송에 이어 편의점 업권 배달이 일상화되면서 골목상권을 지탱하던 소상공인들은 디지털 전환 흐름 속에서 치명적인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 단기 배송이 보편화되자 소비자들이 전통적인 오프라인 중소 매장을 직접 방문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의 변화는 인공지능 기술 도입 등 기술 혁신과 궤를 같이하고 있어, 소상공인들이 자체적으로 100%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 대형 플랫폼과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유통 시장의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형마트 규제 여부와 상관없이 시장의 중심축이 이미 이커머스 및 배달 플랫폼으로 완전히 이동했다고 진단한다. 배송 서비스는 이미 현대 소비자가 당연시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았으며, 이번 개정안은 대형마트가 이러한 흐름에 뒤늦게 합류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시장 변화 흐름에 발맞춰 향후 유통 시장은 전통시장과의 제로섬 경쟁이 아닌, ‘온라인 플랫폼’ 대 ‘오프라인 기반 유통 대기업’ 간의 치열한 전면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소상공인들이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상생을 위한 대안 마련의 방향성도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그동안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하드웨어 투자와 브랜딩, 차별화 상품 개발 등 막대한 지원이 이루어져 우수한 시장들의 자체 경쟁력은 과거보다 눈에 띄게 강화된 상태다. 국내 소상공인 규모가 790만명에 달하는 만큼 단순 현금 지원이 아닌 디지털 연착륙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현재는 대형마트와 소상공인 모두가 피해자가 되고 이커머스만 독주하는 기형적인 구조로 변했다”라며 “유통산업발전법 자체는 상징적인 선언에 가까워 현시점에서 법안 개정이나 과거 방식의 오프라인 규제 고수만으로는 유통 생태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현실적인 돌파구로는 소상공인들이 이커머스·배달 플랫폼 흐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 기반을 다져주는 지원책이 제시됐다. 메이저 이커머스 플랫폼 내에 전통시장 전용관을 신설하거나 개별 시장별 쇼핑몰 구축을 돕고, 정부가 플랫폼 이용 수수료나 배달 비용 일부를 정책적으로 보전·지원하는 방식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전통시장 내부의 구조적 개선도 시급하다. 전통시장의 빈 점포 등을 활용해 인근 반경 1km 내의 중소 상인들을 모으는 ‘집적화’를 추진, 전통시장 내에 공동 배달 기지(물류 센터)를 세워 제품을 수집·연결할 전문 인력이나 디지털 마케팅 인력 고용을 지원해 근본적인 유통 경쟁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아가 전통시장을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닌 쿠폰 지급 등을 결합한 관광 상품으로 재편하는 ‘관광 시장화’ 역시 현실적인 생존 전략으로 꼽힌다.

이종우 남서울대 마케팅학과 교수는 “이미 그동안 하드웨어 투자나 브랜딩 지원을 통해 우수한 전통시장들의 자체 경쟁력은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진짜 필요한 대안은 대형마트처럼 소상공인들도 이커머스와 배달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올라탈 수 있도록 디지털 연착륙을 돕는 시스템 마련”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정부가 직접 돈을 쥐여주기보다 메이저 플랫폼 입점 및 수수료 우회 지원, 전통시장 내 물류 센터 구축, 디지털 마케팅 전문 인력 고용 지원 등 근본적인 유통 경쟁력을 세팅해 주는 방향으로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소상공인 단체의 반발과 우려를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산자위 측 관계자는 “지난 2월 초 개정안 상정 이후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지난 2월 26일 고위 당정 협의회를 통해 소상공인을 위한 상생 지원 방안을 병행 마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도소매 유통 소상공인의 자생력을 키울 구체적인 상생 대책의 세부 로드맵이나 공식 발표 일정은 아직 미정인 상태”라며 “현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 조속히 종합적인 유통 대책을 수립해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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