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어렵고 선거는 복잡하다. 손안의 정보는 넘쳐나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어떤 공약이 내 일상을 바꿀 실마리가 될지 가려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청년 정치 | 뉴권자 플레이 매뉴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뉴권자(New+유권자)’는 단순히 처음 투표권을 얻은 청년 세대만을 뜻하지 않는다. 정치에 관심은 있으나 갈 길을 잃었던 이들, 선거를 줄곧 타인의 이벤트로 여겨왔던 이들, 그리고 이제 막 자신의 삶과 정치의 연결고리를 감각하기 시작한 모든 ‘새로운 유권자’를 향한 초대장이다.
본 기획은 팬덤과 알고리즘, 마타도어가 뒤섞인 혼탁한 선거 환경 속에서 청년의 시각으로 정보를 해독할 수 있는 ‘현실형 선거 가이드’를 지향한다. 단순히 후보자의 이름과 나열된 공약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유권자에게 실제로 필요한 ‘판단의 무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 기획의 목적지는 투표 당일의 선택 그 너머에 있다. 한 표를 던지는 찰나의 순간이 아니라 그 투표가 투표함 밖에서 어떻게 우리의 삶으로 이어지는지를 탐색한다. ‘뉴권자 플레이 매뉴얼’은 청년 유권자들이 능동적인 정치 플레이어로 서기 위한 가장 확실한 공략집이 될 것이다.
정당 점퍼를 입은 후보들이 숏폼 챌린지를 찍고, 자신의 일상을 브이로그처럼 올린다. 유세 현장은 몇 초짜리 영상으로 편집되고, 정치인의 발언은 자극적인 자막과 함께 SNS를 타고 확산된다. 댓글과 ‘좋아요’, 공유 버튼은 시민을 정치의 관객이 아닌 참여자로 만든다.
정치는 과거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 하지만 정치 정보를 접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검증은 부족해졌고, 사실보다 감정이 먼저 소비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청년층은 정치 정보를 신문이나 TV보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X(옛 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접하는 경우가 많다. 짧고 강한 메시지는 빠르게 확산되지만 그만큼 맥락은 쉽게 사라진다.
결국 오늘날 청년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정보 속에서 진실을 가려낼 수 있는 판단력이다. [청년 정치 | 뉴권자 플레이 매뉴얼] 여섯 번째 편에서는 알고리즘과 가짜뉴스, 숏폼 콘텐츠,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 보도까지 오늘날의 정치 정보가 유통되는 구조를 살펴보고, 그것이 청년 유권자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본다.
Tutorial 1 | 921명 적발, 1만 건 삭제…허위·가짜뉴스와의 전쟁
선거철은 정책과 공약이 경쟁하는 시기이지만 동시에 허위정보가 가장 빠르게 확산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SNS와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퍼지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까지 등장하면서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는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허위·가짜뉴스 관련 위반 행위는 급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5월 27일까지 6·3 지방선거와 관련해 허위·가짜뉴스 등 흑색선전 혐의로 단속된 인원은 총 92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방선거 50일 전인 4월 13일 ‘제1차 공명선거관계장관회의’ 이후에만 550명이 추가 적발됐다. 이 기간 일평균 12.5명이 단속될 정도로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허위정보 유포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딥페이크를 활용한 불법 선거운동도 빠르게 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행정안전부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AI 기술을 이용해 특정 인물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합성한 딥페이크 선거운동 위반 게시물 삭제 요청 건수는 5월 27일 기준 1만319건에 달했다. 이는 제21대 대통령선거 기간 전체 삭제 요청 건수의 98.2%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급증하는 허위·가짜뉴스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경찰청,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가짜뉴스 탐지와 삭제, 고발, 수사 등을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도 관련 정보 공유와 위반 게시물 삭제 조치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
경찰 역시 지난달 14일부터 선거범죄 대응 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다. 특히 악의적인 허위정보와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온라인 매체를 집중 수사하고 있으며, 딥페이크를 활용한 선거범죄는 시·도경찰청이 전담해 신속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허위정보와 가짜뉴스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허위·조작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민주주의와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관련 허위 정보, 세월호·천안함 음모론, 각종 선거와 정치 현안을 둘러싼 허위 정보가 반복적으로 유통되며 사회적 갈등과 여론 왜곡을 초래해 왔다.
