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미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전작권 전환, 핵추진잠수함 등 주요 안보 현안에 대한 미 의회의 지지를 요청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미측 의원들이 우리의 전작권 준비에 대해 이해하고 흡족해하는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 역시 연설에서 한국을 모범 동맹이라 칭하며 한국의 전작권 전환 의지를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을 중국을 견제하는 '단검'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일으킨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번 회의에서 자신의 발언을 '관점의 차이를 설명하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安 "전작권 전환 조건, 2020년 94% 충족"…"美에 '당장 내일도 문제 없다' 전해"
한미 양국이 전작권 전환에 공감대를 갖고 있음이 재확인됐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0일과 31일 각각 미 상원·하원 대표단과 잇따라 면담을 진행했다.
상원 대표단에는 태미 덕월스(민주당) 의원과 피트 리케츠(공화당) 의원이, 하원 대표단에는 팻 해리건(공화당), 그레고리 믹스(민주당), 마이클 바움가트너(공화당) 의원이 포함됐다.
안 장관은 면담에서 "역내 안보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확고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유지가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가 한반도 방위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의지를 설명했다. 그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핵추진잠수함, 조선·MRO(유지·보수·정비) 협력 등 주요 동맹 현안에 대해 미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요청했다.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안 장관은 "내일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아무 어려움이 없다는 취지를 미 의원들에게 전달했다"며 "의원들도 우리의 준비 상황을 이해하고 만족스러워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 이미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가 충족됐다는 점을 양국이 합의한 바 있다"며 한국의 능력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핵추진잠수함 추진과 관련해서는 "한미가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며, 다음 주부터 실무회담에서 하나씩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며 "우리 능력이 충분한 만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
美국방 "한국 모범 동맹, 전작권 전환 고무적"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도 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이 지역 안보는 미국 군사력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다"며 "강력한 동맹은 모두가 책임감을 가질 때 구축된다. 무임승차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부유한 국가들의 국방비를 보조하는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피보호국이 아니라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이 1조5천억 달러 규모의 군사비 투자를 약속했다면서 동맹국들에게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국방비를 늘리라는 기존 요구를 재차 강조했다. 이어 이미 국방비 증액을 약속한 한국을 향해 "한국이 보여준 실용주의와 지도력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전작권 준비 상황에 대해 "한국 같은 동맹국이 군사 작전 통제권을 더 신속히 주도하는 것은 신선한 변화(breath of fresh air)"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대단히 의미 있는 발언"이라며 "동맹의 역량과 능력에 대한 평가와 상호 신뢰 관계가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화답했다. 그는 "우리가 체계적이고 안정적이며 능동적으로 전작권 전환을 준비해 왔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린 것 같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사령관 "한국은 중국에 단검" 발언 수습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최근 주한미군사령관의 '한국은 중국에 단검' 발언 논란에 대해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수시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22일 미국 육군 전쟁대학 팟캐스트에서 "중국 동부 해안에서 보면 한국은 비수, 일본은 방패 같은 존재"라고 언급해 논란을 불렀다.
이에 우리 정부는 유감을 표명했으며, 청와대와 외교·안보 당국이 미국 측에 관련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중국대사관은 "한국과 주한미군을 중국 겨냥 전진기지로 묘사한 것은 선을 넘은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대변인은 "대한민국의 전략적 위상을 임의로 규정해 국민 주권을 침해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번 회의에서 공개 질의에 답하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학생들에게 관점을 바꾸고 다른 시각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던 것"이라며 "한국의 군사 역량은 강력해야 하지만 동시에 타국의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최근 미중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대화를 통해 관계를 증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군사적 사고를 아군·적군 이분법으로만 보지 않고 새로운 관점에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 우리 국민 이해와 설득 필요한 부분" 신중론
안규백 장관은 한일 국방장관 회담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군수물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국가 간 약속인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유사시 탄약과 식량, 연료 등 군수물자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국가 간 약속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 때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이어 상호군수지원협정도 체결할 계획이었지만,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반대 여론 속에 체결 직전 무산되면서 상호군수지원협정도 보류됐다.
이후로도 일본 측은 ACSA 체결을 강력히 희망해왔는데, 한국 측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와 관련해 안 장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양국 국방장관의 회담이기 때문에 상세한 말씀을 드리기는 제한적"이라면서도 "ACSA 문제는 상호군수 협정이기 때문에 양 국민의 이해와 설득이 필요한 부분이며, 아직은 신중을 기해야 된다는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도 이와 관련, "현재로서 ACSA는 시기상조이며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 장관은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태국, 호주 국방부 장관과도 각각 양자회담을 하며 국방·방산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안 장관은 태국의 2차 호위함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고, 호주에도 국방·방산 분야 상호호혜적 협력을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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