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 국내 이통3사가 올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주주권 보호와 이사회 독립성 강화에 나선 가운데 KT가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준수율을 기록하며 개선 과제를 남겼다.
1일 KT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한국거래소 핵심지표 15개 가운데 13개를 충족해 준수율 86.7%를 기록했다. SKT는 15개 전 항목을 충족하며 100%를 기록했고 LG유플러스는 14개 항목을 충족해 93.3%를 나타냈다. 이통3사 가운데 KT만 전년 대비 준수율이 하락했다.
▲ 주총 공고 3주 전·여성이사 공백…이통3사 중 유일한 후퇴
KT가 충족하지 못한 항목은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실시’와 ‘이사회 구성원 모두 단일 성별이 아님’ 등 두 가지다.
성별 다양성 항목은 지난해까지 충족했지만 올해 미준수로 전환됐다. KT는 유일한 여성이사였던 조승아 전 사외이사가 퇴임하면서 보고서 작성 기준 시점에 여성 이사가 부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권명숙 이사를 신규 선임해 현재는 해당 요건을 충족한 상태다.
주주권 보호 측면에서도 경쟁사와 차이를 보였다. KT는 올해 정기주주총회 소집공고를 주총 21일 전인 3주 전에 실시했다. 상법상 의무 기준인 2주 전 공고는 충족했지만 한국거래소가 권고하는 4주 전 공고 기준에는 미달했다.
KT는 감사보고서가 반영된 재무제표를 주주에게 제공하기 위해 일정상 3주 전 공고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KT는 2024년과 2025년, 2026년 정기주주총회 모두 개최 21일 전에 공고를 진행했다.
반면 SKT와 LG유플러스는 모두 4주 전 공고 기준을 충족했다. SKT는 지난해 미준수 항목이었던 주주총회 4주 전 공고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운영 항목을 개선하며 올해 100% 준수율을 달성했다. LG유플러스는 집중투표제 채택 항목은 미준수였지만 사외이사 의장 체계 등 대부분 항목을 충족했다.
다만 KT 역시 주주 친화성 측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3년 연속 주주총회 집중일을 피해 주총을 개최했으며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주주 제안 절차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으며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과 영문 자료도 제공하고 있다.
▲ 사외이사 중심 체계 구축…독립성 강화
다만 KT의 지배구조가 전반적으로 뒤처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KT는 국내 대기업 가운데 드물게 집중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5월 기준 사외이사 비중도 78%에 달한다. 이사회 의장 역시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독립적 이사회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올해 상장사가 공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의 준수율이 낮은 것으로 분석했던 ▲집중투표제 채택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지 여부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 마련 및 운영 관련 지표 준수율 모두 준수했다.
또 KT는 작년 ESG위원회와 미래투자위원회를 신설해 투자와 지속가능경영 관련 안건을 별도로 심의하고 있다. 대표이사 경영계약서에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관련 내용을 보완하고 반영했으며 리스크 관리 전문부서인 ERM 부서를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 체계를 운영하는 등 내부통제정책도 마련해 핵심지표를 충족했다.
최근에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한 추가 조치도 내놨다. KT 이사회는 지난 5월 사외이사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차단을 위한 윤리강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사외이사가 인사·사업·투자와 관련해 공정성과 독립성을 저해하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또 반기마다 윤리실천 자가점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도록 하고 위반 시 경고, 이사회 활동 제한, 의결권 미행사 권고, 사직 권고 등의 조치가 가능하도록 위임계약서도 정비했다.
이는 최근 국내 기업들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단순한 형식적 요건이 아닌 실질적 경영감시 기능으로 강화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 밸류업 시대 더 커진 책임…“형식 아닌 실질 개선 필요”
업계에서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공시 확대 이후 단순한 법적 준수 여부보다 주주친화성과 이사회 다양성, 독립성 등 질적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KT는 시장의 기대치가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새 대표이사 체제가 출범한 데다 작년 개인정보 유출과 해킹 사고를 겪으면서 정보보호와 내부통제 역량에 대한 시장의 검증이 매서워졌 때문이다.
KT는 최근 AI 확산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중심의 개인정보보호 자문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회에는 염흥열 순천향대 명예교수, 이희정 고려대 교수, 류재철 충남대 교수 등이 참여해 개인정보 처리 적정성과 데이터 활용, 유출 사고 예방 체계 등을 자문한다.
보안 거버넌스 강화에도 나섰다. 박윤영 대표 취임 이후 분산돼 있던 보안 조직을 정보보안실로 통합하고 외부 전문가를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로 영입하는 등 정보보호 체계를 재정비했다.
업계에서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공시 확대 이후 단순한 법적 준수 여부보다 주주친화성과 이사회 다양성, 독립성 등 '질적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주총 공고 기간, 여성 이사 비율, 승계정책 등 세부 지표가 향후 기업가치 평가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KT의 과제는 단순히 핵심지표 준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새 CEO 체제 출범과 AI 사업 확대, 밸류업 정책이라는 변화의 시기에 주주권 보호와 정보보호, 이사회 독립성 강화가 실제 경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평가다. 시장은 이제 형식적 공시보다 실질적인 거버넌스 개선 여부를 더욱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김용헌 KT 이사회 의장은 “꾸준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하고 고객과 주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