다만 가짜뉴스와 허위정보, 허위조작정보는 비슷하게 사용되지만 의미에는 차이가 있다. 허위정보(Misinformation)는 의도와 관계없이 사실과 다른 잘못된 정보를 포함해 전달되는 내용을 말한다. 반면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 목적 등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 사실을 생산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뜻한다. 가짜뉴스(Fake News)는 의도적으로 허위 정보를 언론 보도 양식으로 제작 및 배포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철 유권자에게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같은 허위 정보라도 착오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지, 특정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에 따라 위험성과 파급력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가 임박할수록 자극적인 폭로와 음모론, 출처가 불분명한 정치 정보가 쏟아진다. 문제는 허위정보의 특성상 한 번 믿게 되면 이후 삭제 조치가 되거나 정정 보도가 나오더라도 최초에 형성된 인식을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실 확인은 허위정보가 확산된 뒤 대응하는 사후적 조치가 아니라 정보를 접하는 순간부터 출처와 근거를 확인하는 선제적 대응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가짜뉴스와 허위조작정보 등이 범람하는 시대에 유권자의 선택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어막은 기술이 아니라 결국 시민의 검증 능력으로 귀결된다.
Tutorial 2 | 내 취향이 만든 감옥…알고리즘이 만든 가짜 세계
그렇다면 유권자의 검증 능력을 시험하는 정보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확산될까. 과거처럼 출처 불명의 괴담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서만 퍼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허위정보와 가짜뉴스는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정교한 방식으로 유권자에게 도달한다.
특히 청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SNS와 숏폼 플랫폼에서는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관심사를 분석해 유사한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노출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정보와 관점은 더욱 강화되고, 반대되는 정보는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이용자는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비슷한 주장과 해석이 반복되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본보가 지난 5월 10일부터 20일까지 2030 청년 유권자 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8%는 온라인에서 접하는 정치 정보가 알고리즘에 의해 선별된 결과라고 느낀다고 답했다. 또한 60% 이상은 특정 정치 성향의 콘텐츠만 반복적으로 추천받는 ‘에코체임버(Echo Chamber)’ 현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대학생 박정연(22) 씨는 “유튜브 쇼츠나 커뮤니티 글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비슷한 정치 콘텐츠만 계속 추천된다”며 “처음에는 재미로 보기 시작했는데 반복적으로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한쪽 주장만 믿게 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순천향대학교 국제통상학과 노진호 교수는 “최근 정치 정보 소비 환경은 SNS와 숏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자극적인 콘텐츠일수록 더 쉽게 확산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알고리즘 기반 플랫폼에서는 이용자가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정보만 반복적으로 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의 취향과 반응을 분석해 정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특정 정보의 노출을 늘리고 다른 정보의 접근 가능성은 낮춘다. 이용자는 자신이 다양한 정보를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플랫폼이 선별한 정보 안에서 판단을 내리고 있을 수 있다.
결국 알고리즘에 의존할수록 정보 소비는 능동적 선택이 아니라 수동적 노출에 가까워진다. 반복적으로 노출된 정보는 익숙함을 통해 신뢰를 얻고, 이는 특정 관점의 강화와 정치적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하다.
Tutorial 3 | 지름길로 가다 빠지는 늪…조회수와 댓글의 함정
조회수와 댓글, ‘좋아요’의 규모가 정보의 신뢰성을 보증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점에서도 청년 유권자의 비판적 정보 해석 능력이 중요해진다.
수천 개의 ‘좋아요’와 수만 회의 조회수,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린 게시물을 보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신뢰감을 느낀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정보의 신뢰성을 보증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청년 유권자들은 SNS를 통해 정치에 참여한다.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게시물을 공유하며 직접 여론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 과정은 정보의 정확성보다 공감과 감정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과 비슷한 의견에는 쉽게 동조하고, 반대 의견에는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SNS와 숏폼 플랫폼에서는 정보의 정확성보다 공감과 반응 속도가 우선되면서 유권자의 판단을 흐릴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정치 콘텐츠는 유권자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자극하는 짧고 강한 메시지와 선악 구도를 활용한다. 복잡한 정책 대결은 단순한 진영 대결로 축소되고, 특정 후보의 발언은 전후 맥락이 제거된 채 소비되기도 한다. 때로는 후보자에게 성공 신화와 같은 극적인 서사를 입히거나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정치인의 정책과 비전보다 이미지와 인상이 먼저 소비된다. 복잡한 정책 논쟁은 사라지고 ‘우리 편과 적’, ‘애국자와 배신자’ 같은 이분법적 구도가 주목받는다. 특정 정치인을 ‘밈(meme)’이나 캐릭터처럼 소비하는 문화 역시 정치를 정책과 공론의 영역보다 감정적 지지와 팬덤의 대상으로 바꾸는 요인으로 꼽힌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휴리스틱(Heuristic) 판단’으로 설명한다. 휴리스틱은 복잡한 정보를 빠르게 판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인지적 지름길이다. ‘좋아요’ 수가 많거나 조회수가 높은 게시물을 보면 사실 여부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많은 사람이 믿는 정보니까 맞을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적 지름길은 자신이 원래 믿고 싶어 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배제하는 ‘확증편향’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플랫폼 알고리즘이 비슷한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추천하면서 기존 신념은 더욱 강화된다.
정치 정보가 활발하게 생산·유통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진다. 특정 성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내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라도 내부의 지배적인 정서와 일치하면 순식간에 ‘절대적 진실’로 둔갑한다.
출처 불명의 캡처 이미지나 맥락이 거세된 짧은 영상들은 이 폐쇄적인 생태계 안에서 무비판적으로 소비되며, 이용자들을 객관적 사실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대안 현실’ 속에 가두고 있다.
이 같은 폐쇄적 구조에서 팩트체크가 오히려 반발심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정치 유튜브 채널이나 인플루언서들이 “기성 언론과 국가 기관이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음모론적 서사를 유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SNS와 유튜브를 통해 퍼진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은 시민들의 불안을 자극하며 공론장을 마비시켰다.
대학생 이모(24)씨는 “커뮤니티에서 본 자극적인 글이 나중에 가짜뉴스로 판명되는 걸 보며 배신감을 느꼈다”며 “이제는 아무리 내 생각과 일치하는 내용이라도 반드시 교차 검증을 거친 뒤에야 믿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믿고 싶은 것이 반드시 진실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노진호 교수는 “청년층일수록 정보를 단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출처와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는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중요하다”며 “빠른 정보 소비 시대일수록 다양한 관점을 비교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utorial 4| 돈이 된 가짜뉴스…커뮤니티·유튜브·언론의 위험한 공생
진화하고 산업화된 가짜뉴스는 이제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라 유권자의 판단을 겨냥한 정교한 정보 상품이 됐다. 그만큼 허위정보는 더욱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형태로 유권자에게 접근하고 있어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의 허위정보가 특정 매체나 제한된 정보망을 통해 확산됐다면 오늘날의 가짜뉴스는 플랫폼과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대규모로 재생산되고 유통된다. 일부 사실에 거짓을 섞고, 이를 커뮤니티와 유튜브, 정치권, 언론을 통해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더욱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정치 분야에서 가짜뉴스는 하나의 산업처럼 작동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조회수를 만들고, 조회수는 광고 수익으로 연결된다. 정치적 영향력과 경제적 이익이 맞물리면서 허위정보는 수익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생산·재가공·재유통된다.
오늘날의 가짜뉴스는 단순한 오보가 아니라 알고리즘과 플랫폼, 커뮤니티, 정치권, 언론이 얽혀 작동하는 거대한 정보 생태계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에서 확산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관련 허위정보다. 당시 허위정보는 디시인사이드·일베 같은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 생성된 뒤 극우 매체의 기사화와 대형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화를 거치며 공신력을 얻는 ‘정보 세탁’ 과정을 거쳤다. 이후 정치권의 논평과 언론의 ‘받아쓰기’ 보도가 이어졌고, 포털 알고리즘은 이를 실시간으로 확산시키며 오프라인 집회의 구호로까지 이어졌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허위정보 확산 기사는 249건이었던 반면 정정 기사는 84건에 그쳤다. 또한 한 번 형성된 잘못된 인식은 사실관계가 바로잡힌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위험하다.
가짜뉴스 산업화의 문제는 단순한 허위정보 확산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적 갈등과 혐오, 음모론이 높은 조회수와 후원금으로 이어지면서 허위정보가 하나의 수익 모델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정선거 의혹 등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반복적으로 제기해 온 일부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당한 규모의 후원금을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극우·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10곳이 슈퍼챗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6억576만원에 달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허위정보 생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콘텐츠가 더 많은 관심과 수익을 얻는 구조가 형성되면 사실 검증보다 자극성과 선동성이 우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모니터링팀 박진솔 팀장은 “지금의 가짜뉴스는 단순한 오보가 아니라 커뮤니티와 유튜브, 언론, 정치권, 플랫폼이 연동된 거대한 유통 네트워크 그 자체”라며 “완전한 허위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 가고, 정정되더라도 이미 각인된 부정적 인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정교한 심리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짜뉴스 문제는 특정 게시물 하나를 삭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생산과 유통, 소비 구조 전반을 함께 살펴야 하며 플랫폼과 언론, 시민 모두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Final Manual | 가짜 세계를 깨는 무기, 뉴권자의 ‘5대 검증 원칙’
게임에서 지도와 공략 없이 무작정 움직이면 함정에 빠지기 쉽듯, 선거 역시 검증 없는 정보만 따라가면 잘못된 판단에 이를 수 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사실인지 가려내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정보의 양은 넘쳐나지만 진실을 가려내기는 더욱 어려워진 시대에 청년 유권자는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까.
첫째, 감정을 자극하는 정보일수록 한 번 더 의심해야 한다. 특히 상대 진영을 지나치게 악마화하거나 통쾌함을 주는 정보일수록 더욱 신중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보를 접했을 때 “왜 나는 이 정보를 즉시 믿고 싶어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것을 권한다.
둘째, 출처와 원문을 직접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숏폼 영상이나 캡처 이미지, 커뮤니티 게시글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원본 영상과 발언 전문, 공식 자료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후보자의 공약과 이력은 공식 자료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 선거철에는 수많은 정치 정보가 쏟아지지만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SNS 게시물이나 유튜브 영상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 선거공보물, 공신력 있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나와 다른 의견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의 주장만 소비할 경우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상반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서로 다른 관점의 기사와 자료를 비교하고 검토할 때 비로소 균형 잡힌 판단이 가능하다.
다섯째, 사실 확인은 사후 대응이 아닌 선제 대응이어야 한다. 허위정보는 한 번 믿게 되면 이후 사실관계가 바로잡히더라도 한 번 형성된 선입견을 쉽게 지우지 못한다. 따라서 정보를 접하는 순간부터 출처와 근거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한국영상대학교 미디어보이스학과 최윤영 교수는 “정보가 넘쳐나고 혼탁해지는 시대일수록 다양한 관점을 비교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유권자가 스스로 정보를 검증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건강한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 시민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선거는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인 동시에 정보를 검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좋은 선택은 많은 정보를 접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어떤 정보가 사실인지, 어떤 정보가 특정 의도와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졌는지를 구별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좋아요’ 수와 조회수는 진실의 증거가 아니며 댓글의 방향 역시 여론 전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늘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과잉이다. 청년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더 정확한 판단이다. 선거는 감정의 전쟁이 아니라 검증의 과정이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힘은 결국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고 스스로 판단하는 시민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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